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의 파렴치
슈퍼리치의 파렴치
슈퍼리치의 파렴치
2016.10.06 17:15 by 제인린(Jane lin)

“클래스가 달라.”
유학을 경험했던 친구들은 함께 수학했던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집이나 차를 구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파티를 열 때도… 그들의 씀씀이는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는 게 중론이죠. “부자가 우리나라 인구 수 만큼 있다”며 부유함을 자랑하는 중국. 이들은 진짜 부자의 자격을 갖췄을까요?

(사진:wael khalil alfuzai/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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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과 동시에 호화로운 주택을 자신의 명의로 선물받게 되는 중국의 ‘푸산따이(재벌3세)’의 모습. (사진: 봉황망(鳳凰網))

그런데 갑작스럽게 성장한 경제와 이로 인해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진 상당수 중국인들이, 도덕성이나 상식 수준만큼은 여전히 미천한 정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손에 쥔 막대한 ‘부(富)’가 가져온 폐단을 가늠할 수 있는 ‘몹쓸’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최근 단둥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

랴오닝성(辽宁省) 단둥시(丹东市)는 중국과 북한측이 국경선을 나란히 하고 있는 지역으로, ‘북·중 무관세 허용 지구’로 활용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 일대는 ‘호시무역구’로 지정되는 등 오래전부터 양국 간 최대 교역 거점으로 알려져 있었죠.

특히 이 지역일대는 북·중 교역총량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곳으로, 지난 5년 사이 이 지역을 통해 중국으로 입국한 전체 북한 인력이 10만 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가파르게 상승한 중국 내 임금상승 및 인력부족 문제를 “북측 근로자들을 활용해 타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내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근로 수준은 어떨까요?

지난 3월 해당 지역을 방문, 실제로 보고, 체험한 이들 근로자들의 상황은 ‘매우 치욕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합니다.

필자가 우연히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중국인 사장 부부가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할 때였습니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앳된 외모의 여성 근로자 4~5명은 식당 홀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한 시도 쉬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조선말(한국어)을 사용했는데, 가느다란 팔에 올린 여러 개의 접시들이 위태로운 이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보였습니다.

손님이 몰린 탓에, 함께 방문한 중국인 친구들이 사장 내외에게 재차 음식 주문을 하자, 사장 부부는 북측 근로자들에게 “빨리 움직이라”며 거듭 종용했고, 필자는 그들의 ‘욕’ 섞인 하대가 마음에 걸려, 한국어를 사용해 ‘천천히 (음식을)가져다 주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걸 모르는 사장 부부는 북한 근로자에 대해 ‘돈만 좋아하는 일 못하는 애들’이라는 불쾌한 설명을 늘어놓았죠.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통행증’을 가진 북한인으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이 지역으로 출근, 늦은 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형태의 엄연한 ‘근로자’였습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이들의 노동 환경은 분명 근로자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설령 사장 부부의 주장대로 이들이 ‘가진 기술이 없는 저임금 노동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분명 인간이기에 누려야 할 마땅한 노동의 권리가 있었죠. 하지만 현장은 ‘돈을 주고 산’ 노동자 그 이하의 하대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죠.

더 화가 났던 일은 그 후에 일어났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친 중국인 손님들이 결제 카드를 계산대에 서있던 여성 근로자를 향해 던졌고, 땅에 떨어진 카드를 주워 결제를 마친 근로자는 두 손으로 공손히 해당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것입니다.

당시 이 같은 행위를 한 중국인 손님 일행은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이 일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그의 아버지는 이 지역의 유명 철강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 지역 일대에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식당 종업원은 필자에게 “아버지의 사회적 부와 권위를 등에 업고,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값을 치루지 않고 돌아가는 등 막무가내 식으로 행동해왔다”고 귀띔했습니다. 오히려 필자가 목격한 행동(결제 카드를 바닥에 던진 것)은 상당히 양호한 것이라고 하네요.

신분적 차별을 타파하고 평등과 공평함을 지상 최대 목표로 건설된 중국의 실상이 사실은 ‘돈’이라는 또 다른 몹쓸 잣대에 따라 전근대적인 행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있는 것이죠.

