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나크 신전의 하이라이트, 제 2탑문 너머로
카르나크 신전의 하이라이트, 제 2탑문 너머로
2016.09.08 15:44 by 곽민수

지난 회에 파괴가 보존을 낳은 역설적인 공간, 제 2탑문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카르나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 바로 이 제 2탑문 뒤편에서 펼쳐집니다. 이름하야 ‘대열주실’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열주실은 이집트 역사상 지어진 모든 종교 건축물들 가운데서 가장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길이는 100미터가 넘고, 너비도 50미터가 넘는 축구장만 한 크기의 이 공간은 그 규모만으로도 여행자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기  충분합니다. 이 거대한 공간에는 규모에 걸맞은 기둥들이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좌우 양쪽으로 각각 67개씩, 총 134개나 세워져 있습니다. 기둥의 평균 높이는 약 23미터, 둘레는 무려 5미터에 이르는데, 감수성이 완전히 메마른 상태가 아니라면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공간이 주는 압도감에 큰 인상을 받을 것입니다.

이 위대한 공간은 소위 '잘나가던' 파라오들의 건축 경연장이었습니다. 아멘호테프 3세, 람세스 1세, 세티 1세, 그리고 람세스 2세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고대 이집트 최고 전성기를 지배했던 파라오들은 모두 이 공간을 만드는 데에 한 몫들을 단단히 하였습니다. '잘나가던' 파라오들이 관여한 만큼 이 공간은 무엇이든 거대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2 탑문 너머
제 2 탑문에서 바라본 열주실
대열주실의 열주들
대열주실의 열주들
대열주실 열주의 하단부

제 3 탑문과 투트모스 1세의 오벨리스크

이 위대한 열주실의 뒤편에는 보존상태가 썩 좋지는 않아서 밑부분 일부만 남아 있는 제 3탑문이 서 있습니다. 이 탑문은 아멘호테프 3세의 작품입니다. 이곳에서부터 신전 구조는 조금 다이나믹해지기 시작합니다. 제 3탑문의 뒤쪽으로부터 각 탑문 사이의 거리가 리듬감 있게 점점 좁아질뿐더러, 바로 이곳 제 3탑문에서 카르나크 신전의 남북축과 동서축이 교차합니다.

제 3탑문과 제 4탑문의 사이에는 원래 여섯 개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었습니다. 투트모스 1세와 투트모스 3세가 각각 3개씩 만들어 놓은 것인데 현재에는 투트모스 1세의 오벨리스크 하나만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단 하나의 바위로 만들어진 이 오벨리스크는 높이가 22미터, 무게가 140여 톤에 이릅니다.

제 3 탑문과 오벨리스크들 (앞쪽에 있는 우측의 오벨리스크가 투트모스 1세의 오벨리스크, 일부만 보이는 좌측 것은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
제 3 탑문의 남쪽 부분
제 3 탑문의 북쪽 부분
투트모스 1세의 오벨리스크

와제트의 전당

이어서 만나게 되는 제 4탑문을 지나면 14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와제트 전당(Wadjet Hall)’에 이르게 됩니다. 앞서서 지나온 대열주실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 역할을 이곳에서 했습니다. 왕위 계승식이나 왕위 갱신제 같은 주요한 의례들이 열렸었죠. 애초에는 14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공간이었지만 현재에는 기둥의 하단부와 오시리스 상들만이 남아있습니다. 투트모스 1세가 건설을 시작한 이곳은 하트셉수트, 투트모스 3세의 시대를 거쳐 투트모스 1세의 증손자인 아멘호테프 2세 시대에 와서야 완공되었습니다. 투토모스 1세는 이곳을 목제 기둥으로 짓기 시작하였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훗날 투트모스 3세는 모든 기둥을 석재로 바꾸었습니다.

와제트의 전당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

와제트의 전당에는 놀라운 고대의 걸작품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는 높이가 30미터에 이르는데 이것은 현재까지 이집트에서 발견된 오벨리스크들 가운데에 가장 거대한 것입니다. 원래는 쌍으로 지어진 오벨리스크였지만 한 개는 완전히 파괴되어 신전 곳곳에서 그 파편들이 발견되었을 뿐이고,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남은 한 개뿐입니다. 하트셉수트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이 아멘 신의 딸이라는 것을 유난히 강조하였는데, 이 오벨리스크에도 그 문구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멘을 위하여 나는 이것을 이루었다."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
카르투쉬 안에 쓰여진 하트셉수트의 이름, “크누메트-아멘 하트-셉수트” (아멘과 함께하는 제 1의 귀부인)

오벨리스크의 하단 부에는 사람 키 정도의 높이로 석벽이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관광 가이드들과 가이드북은 하트셉수트에게 왕위를 빼앗겨 많은 불만을 갖고 있었던 투토모스 3세가 하트셉수트 사후 그녀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 오벨리스크를 가리는 돌벽을 쌓았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설명이기는 하지만 이는 학계에서는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론입니다. 일단 석벽을 쌓는 과정에서 오벨리스크에 쓰인 하트셉수트의 이름들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선임자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이름을 지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르낙 신전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팀의 고고학적 조사는 이 석벽이 의도적으로 설계된 작은 규모의 탑문의 일부였음을 밝혀냈습니다. 밑에 있는 복원도를 살펴보세요. 이제 여러분은 업데이트된 이론을 알게 되셨으니 혹시 누군가가 구시대의 이론을 가지고 아는 척할 때, 은근슬쩍 반론을 제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돌벽
하트셉수트의 오벨리스크를 감싸고 있는 작은 탑문 복원도 (출처: Digital Karnak)

 

/사진: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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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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