영광의 완성, 룩소르 신전
영광의 완성, 룩소르 신전
2016.08.10 15:19 by 곽민수

그 이름도 유명한 ‘소년왕’ 투탕카멘, 그가 18세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해 후사를 남기자 못하자, 총리였던 아이(Ay)가 먼저 왕위를 이었고 그를 이어 군인 출신의 호렘헵(Horemheb)이 스스로 파라오의 자리에 오릅니다.

스스로 왕위에 오른 것이 조금은 찝찝했는지 호렘헵은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룩소르 신전을 적극적으로 재건하기 시작합니다. 아케나텐 시절 동안 폐쇄되었던 룩소르 신전은 파라오 호렘헵의 치세를 거치면서 다시금 영광스러운 역사의 톱니바퀴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룩소르 신전은 큰 어려움 없이 고대 이집트 문명이 수명을 다하는 기원전⋅후 시점까지 그 영광을 계속해서 유지하게 됩니다.

파라오 호렘헴.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 박물관 소장. (사진: Wikimedia)

투트모스와 하트셉수트 등 18왕조 초반의 파라오들이 지었던 초기 신전을 토대로 룩소르 신전을 본격적으로 증축하기 시작한 것은 아멘호테프 3세이고, 그것을 재건한 것이 호렘헵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세티 1세, 람세스 2세, 세티 2세 등 19왕조의 파라오들과 심지어는 로마의 황제들까지도 신전의 부분부분을 끊임없이 증축하였기 때문에 딱 한 마디로 ‘신전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완공되었다’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룩소르 신전은 이처럼 여러 파라오에 의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지어졌지만 신전이 지어진 목적만큼은 분명합니다. 룩소르 신전은 룩소르의 3신, 그러니깐 주신인 아멘과 그의 아내 무트, 그리고 아들 콘수를 위해서 지어진 신전입니다.

룩소르 신전의 야경

신전의 목적은 카르나크 신전과 동일하지만 그 중요성은 카르나크 신전에 비하면 조금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 규모만큼이나 말입니다. 카르나크 신전에서는 일 년 내내 아멘의 신상이 모셔졌고 계속해서 제사가 지내졌던데 반해 룩소르 신전은 일 년에 딱 한 차례, 오페트 축제(Opet Festival)라고 불리는 특별한 기간 동안만 아멘의 신상을 모셨습니다.

평소에는 카르나크 신전에서 모셔지던 아멘과 그의 아내 무트, 그리고 아틀 콘수의 신상들이 축제기간 동안 화려하게 행렬을 지어서 룩소르 신전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약 3 주일가량 모셔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룩소르 신전은 카르나크 대신전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두 신전은 스핑크스가 양옆으로 쭉 늘어서 있는 약 2킬로미터의 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 스핑크스의 길은 현재 발굴조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일반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과거의 축제 행렬이 그랬던 것처럼 그 길을 따라서 걸어볼 수 있습니다.

오페트 축제의 행렬. 카르낙에 있는 하트셉수트의 붉은 예배실 부조.
룩소르 신전 앞 스핑크스의 길

룩소르 신전은 구조적으로 선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둘러보는 것도, 또 설명을 해드리는 것도 비교적 수월합니다.

먼저 신전의 정문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거대한 제 1 탑문과 3개의 거대한 석상, 그리고 하나의 오벨리스크입니다. 탑문과 석상과 오벨리스크(obelisk  고대 이집트 왕조 때 태양신앙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 룩소르 신전의 정문에 세워진 이 세 종류의 거대한 구조물들은 신전 전체에 있어서는 비교적 나중에 세워진 것들로 모두 람세스 2세의 작품입니다. 이집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거대한 석조 구조물들 가운데에 피라미드를 제외한 상당수가 주로 3명의 파라오에 의해서 지어졌는데, 이집트가 최고로 부유하던 시기에 왕위에 있었던 아멘호테프 3세, 너무나도 유명한 람세스 2세, 그리고 그 람세스 2세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던 람세스 3세가 그 기념물의 주인공들입니다.

룩소르 신전 평면도
람세스 2세의 좌상 한쌍

원래는 6개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제 1 탑문 앞의 석상들은 현재에는 한 쌍의 좌상과 하나의 입상만이 남아 있습니다. 좌상의 형태로 만들어진 한 쌍의 석상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시면 앞서서 말씀드렸던 이중 왕관을 파라오가 쓰고 있는 모습을 분명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중 왕관은 각각 남부 이집트, 그러니깐 상이집트와 북부의 하이집트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개의 왕관을 이중으로 동시에 쓰고 있다는 것은 그 파라오 두 이집트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파라오는 ‘두 땅의 주인(nb-tAwy)’이라는 호칭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 외롭게 하나만이 남아 있는 이곳의 오벨리스크도 원래는 한쌍으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한 쌍의 오벨리스크 가운데 나머지 한 개는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으로 옮겨져 있는데, 이 파리의 오벨리스크는 19세기 이집트의 통치자였던 무하마드 알 리가 프랑스 왕 루이 필립에게 선물로 보낸 것입니다. 한편, 오벨리스크의 답례로 프랑스왕 루이 필립은 시계를 하나 보냈는데  이 시계는 현재 카이로의 알리 모스크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람세스 2세의 오벨리스크
프랑스 파리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에펠탑에서 바라본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카이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에 설치된 '프랑스 산' 시계(사진: Wikimedia)

제 1 탑문에는 유명한 카데시 전투의 장면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카데시 전투가 무척이나 유명한 전투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여태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줄로 압니다. 자세한 설명은 이후에 아부심벨을 찾게 될 때에 또 말씀드리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당대의 초강대국인 이집트 신왕국과 이집트의 라이벌 국가였던 히타이트 제국이 오늘날 시리아의 카데시 지역에서 벌인 전투’정도로만 가볍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카데시 전투의 전투장면은 이곳 룩소르 신전뿐만이 아니라 카르나크 대신전, 라메세움, 아부심벨 신전 등 람세스 2세가 건설에 참여하였거나 홀로 지었던 건축물들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람세스 2세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애써서 자랑했던 군사적 업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이집트가 겨우겨우 패배를 면하고 무승부로 체면을 차린 전투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룩소르 신전 제 1 탑문에 그려진 카데쉬 전투 장면

 

/사진: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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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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