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신나는 방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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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신나는 방학이에요!
2016.08.16 15:25 by 지혜

여름은 여름이라 좋은 아이에게 <헤엄치는 집>, <심심해서 그랬어>

먼저 엄마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

 “여름 방학 잘 보내셨나요?”

초록이의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났다. 이제 나에게 '방학'은 듣기만 해도 설레던, 예전의 그 방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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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사계절만 해도 그렇다. 더 이상 계절의 다름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봄은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불안하고 여름은 각종 유행병과 더위 때문에 힘들다. 가을이 그나마 낫지만 편도가 약한 초록이가 감기에 잘 걸리니 습도에 유의해야 한다. 겨울로 넘어가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예민하게 굴어야 한다. 조금만 느슨해져도 초록이는 열이 펄펄 끓는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계절을 꼽으라면 바로 지금, 여름이다.

일단 방학이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방학인데, 날씨가 이렇게 극단적이니 밖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갈 곳이 몇 군데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이와 둘이 집에 있으면 시계의 시침은 느릿느릿, 내 눈치 따윈 보지 않고 기어간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진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해와 더불어 아이도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기 때문이다.

더워서 암막 커튼도 못 쓰는 여름에는 이른 아침부터 방 안으로 환한 빛이 자꾸만 들어온다. 그 빛에 아이의 두 눈이 번쩍, 뜨인다. 엄마들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아주 가끔씩 아이가 눈뜨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그럼 나는 재빨리 눈을 꾹 감고 자는 척을 한다.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빌면서. ‘다시 잠들어 초록아, 제발.’

물론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내 몸을 일으킨 아이는 “엄마 빨리 일어나아아아~ 같이 노오오올자아~” 내 몸을 막 치대다가 “참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갈거야? 응? 응?” 묻는 것으로 우리의 하루를 새벽같이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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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났으면 일찍 자기라도 하던가. 그렇지만 한번 바깥으로 나간 아이는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집으로 가야 씻기고 먹이고 재울 텐데, 그래야 나도 좀 쉴 수 있는데. 여름의 맛을 알기 시작한 초록이는 땟국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하고 아직 하늘에 해님이 있는데 왜 집에 가야 하냐고 고집을 부린다.

이렇듯 조기 출근과 야근으로 점철된 것이 엄마들의 여름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더운 것도 괜찮고 뜨거운 것도 괜찮다. 가볍게 옷을 입는 것이 좋고 시원한 분수 속으로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좋고 단물이 듬뿍 나오는 수박 한입이 좋다. 여름은 여름이라 좋은 것이다.

온 몸이 땀으로 끈적거리는 무더운 여름이 누군가에게는 고된 계절, 누군가에게는 신나는 계절이 되어 지나간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이러한 여름의 솔직한 풍경이다. 멋지고 즐거운 여행의 계절이 아니라 우리들의 집 안으로 들어온 여름, 아이와 엄마의 보통날들에 대하여.

 

속 시원한 상상, <헤엄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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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최여름은 같이 놀고 싶어 아빠와 엄마를 부르고 또 부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겨우 “지금 바쁘니까 혼자 놀아”라니. 심지어 엄마가 바쁜 이유는 ‘아이와 함께 하는 부모 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뜨끔, 내 마음이 좀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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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라고 해서 물장난을 쳤더니 이번에는 집 안이 온통 물바다가 되겠다고, 얌전히 놀지 않는다고 혼난다. 그러나 다행이다. 우리의 최여름은 기죽지 않는다. 어차피 혼난 거 진짜 물바다를 만들어 볼까.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로 집 안을 가득 채운 뒤, 물안경을 쓰고 ‘자, 출발!’

