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걸 사수하는 괴짜들, 사소한 인터뷰
사소한 걸 사수하는 괴짜들, 사소한 인터뷰
2016.09.20 11:40 by 김석준

적을 사(), 적을 소(). ‘적고 또 적다’는 뜻이니 부정적일 수 밖에. “사소한 일에 신경 꺼”같은 말들이 일상 예시다. 하지만 이런 사소함도 꾸준히, 그리고 충실히 모이면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에 담긴 힘을 믿는 ‘사소한 인터뷰’팀이다. 지난 2013년 처음 프로젝트 그룹을 만든 이래, 일주일에 한번 씩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내건 기치는 이러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답이 있다.”

12명의 사소한 인터뷰 팀원을 대표해 취재에 응해준 (왼쪽부터) 정재욱(24), 박인혜(29), 김태희(26)씨.

사소한 인터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인혜: 회사는 아니고, 프로젝트 그룹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사람들 얘기를 듣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인터뷰하는 그룹이다. 현재 활동하는 멤버는 12명인데, 대표도 따로 없고 정해진 직책도 없다. 수입 없이 회비로 운영된다.

누구를 인터뷰하는가.

인혜: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처음 섭외 요청을 하면 보통 ‘나를 인터뷰해? 너무 평범해서 인터뷰할만한 게 없을 텐데?’라고 말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면 다르다.

태희: 우리 인터뷰에 응해주는 이들은 자기 생각과 가치가 있고, 그것들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신문에 나온 사람만 특별한 게 아니라, 저마다의 가치와 방향성이 아름답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사소한 인터뷰다.

 

끊을 수 없는 인터뷰의 맛

지금까지 진행한 모든 인터뷰는 사소한 인터뷰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다.(사진: 사소한 인터뷰 블로그)

인터뷰의 매력은 무엇인가

인혜: 온전히 들을 수 있다는 것. 인터뷰를 빌미로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가까운 지인을 인터뷰하더라도 평소에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대놓고 물어볼 수 있다. 평소에 친구와 ‘너의 10년 후의 모습’ 같은 내용으로 대화하진 않으니까. 사소한 인터뷰에는 공식질문이 몇 개 있는데, ‘너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묘비명은 무엇으로?’ 등 삶과 죽음에 대한 것들이다. 그런 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게 인터뷰의 매력이다.

재욱: 이런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뿐만이 아니라 인터뷰이 본인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곤 하더라. 또 하나의 특징은 ‘과정’이다. 기성 매체의 인터뷰는 주로 결과에 집중하지 않나. 성공한 사람들,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 얘기가 주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인터뷰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게 매력이다.

이러한 인터뷰의 매력은 가족 인터뷰에서 잘 드러났다. 사소한 인터뷰를 보면 부모님 등 가족과 한 인터뷰를 볼 수 있는데, 그 인터뷰를 읽는 독자는 ‘나도 가족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을 텐데. 나도 가족과 인터뷰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가족과 많은 대화를 하지만 깊은 대화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 가족 인터뷰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답이 있다’라는 기치와 제법 잘 어울리는 콘텐츠다.

 

인터뷰이에게 배웁니다. 리스펙!

정재욱씨는 자신에게 사소한 인터뷰는 ‘삼통’이라고 했다. 인터뷰이와 소통, 독자와 소통, 팀원과 소통.

인터뷰이 선정은 어떻게 하나.

태희: 인터뷰마다 ‘메인 인터뷰어’가 있고, 이 순서는 매주 정해져 있다. 메인 인터뷰어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인터뷰이를 선정한다. 나 같은 경우는 보통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인터뷰하는 편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내가 가지 못한) 다른 분야의 일에도 미련이 많아서, 다른 길로 가는 선배나 친구를 인터뷰한다.

인혜: 나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청첩장을 너무 많이 받아서 ‘결혼이 뭘까, 사람들은 왜 결혼을 무덤이라고 할까?’ 궁금했다. 그때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커플을 인터뷰했었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태희: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요즘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놀랄 때가 있다. 최근 ‘금수저’란 말이 유행하면서, ‘우린 어차피 안 되는데’라거나, ‘한강 가서 자살이나 하자’, ‘자살각이다’란 말을 선생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인터뷰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많이 알려주었나.

태희: 오히려 인터뷰를 마친 팀원들이 아이들의 깊은 생각에 너무 감동받았다고 하더라. 학교에서는 생각 없이 장난만 치던 애들이었는데, 속으로는 꽤나 진지했던 것이다. 어리고 평범한 아이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인터뷰였다.

인터뷰를 잘하는 법이 있을까.

인혜: 애정이 중요한 것 같다. 인터뷰이에 대한 애정과 내 글에 대한 애정. 일단 인터뷰이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잘 나올 수밖에 없다.(웃음) 질문 자체도 애정이 있을 때 더 다양하다. 인터뷰를 할 때 중요한 요소는 많지만 가장 첫 번째는 인터뷰이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재욱: 솔직함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보통 매체에서 말하는 인터뷰 같은 경우는 과장되거나 조금 각색된 게 있는데 사소한 인터뷰는 정말 솔직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질문지 구성도 잘 해야 한다. 당연히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을 가게 만드는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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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터뷰를 통해 어떤 영향력을 주고 싶은지.

재욱: 대한민국은 너무 일정한 길만 강요하고 그 길로 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본다. 심지어는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조차 불안하게 만든다. 다양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태희: 덧붙여 말하자면, 독자들이 인터뷰를 읽고 ‘진짜 평범한 사람이네, 근데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여건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한 발 내딛지 못할 때,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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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석준, 사소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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