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대륙의 등골브레이커, 무서운 집값

 

“여기가 인제 다 중국 땅이라며?”

언젠가 제주도 여행을 할 때 지인이 불쑥 꺼낸 말입니다.

 사실 제주도에 ‘차이나머니’가 집중되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죠.

요즘은 그 대상이 서울까지 확대됐다고 합니다.

홍대, 연희동, 가로수길 같은 핫한 상권이 주요 타깃이죠.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어떻게 봐야할까요?

자국 내 행보를 보면 결과를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Svilen G/shutterstock.com)
(사진:Svilen G/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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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A씨(30대 미혼 직장인): “올해 마지막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베이징 외곽으로 이사를 가야해요. 집값이 너무 올라서요. 오르라는 월급은 몇 년 째 그대론데, 집값은 1년 단위로 수 십 만원씩 오르니, 형편이 도무지 나아지질 않네요.”

 

B씨(40대 기혼 가장, 사업가): “사업장 운영비용 중 늘 부담스러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임대료의 압박입니다. 사업의 특징 상 수익은 매달 들쑥날쑥한 반면, 월 1천만 원을 훌쩍 넘는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하니까요. 베이징에서 사업하는 사람에게 높은 부동산 임대료는 분명 큰 부담입니다. 최근에는 베이징을 떠나, 한국인들이 비교적 많이 거주하는 연교와 통저우 등 외곽 지역으로 사업장 이동을 고려하는 분들도 꽤 증가하고 있죠.”

 

C씨(20대 유학생): “학교 기숙사 한 달 거주 비용이 무려 6600위안(약 1백 20만원)입니다. 1년이면 자그마치 2천 6백만 원이 집값으로만 들어가는 거죠. 여기에 식비, 수업료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동기들 사이에 ‘집값이 매년 이 기세로 오른다면, 차라리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통학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중국에서 사는 것의 어려움을 꼽자면, 초창기엔 낯선 음식으로 인한 피로감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1년 즈음이 지난 시점부터는 지나치게 비싼 집값의 부담감으로 고민하기 시작하죠. 중국 현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서 들을 수 있는 ‘중국살이’의 고단함. 그 목소리엔 언제나 이 같은 집값 문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 번 치솟기 시작한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 중인 걸까요. 그 실체에 대해서 토로하고자 합니다.

 

(사진:petrmalinak/shutterstock.com)
(사진:petrmalinak/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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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필자가 수년째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에서 만난 지인들은 직장인이거나 사업가, 혹은 학업을 위해 정착한 유학생들까지 다양합니다. 모두 큰 꿈을 안고 왔지만, 매년 큰 폭으로 치솟고 있는 중국의 집 값 문제로 큰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같은 형편이지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베이징 주요 거주지역의 아파트 월세 값은 평균 수 백 만원에 달하는 데, 이들이 회사로부터 받는 평균 월급은 월세 수준을 밑도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각 개인이 지급받고 있는 월급 수준이 부동산 가격의 성장 폭을 따라잡지 못 한다는 얘기죠.

 

때문에 그저, ‘이들 중 상당수가 월급보다 비싼 거주지 임대료를 위해 또 다른 지역에 소유한 자가주택에서 지급받는 임대료를 활용할 것’이라는 짐작만 해 볼 뿐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각 개인적 차원에서의 임금 수준과 타지에 소유한 자가 주택 여부 등의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국가적으로 매년 큰 폭으로 치솟고 있는 부동산 시장 가격 형성에 대해 의문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조작설’을 운운하며 부동산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등장해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최근 중국 거주지역전문연구기관 이쥐(易居)연구원이 공개한 ‘중국대도시 주택거래량 보고’에 따르면 “중국 100대 도시의 주택 가격은 15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지난 7월 기준, 현지 유력 일간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 보도내용)

 

수 년째 계속되는 등골브레이커로 지목된 부동산 가격을 풍자한 삽화. (출처:환구신문(环球新闻))

수 년째 계속되는 등골브레이커로 지목된 부동산 가격을 풍자한 삽화. (출처:환구신문(环球新闻))

 