모두가 둥실둥실 춤을 추듯 헤엄을 친다. 얄미웠던 ‘아이와 함께 하는 부모 교육’ 책까지 너울거린다. 헤엄치는 집에는 문어도 오고 대왕 고래도 온다. 신나는 물 속 세상이다. 물론 이 곳은 여름이의 상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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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같은 집에서 온종일 헤엄을 칠 수 있다니, 폭염도 두렵지 않은 시원한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시원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엄마 아빠의 표정들을 자세히 보자. 여름이는 ‘귀여운’ 복수 중이다.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얌전히 놀라고만 소리치던 엄마 아빠는 헤엄치는 집 안에서는 한 마디도 못한다. 물속에서 입만 뻐끔, 힘겹게 버둥댈 뿐이다. 그런 엄마 아빠 옆에서 여름이는 아주 즐거워 보인다.

속 시원한 통쾌함이 초록이에게도 전해지는지 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많이 웃는다. 엄마가 안 놀아줄 때 아니면 엄마한테 혼났을 때, 초록이도 이렇게 속 시원한 상상을 했을까? 그렇다면 엄마의 표정은 어떻게 그렸을까?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심심해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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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운데에서 멋쩍게 웃고 있는 저 아이의 이름은 돌이다. 누군가 앞서 가던 돌이를 불러 세운 것 같고, “이 녀석아 왜 그랬니?” 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돌이가 대답한다. “심심해서 그랬어”

아이들의 몸은 늘 소리를 낸다. 웃고 울고 떠들고 뛰고 구르는 소리가 아이의 주변을 맴맴 돈다. 당연하던 소리가 갑자기 그치고 아주 조용해질 때가 있는데 대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심심해서, 그리고 궁금해서. 아이의 무료함과 호기심이 이끄는 일들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니, 갑자기 조용해졌다면 재빨리 아이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돌이네만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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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빠는 호미 들고 밭 매러 가고, 돌이는 강아지 복실이랑 둘이서 집을 보려니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뒷마당 동물들에게 같이 놀자고 한다. 염소 고삐도 풀어 주고 토끼장과 닭장도 열어 주고 돼지우리랑 외양간 문도 따 준다. 동물들은 신이 나서 뛰어 나와 이 밭 저 밭을 쏘다니며 잎을 쪼고 열매를 밟아 농사를 다 망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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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도 돌이지만, 밭 위를 열심히 뛰어다니는 동물들을 보면 초록이와 초록이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엉망이 된 땅들도 왠지 익숙하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아이들이 지나간 방은 꼭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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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익숙한 모습은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이다. 돌이가 심심해서 저지른 모든 일들은 결국 엄마와 아빠가 정리를 했다. 엄마는 야단을 치고 돌이는 엄마한테 매달려 운다. 우리에게 몹시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라 이 뒤에 이어질 풍경도 알고 있다. 엄마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돌이를 시원하게 목욕 시키고, 달콤한 복숭아 하나 하얗게 깎아서 돌이 앞에 내놓을 것이다. 선풍기 바람 앞에서 돌이는 복숭아 한입 베어 물고 방긋, 그렇게 한낮의 무더위가 사그라진다.

최여름과 돌이의 여름이 자기의 여름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초록이는 알고 있을까? 겨우 일주일 남짓한 여름 방학 동안 나는, ‘엄마 지금 바쁘다’는 소리를 달고 있었고 온종일 놀아도 더 놀고 싶은 초록이가 버거워서 야단을 몇 번 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초록이는 또 같이 놀자고 졸랐으며 늘 예상을 벗어났고 기가 막힌 시도를 계속했다.

엄마에게 여름은 고된 계절이다. 하지만 최여름과 돌이 그리고 초록이처럼 신나는 상상과 새로운 경험을 잔뜩 쥐고 있는 아이가 귀여워, 커다랗게 웃을 수 있는 계절도 여름일 것이다. 우리의 여름이 이렇게 지나간다.

  Information

 <헤엄치는 집> 저자: 최덕규 | 그림: 최덕규 | 출판사: 국민서관 | 발행일: 2014년 6월20일 | 가격: 12000원

 <심심해서 그랬어> 저자: 윤구병 | 그림: 이태수 | 출판사: 보리 | 발행일: 1997년 4월 30일 | 가격: 9000원

/사진: 지혜

그림 같은 육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신 개념 육아일기. 이를 통해 ‘엄마의 일’과 ‘아이의 하루’가 함께 빛나는 순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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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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