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에게 쉼이 꼭 필요한 이유
사회복지사에게 쉼이 꼭 필요한 이유
사회복지사에게 쉼이 꼭 필요한 이유
2016.08.31 16:58 by 윤민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를 ‘좋은 일 하는 사람들’로 여깁니다. 하지만 이 말 속엔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이란 편견도 숨어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직입니다. 아동, 청소년,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우리 사회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대상도 많습니다. 직무의 특성상, 사회복지사가 아닌 사회복지 대상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저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진:joana3d/shutterstock.com)

사회복지사가 겪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거나 폭언‧폭행‧성희롱 피해를 입기도 하며, 사회복지공무원의 경우 민원인에게 폭언을 들은 비율이 무려 8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회복지사의 감정노동 수준(5점 만점)은 3.9점, 사회복지 공무원은 4.2점으로 높게 나타났지요. 폭언‧폭행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우울감, 소진 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중부재단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내일을 위한 休(휴)’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복지사에는 안식월 휴가비를, 기관에게는 복리후생비를 지원하고 있지요. 개인 단위의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관 당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데, 각 사회복지시설에서 안식휴가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내일을 위한 휴는 사회복지사가 쉬어야 하는 이유를 사회에 알리고, 나아가 사회복지사가 단순 봉사인력이 아닌 전문 인력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안식휴가 제도화에 힘쓰는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지난 10여 년간 내일을 위한 휴에 선정된 사회복지사는 460여 명에 달합니다. 기관에서 안식휴가를 제도로 정착시킨 경우도 있는데요. 경기도 안양시 달안로에 위치한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난 8월 5일,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에서 만난 이훈 관장은 “안식휴가 정착을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 2010년 ‘내일을 위한 휴’에 지원했다”고 말합니다.

이훈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관장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은 2010년에 사회복지사 안식휴가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안식휴가를 제도로 안착시키는 게 쉽지는 않은데요.

장기 근무한 직원들의 사기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안식휴가를 떠올렸어요. 하지만 각 기관마다 재정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안식휴가를 지원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안식휴가를 제도화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죠. 중부재단의 ‘내일을 위한 휴’ 같은 안식휴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운영위원들을 설득하기가 용이하겠다고 생각했죠. ‘내일을 위한 휴’에 한 번 선정되면, 기관에서 3년 연속 안식휴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저희 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면 안식휴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인사위원회를 통과하면 휴가를 떠날 수 있습니다.

중부재단의 지원 이후에는 어떻게 재정적인 조달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중부재단뿐만 아니라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에서도 2014년부터 안식휴가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규모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후원자분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도 있고 법인 전입금으로 지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록 비용을 지원 못하더라도 휴가 기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안식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이미 중부재단의 지원을 통해 세 분이 안식휴가를 가셨으니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회복지사 안식휴가 제도가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는지요?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복지사의 복리후생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이 아니라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이란 인식 때문입니다. 같은 선상에서 사회복지사가 안식휴가를 갖는 것에 대해 지자체나 공무원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보조금으로 휴가 비용을 주냐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자신이 속한 기관에 안식휴가라는 제도가 있는 것 자체로 사회복지사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은 10년 이상 근속자에게 부상으로 금배지를 주고, 근속 5년 이상부터는 안식휴가를 신청해서 갈 수 있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지난 6월 안식휴가를 다녀온 김란희 사회복지사 이후로도 더 많은 직원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01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얼마나 되는지요?

재미있는 건 2008년에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으로 이직한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이곳이 첫 직장이에요. 현재 사무국장님이 16년차이고, 다른 분들도 5년이 넘었죠. 복지관 초창기에는 근속년수가 1년 조금 넘었을 뿐이었어요. 지속적으로 처우를 개선해서인지 근속기간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관장님 역시 2010년에 ‘내일을 위한 휴’에 선정됐고 안식휴가를 가졌습니다. 휴가를 갔을 때 기관의 방향성을 많이 고민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을 위해 물꼬를 터주고 싶어서 2010년 내일을 위한 휴 안식월에 지원해 선정됐습니다. 저 역시 사회복지사로 10여 년 이상 근무하다 소진된 상태였어요. 안식휴가 기간에는 사회복지 선배님을 찾아뵙고 배우는 활동들로 주로 계획했죠. 제가 존경하는 한덕연 사회복지정보원장은 저서 <복지요결>에서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이란 표현을 쓰셨어요. 누구나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사람답게 살고, 얼마를 가졌든 서로 나눠먹는 정이 있는 동네를 사회답다고 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사도 그렇게 일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작정 쉬는 것보다는 새롭게 개관하는 복지관을 많이 다니고 공부했어요.

