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내 운명’, 종교로 보는 스리랑카의 문화
‘종교는 내 운명’, 종교로 보는 스리랑카의 문화
‘종교는 내 운명’, 종교로 보는 스리랑카의 문화
2016.09.22 14:21 by 황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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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어떻게 되세요?”

스리랑카에서 생활하면서 인사말처럼 받게 되는 질문입니다. 스리랑카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면 먼저 종교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생활하면서, 그리고 여행하면서 느낀 스리랑카의 종교, 그리고 스리랑카 사람들의 신앙에 대해서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스리랑카는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의 다양한 종교가 있는 나라입니다. 시내 곳곳에서도 불교사원, 힌두사원 그리고 모스크가 같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흔한 사원은 불교 사원입니다. 불교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종교로 버스, 기차 등에도 승려들을 위한 배려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전체 인구 대비 종교별 신도 비율은 불교가 약 70%, 힌두교가 약 10%,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각각 7%가량입니다.

콜롬보 시내의 힌두사원
위의 힌두사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모스크

스리랑카의 국기

스리랑카의 국기만 보더라도 스리랑카의 다양한 민족과 종교, 그리고 그 중요성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스리랑카의 국기는 1972년에 제정되었는데요. 국기 왼쪽의 초록색 줄과 주황색 줄은 각각 무슬림‧무어족, 타밀족을 그리고 갈색 직사각형은 다수인 싱할라족을 뜻합니다. 노란색 테두리는 스리랑카인의 통일성을 의미하고요. 갈색 직사각형 속 사자문양은 싱할라족의 상징이자 용맹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됐다고 합니다. 사자문양의 네 귀에 있는 황금빛 보리수 잎은 불교의 상징입니다.

800px-Flag_of_Sri_Lanka

스리랑카 UN공식 휴일

이런 스리랑카의 종교적 특성은 UN스리랑카의 공식 휴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10개의 공휴일이 있는데요. 싱할라‧타밀족의 신년(고유력(歷)에 따른 것으로 4월에 신년 축제를 엽니다), 타밀족의 축제인 타밀 퐁갈, 그리고 라마단과 하지 같은 이슬람 종교 공휴일도 있죠. 뿐만 아니라 굿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기독교 공휴일과 디파발리(deepavali) 같은 힌두족의 축제, 그리고 불교의 베삭(Vesak)과 그 전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아우르고자 고심한 끝에 정해진 휴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로 통하는 싱할라 사람들의 삶

한국에서 불교 국가 하면 흔히 떠오르는 국가는 아무래도 미얀마, 그리고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일 텐데요. 그 불교의 원조가 스리랑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스리랑카는 기원전 3세기경 상좌부 불교를 받아들이고, 10세기 초중반에 태국, 버마,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에 불교를 전파한, 불교의 역사에 있어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스리랑카의 불교는 싱할라족의 역사와 함께하며 왕실, 그리고 싱할라 민족에 의해 보호받아온 종교인데요. 그만큼 반년간의 짧은 파견에도 종교가 사람들의 생활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누라다푸라 스리마하보디 사원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불교사원에 갈 때는 흰 옷을 갖춰 입는 게 예의라고 해서 저도 입어봤습니다.

스리랑카의 불교는 단순 종교나 신앙을 넘어 사람들의 삶 그 자체인 듯합니다. 유엔 사무실 현지 직원 다수도 불교도이기 때문에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나 생명을 중시하는 분위기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날은 사무실에 큰 바퀴벌레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 청소 아주머니께서 약을 뿌리지도 때려잡지도 않고 조심히 빗자루로 쓸어서 문밖으로 풀어주시더라고요. 주변에선 새, 뱀, 다람쥐와 같은 야생동물을 구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들렸고, 걷다 보면 동물들을 위해 먹다 남은 음식을 길거리에 펼쳐 놓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초대받아서 간 친구집에 있던 불상입니다. 매일 향을 피우는 흔적이 남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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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길멍멍이와 길고양이는 사람들을 잘 피하지 않아요.

스리랑카에는 그만큼 다채로운 불교 기념일도 존재합니다. 중요한 불교 의식 중 하나로 포야 데이(Poya Day)가 있는데, 매월 음력 보름날 행해집니다. 공식적으로는 공휴일로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은 쉬는 날인데요. 이날에는 흰 옷을 입고 사원에 가는 스리랑카 사람들을 볼 수 있지요. 마트에서는 육류도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매달 보름이 공휴일이라니 직장인들에겐 정말 꿀과 같은 소식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UN같은 경우에는 공식 휴일로 지정하지 않아 저는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제일 큰 베삭 포야 데이(Vesak Poya Day)는 공식 휴일로 지정돼 있고, 월례적인 포야데이는 ‘Casual Day’라고해서 정장이 아닌 UN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는 나름대로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Piliyandala_Vesak_Pandol,_May_2015

Vesak Poya Day를 알리는 시내 곳곳의 장식들(사진: wikipedia.org)

제가 스리랑카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가장 컸던 불교 공휴일은 베삭 포야 데이인데요. 포야데이중 가장 크게 기념하게 되는 5월의 이 날은 한국의 ‘부처님 오신날’과 같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부처의 탄생, 득도, 열반을 한 번에 기념하는데요. 이 기간에는 콜롬보 곳곳에 화려한 전등과 다채로운 전시물들이 거리에 서고, 길에는 배고픈 행인들을 위한 무료 배식(스리랑카어로 단살)이 행해집니다. 올해는 큰 홍수를 막 겪어 예년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들썩들썩한 도시를 보면서 스리랑카에서 또 한 번 불교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거리의 화려한 전시물은 대부분 몇 날 며칠을 걸려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니 그 정성이 너무나 신기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직접 만든 장식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스리랑카의 ‘평화 속 긴장’

앞서 말씀드렸듯, 스리랑카에는 불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디에나 있는 불교사원, 힌두사원 그리고 모스크를 빼더라도, 스리랑카의 택시인 툭툭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종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스리랑카에서는 택시를 타면 기사님의 종교를 알 수가 있는데요. 대부분은 앞자리나 뒷자리 옆쪽 벽에 자신이 믿는 종교의 커다란 장식들을 달아 놓지요. 불교도일 경우 작은 불상들과 가끔은 커다란 부처님 사진, 기독교도일 경우 십자가와 뒷자리엔 예수님의 사진, 힌두교도일 경우도 비슷하게 힌두교신의 작은 상들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가끔은 시내버스에서도 앞에 커다랗게 그려진 부처님과 불상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이 툭툭의 기사님은 불교신도군요! (사진: IOM(국제이주기구)의 김수연 UNV단원)

불교를 믿는 싱할라, 남인도에서 넘어온 힌두교를 믿는 타밀 그리고 식민지 시절부터 전파된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을 믿는 무어족등 다양한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 스리랑카. 도심에 불교사원, 모스크 그리고 힌두 사원이 나란히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불교사원에 모셔진 힌두신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담스피크(순례길)로 올라가는길에 있던 불상. 그 옆에는 코끼리 머리를 한 힌두교 신인 가네샤가 있습니다.
불상과 함께 있던 가네샤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인상이 짙었지만, 때때로 느껴지는 긴장감이 없지는 않았는데요. 30년의 내전을 몇 년 전 끝낸 나라인 만큼 아직 그 상처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최근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움직임도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종교‧민족 문제가 UN에게도 난민문제, 그리고 내전 후 화해‧통합 문제로서 꽤나 큰 도전이 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복잡한 종교와 역사, 전통이 뒤얽힌 과제들을 스리랑카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사진: 황연재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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