이들이 공개한 지난 7월 중국 100대 도시 주택 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7월 중국 100대 도시 신규 주택 ㎡당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1.63% 상승한 1만 2,009위안, 상승률은 전월보다 0.31%p 확대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5개월 연속, 동기 대비 상승률은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전월 대비 가격이 상승한 도시는 무려 66곳에 달한 것이죠.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 부동산 투자자의 시선이 2~3선 도시로까지 쏠리며 부동산 시장 과열 분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소재한 약 30여 곳의 도시 신규주택 거래면적은 총 2563만㎡로 전월대비 134%, 전년 동기대비 82% 이상 증가하는 등 기존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부동산 과열 분위기가, 이제는 중국 전역에 걸쳐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항저우(杭州), 톈진(天津) 등 2선 도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뜨거워지면서 항저우의 3월 신규주택 거래량은 전월대비 무려 322.1%, 톈진은 260.7% 이상 증가했다고 해당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열기는 사실상 중국 중앙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시장 완화 조치에 따른 것이며, 그 원인에는 부동산 값이 올라야만 정부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독특한 세수 구조 탓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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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으로 인해, 근로자 임금 수준과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 삽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금근로자에게 돌아간다. 출처/환구망(环球網)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으로 인해, 근로자 임금 수준과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 삽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금근로자에게 돌아간다. (출처:환구망(环球網))

 

실제로 최근 국가통계국(國家統計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 가운데 약 15%가량이 부동산 관련 세수이며, 이는 소득세(29%) 및 부가가치세(2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죠.

 

특히 중앙 정부를 제외한 상당수 지방 정부의 부동산 세수의 비중은 더욱 놀랍습니다. 상당수 2~3선 도시를 포함한 중국 전역의 소규모 도시의 조세 수입 가운데 토지사용권 판매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대부분이죠. 때문에 상당수 지방 정부에서는 정부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 부동산 부양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며, 때문에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가격 형성에 정부가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죠.

 

더욱이 일부 지방 정부에서는 세원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토지를 매각하거나 매입하는 등 지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를 이용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으며, 지방 정부와 결탁한 일부 기업체에선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말 많고 탈 많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외국인들에게도 자국의 부동산 매매에 ‘자유’를 주겠노라며 완전한 시장 개방을 약속했습니다.

 

특히 지금껏 부동산 매매 대상자에서 제외됐던 1년 미만의 중국 거주자에 대해서도 자유로이 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원하는 이에게 구입가격의 최대 85%(단,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서는 80%까지만 허용)라는 높은 대출금을 금융권을 통해 지원토록 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외국자본까지 끌어들이는 ‘무리수’를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부동산시장의 공급 과잉과 주택 시장의 버블 현상 발생 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정부 운영 세수 가운데 부동산 관련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도시에서 주택 가격의 버블 현상이 발생할 경우, 향후 관련 국영기업의 부채로 인한 공기업의 몰락과 지역 금융의 잇따른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죠.

 

수년간 현지 부동산 시장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이 같은 중국 내 부동산 과열 분위기는 좀처럼 시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과열분위기는 수 년 째 도시 근로자들의 '등골브레이커'로 악명이 높은 상황이다. (사진:왕이재경(网易财经))

중국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과열분위기는 수 년 째 도시 근로자들의 ‘등골브레이커’로 악명이 높은 상황이다. (사진:왕이재경(网易财经))

 

그러면서 필자의 눈에 비친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마치 십 수 년 전 한국의 일부 도시에서 불야성처럼 등장했던 ‘떴다방’ 등 부동산 과열 업체와 이를 조장하는 지방 정부, 기업 등의 모습이 마치 그 때의 볼썽사나웠던 한국을 재연하는 듯 ‘오버랩’ 됩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불 보듯 뻔한 비관적 결과 앞에, 언제나 피해자는 평범한 국민이라는 점입니다.

 

비교적 늦은 개방 정책(1991년 시장개방화)으로 인해 늦은 개방화와 개발을 아쉬워했던 중국이기에, 이왕에 한 발 늦은 출발이라면 앞서 이 모든 비관적 상황을 체험해야 했던 일부 선진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같은 문제만큼은 반복하지 않길 소망해 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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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 소개

서울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 국회출입기자로 4년 여간 활동, 서른을 한 해 앞둔 무렵, 아무 연고도 없는 베이징으로 무작정 건너와 현재는 프리랜서 통·번역, 여행 칼럼을 쓰며 자유로운 삶을 만끽 중이다.

  • Reona

    정도야. 중국에서 기획 부동산 공사한번 할까??!!

  • cathy yang

    어째 한중일은 다들 돌아가며 버블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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