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 신전의 재구성
룩소르 신전의 재구성
룩소르 신전의 재구성
2016.08.18 09:53 by 곽민수

지난 시간에 고대 이집트 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룩소르 신전을 소개했는데요, 이번엔 신전 곳곳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 합니다.

룩소르 신전 평면도

신전의 제 1 탑문 뒤로는 제 1마당(람세스 2세의 마당)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습니다. 제 1 탑문과 같이 람세스 2세 시대에 만들어진 57m x 51m 규모의 이 널찍한 공간은 아멘호테프 3세가 세운 제 2 탑문까지 이어집니다. 74개나 되는 원기둥으로 조성된 아주 인상적인 공간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곳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난데없이 등장하는 모스크(mosque⋅이슬람교의 예배당)입니다. 제 1 탑문에 기대어서 지어진 이 모스크에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배가 드려지고 있습니다.

제 1 마당 (북동쪽에서)
제 1 마당 (북서쪽에서)
제 1 마당 (남동쪽에서)
제 1 마당 (남서쪽에서). 아부 엘-학가그 모스크가 눈에 들어옵니다.

고대 이집트 신전에서 만나는 이슬람교와 기독교

이 모스크의 이름은 ‘아부 엘-학가그(Abu el-Haggag)입니다. '순례객들의 아버지'란 의미의 아부 엘 학가그는 이곳 룩소르에 이슬람을 포교하며 훗날 이슬람의 성자로 추앙받은 인물의 이름입니다. 학가그는 1174년 이라크의 모술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소년 시절 고아가 되었지만 훌륭한 상인을 거쳐 결국에는 엄청난 부자가 되었습니다. 40대가 된 이후에 꿈과 열정을 가지고 이곳 이집트로 건너와 이슬람을 진지하게 공부한 후에 이곳 룩소르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이슬람을 전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룩소르 신전 사이로 보이는 아부 엘-학가그 모스크

만들어진 지 천 년이 훨씬 지난 신전의 탑문에 기대어져서 지어진 이슬람 시대의 모스크는 룩소르 신전이 갖고 있는 다층적인 역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신전 역사의 복잡한 층위를 보여주는 것은 이 모스크만이 아닙니다. 신전은 지어질 당시에는 분명 고대 이집트의 아멘신과 그의 부인 무트 신과 아들 콘수 신을 위하여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로마 시대 이후에는 이집트로 전해진 기독교의 교회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에도 신전 곳곳에서는 예수와 그의 12 제자, 그리고 십자가가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이 이곳이 기독교도들에게 무척이나 유용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보다 속 싶은 신전의 모습

지금은 거의 무너져버린 제 2 탑문은 아멘호테프 3세에 의해서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탑문 앞에 세워진 한 쌍의 석상은 다시 한 번 람세스 2세의 것인데, 이쯤 되면 ‘이 인간 참 징하네’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이런 느낌보다도 훨씬 더 대단한 수준입니다. 이집트의 온 국토가 전부 ‘람세스 2세의 놀이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이 떡하니 앞에 앉아 있는 두 번째 탑문을 지나게 되면 하나의 회랑을 만나게 됩니다. 높이가 16미터에 이르는 14개의 원기둥이 50미터의 길이로 늘어서 있는 이 회랑은 원래는 천장으로 덮여 있었습니다만, 현재는 그 천장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걷다보면 어쩐지 천상으로 오르는 듯 한 기분이 들어 슬그머니 경건해집니다. 이것은 신전의 가장 신성한 공간에 이르기 위해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공들여서 고안해낸 구조인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이집트의 신전들은 신전의 핵심부가 입구보다 조금 더 높게 지어졌습니다. 이 회랑의 가장자리에는 또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투탕카멘과 호렘헵 시대에 지어진 외벽에 새겨진 부조들입니다. 벽에는 오페트 축제 때에 룩소르의 3신이 배를 타고 카르나크에서 룩소르 신전으로 향하는 모습과 다시 카르나크로 돌아가는 여정이이 꽤나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제 2 탑문 앞 람세스 2세
제 2 마당에서 바라본 대회랑
열주실에서 바라본 대회랑
부조가 새겨져 있는 대회랑의 외벽

대회랑을 통해서 이어지는 것은 ‘태양의 마당’이라고도 불리는 제 2 마당입니다. 이곳은 45×50m의 규모로 파피루스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64개의 원기둥들이 삼면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태양의 마당은 32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 열주실로 이어지는데, 열주실이 등장한다는 것은 이제 완벽하게 지붕으로 덮여있는 신전의 지성소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천장으로 덮여진 신전은 원기둥이 있는 열주실로 시작한다.’, 이것은 꽤 오랫동안 사용되어오던 이집트 신전의 구조에 관한 일종의 규칙이었습니다.

제 2 마당의 기둥들
열주실

23개의 방과 27개의 지성소로 구성되어 있는 이 곳은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는 천장으로 다 덮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천장이 남아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독교 시대에 이곳은 교회로도 사용되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곳곳에 예수와 12제자의 그림, 그리고 십자가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신전에서 이교도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공간이 기독교인들에 의해서 사용되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겨 놓은 건축물을 기독교인들이 교회로 사용한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부조 위에 프레스코화로 그려진 예수의 12 제자들

원래 이 곳은 여러 파라오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기 자신의 지성소를 계속해서 지었던 장소입니다. 신왕조 시대의 파라오들과 그 이후의 파라오들 뿐만이 아니라 이후의 이집트를 통치하며 파라오 대우를 받았던 로마황제들까지도 이곳에 예배소를 지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곳 신전 내부에 자신보다 훨씬 더 과거의 파라오였던 아멘호테프 3세를 모방하여 자신 직접 이집트의 신들을 경배하는 부조를 남겨 놓았습니다. 또한 그는 역시나 군사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인지라 고대 이집트에서 정복왕으로 이름난 투트모스 3세를 찬양하는 비문도 새겨놓았습니다.

아멘 신을 대면하는 알렉산더. 룩소르 신전의 부조.
신성문자로 쓰여진 알렉산더의 이름: 우측에서 좌측으로, A-r-k-s-i-n-d-r-s
룩소르 신전의 알렉산더 예배소

신전은 마지막 방은 ‘아멘호테프 3세의 지성소’라고 불리는 곳으로 지성소 중의 지성소, 룩스르 신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였습니다. 신전이 실제로 사용되던 당시에는 오로지 고위 신관들과 파라오만이 들어올 수 있었던 곳이니, 오늘 이곳을 찾은 우리들은 어떤 면에서는 행운아입니다. 그렇지만 현재에는 신전 외부의 도로에 직접 닿아있어서 과거의 경건했던 분위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여러분들의 상상력만이 그 경건함을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룩소르 신전 (사진: nemesusa.org)
룩소르 신전 위성 사진 (사진: 구글어스)

 

/사진: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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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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