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쿰쿰한 된장

 

쌀밥보다 면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꼭 쌀밥을 먹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쌀밥에 김치 조금, 그리고 한 그릇의 된장국이 그리워 지는 날들. 자취를 시작했던 즈음의 나에게도 그런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나는 당장에 마트로 나가 된장을 한 통 사왔더랬다. 멸치로 육수를 내고, 된장을 풀고, 시금치와 두부를 넣어 된장국을 한 냄비 가득 끓이고는 한 그릇 퍼서 단촐하게 밥상을 차렸다. 하지만 된장국은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어딘가 미묘하게 달고, 쿰쿰한 냄새가 나지 않아 싱거운 맛. 어려서부터 먹던 맛은 확실히 아니었다. 전화로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SOS를 쳤고, 며칠 후에는 시골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을 받아볼 수 있었다. 그제사 된장국은 제 맛을 되찾았다.

 

DSC_9383

 

뭔가 부족한 된장국이 단순히 내가 집된장 맛에 익숙해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그 날로 부터 꽤 지난 후의 일이었다. 시중에 파는 된장은 균도 일본식 균을 쓰는데다가, 콩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밀을 적당히 섞어 만든다. 사실상 일본의 미소에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제는 시판 된장들도 많이 개선되어 균도 달리 사용하고 밀의 비율도 많이 줄였다지만. 우린 가끔 탈을 쓰거나, 혹은 이름 뒤에 숨어 행세하는 것들을 본다. 그런 것들은 대개 달고, 가볍고, 쉽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진짜’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한다. 

 

 

혼자 먹기 : 된장

 

  1.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시판된장과 재래된장의 맛에는 차이가 있다. 된장의 풍미를 좋아한다면 재래된장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2. 된장의 경우 오래 끓이면 풍미가 진해지지만, 미소의 경우 풍미가 날라간다.
    TIP 미소를 조리할 경우에는 육수를 낸 후에 불을 끄고 밥상에 올리기 직전에 풀어서 낸다.
  3. 된장에는 기본적으로 콩 부스러기 등이 많기 때문에 깔끔하게 내기 위해서는 체를 이용하면 좋다.
    고운 체에 개어주면 국물이 맑다.
    고운 체에 개어주면 국물이 맑다.
  4. 오래된 된장은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식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된장 레시피 : 된장 칼국수

 

DSC_9389

 

 재료(2인분)

 

된장 한 큰 술

물 1  l

당근 반 개

애호박 반 개

칼국수 면 2 인분(200 g)

멸치 10~15 마리

대파 한 줄기

다시마 한 장

마늘 다섯 톨

 

DSC_9397

 

레시피

 

  1. 찬물에 내장을 제거한 멸치와 다시마, 대파를 넣고 끓여 육수를 낸다.
  2. 육수를 내는 동안 당근과 애호박은 채썬다.
  3. 육수가 10분 정도 끓었으면 재료들을 건져내고, 마늘을 다져 넣는다.
    TIP 칼칼한 맛을 위해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도 좋다.
  4. 마늘을 푼 다음, 야채를 넣는다.
  5. 야채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어오르면 면을 넣고 삶는다
    TIP 국물이 걸쭉해지는 것이 싫으면 면을 따로 데쳐놓았다가 마지막에 합쳐 삶는 것이 좋다.
    TIP 간이 모자라면 이 단계에서 간을 보는 것이 좋다.
  6. 면이 다 익으면 그릇에 덜어 낸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SHARE :

TAG :

필자 소개

프리랜서 사진 작가. 26세. 사진과 영화, 음식을 사랑하며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먹고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해서 자유를 찾기 위한 방법 모색중.

  • cathy yang

    이미 제 입맛은 달고 가볍고 쉬워졌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