안식휴가를 다녀와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확신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구상한 것들을 사회복지사들이 일하는 데 적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안식휴가를 가기 전에는 직원 포상, 평가나 운영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해서 우물 안에 있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시야가 좀 더 넓어졌어요.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가능한 한 기관운영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요. 정보도 많이 공유하고 결과나 수치보다는 과정을 중심으로 사업을 평가합니다. 처우나 복리후생에서도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2008년에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으로 온 후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인건비 가이드라인보다 상회하죠. 대우에 자부심이 있어야 일할 때도 자부심이 생길 것 같아요. ‘패밀리 데이’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한 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도 있어요. 업무 시간 외에 각자 소소하게 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죠. (웃음)

03

04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사무실 풍경.

“행복은 전이된다고 하잖아요”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에서는 이훈 관장 이후 두 명의 사회복지사가 안식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 중 한 명인 김란희 팀장은 얼마 전 한 달간의 안식월을 가졌는데요. 사회복지사가 된 지 9년만의 일이었습니다.

김란희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 팀장

김란희 팀장은 고등학생 시절, 교회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회복지사의 영향으로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렇게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김란희 사회복지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사례관리팀에 있을 때는 매일 힘든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사회복지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요.

주말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날이 많았지만, “자신의 일에 공감하고 어떤 도움이든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힘이 났다”며 김란희 사회복지사는 밝게 웃습니다. 지난 6월, 내일을 위한 휴에 선정돼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에서는 세 번째로 안식휴가를 다녀온 김란희 사회복지사를 만났습니다.

안식휴가를 다녀온 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몸이 가벼워졌고 스트레스도 많이 떨쳐버렸어요. 휴식을 취한 만큼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굳게 했죠.

안식휴가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요?

한 달이라는 시간을 쉴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거든요. 무료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 개인의 쉼, 가족과의 쉼, 쉼의 정리 등 저 나름대로의 테마를 만들었어요. 특히 9년차 사회복지사이자 팀장으로서 제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저와 같은 연차나 직책에 있는 동료들을 만나 고민을 나눴죠. 그러면서 나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란 생각에 위안도 받고 방향성도 찾을 수 있었어요.

또 지금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이렇게 쉬어본 적이 없었어요. 바쁜 일상을 사느라 집이 편안하지 않고 잠만 자다 나오는 하숙집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죠. 모처럼 남편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남편도 좋아했어요. 친정과 시댁이 함께 여행하는 시간도 마련했고요. 부모님들께서 좋아하셔서 그걸 보는 저도 정말 기뻤어요.

오랜만에 떠난 가족과의 여행.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가 함께 담소 나누시는 모습.
전 직장동료와 함께 제주도에서.

안식휴가를 떠나기 전에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일선 사회복지사로 시작해 팀장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하지만 팀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잘 하고 싶지만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고, 사람들이 바라는 팀장의 모습과 제가 꿈꾸는 팀장의 모습이 다르다 보니 서로 부딪히는 점도 있었죠. 내적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가 된 후 안식 휴가를 가질 수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눈치가 보이는 거죠. 제가 휴가를 갔을 때 다른 분이 업무를 대신하도록 부탁드리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쉼을 다녀 온 후 생각이 바뀌었어요. 휴식이 꼭 품앗이 같다고 할까요. 내가 쉬면 이 사람이 도와주고 저 사람이 쉬면 그 역할을 내가 도와주는 것처럼 서로 서로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사, 동료와의 신뢰가 두텁기에 믿고 갈 수 있었죠. 아마도 저희 기관에 5년 이상 장기 근무한 직원들이 많아 단단한 팀워크가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각자 업무도 잘 알고요.

안양시부흥사회복지관은 안식휴가를 얼마든지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안착 된 것 같아요.

맞아요. 이훈 관장님도 안식휴가를 다녀오셨고 저 이전에도 안식휴가를 다녀오신 분이 계세요. 세 번째로 제가 기회를 가졌던 만큼 다른 직원들도 다음에 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식휴가 제도가 근속 기간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휴가를 다녀오시고 첫 출근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많은 분들이 “복귀하기 싫겠어요.”라고 말씀 하셨는데 생각 외로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웃음)

일각에선 '사회복지사가 왜 안식휴가를 가져야 되는가'란 질문을 하기도 해요. 다른 직업들도 힘든건 마찬가지라면서요.

행복은 전이된다고 하잖아요. 이 사람이 행복하면 저 사람도 행복해져요. 사회복지사가 가정, 건강 등 개인적인 삶이 무너지면 다른 좋은 것들을 생각하지 못해요. 사회복지는 능력만 뛰어나다고 감당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에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개성, 특성이 다른 사람들과 엮였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사회복지사가 튼튼해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힘을 줄 수 있어요.

9년 만에 쉼표를 찍은 만큼 앞으로는 어떤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으세요?

9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전 제 경험이 바탕이 돼서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사회복지에서의 쌓은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렇게 배우면서 성장했고요. 안식 휴가까지 다녀온 만큼 후배들에게 오랫동안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이런 쉼을 얻기도 했어.”라고.

11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자본과 인력, 인지도 부족으로 애를 먹는 스타트업에게 기업공개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단숨에 대규모 자본과 주목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파트너와 고객은 물론, 내부 이...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되는 스타트업 30개 사는 어디일까?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