중국에서는 이런 이들을 일컬어 ‘푸얼따이(富二代, 재벌 2세)’, 또는 ‘푸산따이(富三代, 재벌 3세)’로 부릅니다. 80년대 출생한 뒤 아버지 세대에 이어 2대 째 부(富)를 대물림 받는 이들을 일컬어 ‘푸얼따이’라 하고, 90년대 출생한 뒤 3대째 부를 이어받았으나, 아직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20대 초반의 이들이 ‘푸산따이’로 지칭됩니다.

둘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푸얼따이는 막강한 부에 걸맞은 사회적 신분과 직함을 가진 반면, 푸산따이는 아직 학생이거나 또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 절대적으로 부모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 이들을 가리키는 것이죠.

푸얼따이 또는 푸산따이 가운데 가장 큰 유명세를 가진 이는 완다 그룹 왕젠린 회장의 아들 왕쓰총(王思聰)이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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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쓰총은 자신이 직접 키우는 애견에게 약 2천만원 상당의 가방과 1대당 약 1500만원에 달하는 애플 골드 워치를 선물한 사실과 베이징 산리툰에 자리한 클럽에서 약 3600만원의 주류를 주문해 파티를 연 사진을 sns에 게재한 바 있다. (사진:봉황망(鳳凰網))

왕쓰총의 부친 왕젠린은 십 수 년간 중국 최고 부자 1위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 부동산 재벌이며, 왕쓰총 역시 영화사 주식을 비롯,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를 ‘중국최고신랑감(国民老公)’으로 부르는 이유도 그래서죠.

비록 왕 씨 일가가 일군 재산의 상당수가 부동산 투기 자본으로 구성된 것이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돈의 쓰임새가 대부분 ‘유흥’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중국인들에게 ‘최고 신랑감’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올해 28세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온라인상에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더욱이 왕쓰총의 성향이 자유분방하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는 언제나 큰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왕쓰총 여자친구’라는 검색어로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를 통해 그의 여자 친구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왕씨가 새로운 여자 친구와 길거리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보도되거나, 그가 만났던 십 수 명의 여성들이 사진이 열거되며 그의 여성 취향에 대한 분석의 글이 실리기도 합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의 여성 취향을 분석하는 네티즌의 심중에 비판과 부러움이 공존한다”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하죠.

온라인 상에 게재된 왕쓰총의 여인들로 알려진 인물들. (사진:웨이보(微博) 캡쳐)

그런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왕 씨와 같은 막강한 부를 가진 이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로 화제가 되기조 하죠.

중국에선, 자산 1000만 이상 위안을 기준으로 부자 여부가 가려지는데, 1000만 위안을 소유한 이들과의 결혼을 주선하는 맞선 이벤트가 종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매월 한 두 차례씩 언론에 보도되는 이들의 맞선 형태는 주로 ‘party' 형태로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2~3일의 기간으로 몰디브, 하와이 등지에서 실시됩니다.

지난 7월 몰디브에서 개최된 ‘부자들과의 결혼 맞선 파티’에는 미혼여성 79명의 여성이 대상자로 모집됐으며, 참석하고자 접수한 여성의 수는 600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청자 연령은 19세부터 30세까지 다양하며, 직업은 연예인, 해외 유학생, 명문대 여학생 등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죠. 이들 신청자들은 외모, 성격, 생활 패턴, 취미, 건강 등의 테스트를 받았으며, 해당 결혼 이벤트를 주최한 중개소에서는 테스트에 통과한 여성의 집을 직접 방문해 여성들의 부모를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또, 혼전 신체검사 및 남성이 원하는 성형 및 시술을 권유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여성에게 ‘처녀 증명서’를 요구하거나 이를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결혼 중개소 vip 남성 회원으로 등록한 부호 중엔 50~60대 연령의 중소기업 ceo부터 80대 재벌 2~3세도 있는데, 결혼 중개소에서는 매년 연회비 20~50만 위안(약 3500~9천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위안(1억 8천만원)의 유료 회원료를 받고 이 같은 맞춤형 중개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결혼 중개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강행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해당 결혼 중개 사업은 여전히 언론 광고 등을 통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내 만연한 ‘돈이 최고다’라는 그릇된 인식이 이 같은 방식의 결혼 중개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같은 행태를 목격할 때마다 필자는 중국의 무서운 경제 성장이 오히려 사회의 단합과 발전에 큰 독이 될 날이 올 것이라는 예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시진핑 정부가 출범할 당시 시 주석의 ‘전쟁과 반목이 없이, 온화한 발전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겠다’는 주장에 담긴 의미를 떠올려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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