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셋째 주: 바람아 멈추어다오!

급작스러운 자연재해에 세계가 난리다. 한국에서는 태풍 ‘차바’가 남부 지방에 큰 피해를 끼쳤다면 지구 반대편, 미국과 아이티에선 허리케인 ‘매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디어에선 실시간으로 경로와 피해 상황을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 상황. 특히 허리케인 피해가 심했던 플로리다 언론의 경우 “죽고 싶지 않다면 재빨리 다른 곳으로 떠나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매튜’는 지난 2007년 ‘필릭스’ 이후 생성된 가장 강력한 5등급 허리케인이다.(사진:gguy/shutterstock.com)

현재까지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의 사상자는 44명. 예상을 웃도는 인명피해로 미국사회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세계 최빈국인 아이티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건물 설계나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탓에 이번 허리케인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900명에 달할 정도. 말 그대로 최악의 사태다.

허리케인 메튜가 휩쓸고 간 자리(사진:SandraG/shutterstock.com)

이렇게 긴급한 재난상황 가운데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허리케인을 직접 겪었거나, 이로 인해 가까운 사람을 잃은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경험담을 전하며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자연재해 발생 시 집에 숨는 건 안이한 생각"이라며 대피를 권고하는 의견도 많았다.

(태풍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내 사촌, 카일은 뉴올리언스에 살았다. 엄청난 멍청이에 항상 술에 취해 있었지만 꽤나 괜찮은 놈이었다. 태풍 카트리나가 도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심각성에 대해 수많은 주의와 대피권고가 있었지만 카일은 집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약물 중독에, 살면서 한 번도 대피할 정도의 큰 재난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태풍이 오기 이틀 전, 카일에게 전화를 걸어 “이 멍청아, 너는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내가 너를 강제로 끌고 갈 순 없지만 만약 남아있는다면, 너는 죽게 될 거다. 농담이 아니다. 네가 집에 남는다면, 그게 바로 니 장례식이다.”라고 단단히 경고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 몇 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자, 우리는 카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자연에 대적하려고 하지 마라.

나는 허리케인 휴고와 마릴린의 참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당시 우리는 집 안에 남아있다가 지붕이 떨어져 나가 가족 전체가 재빨리 지하로 피신해야 했다. 절대 이러지 마라. 아마 당신은 높은 확률로 다치거나, 갇히거나 운이 나쁘면 죽을 것이다. 만약 대피할 수 있다면 제발 그렇게 해라. 우리 가족은 운이 좋아 살았지만, 나는 허리케인 당시 집에 계속 있다가 사망한 피해자 가족들을 수없이 많이 봤다. 집에 남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다.

: WW Point

Fool’s errand : 헛고생, 멍청한 짓. 직역하자면 ‘바보의 일’이라는 뜻. 성공하거나 확률이 거의 없거나 쓸모 없는 일을 가리키는 말.

ex) He called his ex-girlfriend to get back together, but it was a fool’s errand. (그는 전 여자친구와 재결합하고 싶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건 멍청한 짓이었다.)

허리케인을 비교적 자주 겪는 플로리다 주민들도 이번 허리케인에는 특별히 더 위험성을 느끼는 모양새였다. 집을 떠나 대피를 떠난 네티즌들을 꽤 찾아볼 수 있었다.

오전 비행기를 타고 딸을 바로 플로리다에서 데리고 왔다. 급박한 상황을 맞아 비행기 티켓 값을 대폭 인상하지 않은 항공사에 감사한다. 덕분에 경제적 탈 없이 딸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플로리다 주민으로서 보통 허리케인에 격하게 반응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허리케인은 많이 심각해 보인다. 펜사콜라 (도시 이름)로 떠나라. 하늘은 맑고 몇몇 호텔은 이재민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WW Point

1) jack up : (가격, 물량 등을) 대폭 올리다/늘리다. 원래는 기계, 도구 등으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을 의미하는 말. 비유적인 의미로 가격 등을 대폭 인상하거나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ex) Monopolistic company can easily jack up the price of their product (독점 기업은 자사 상품의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 매우 쉽다.)

2) Worked up : 흥분하다, 격한 반응을 보이다, 과도하게 걱정하다. 걱정, 흥분, 분노 등의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 말.

ex) Don’t get too worked up with a joke. Why so serious? (농담에 너무 격하게 반응하지 마. 왜 그렇게 진지한거야?)

허리케인 가운데 자신의 급박한 상황과 소식을 전하는 네티즌들도 여럿 보였다.

지금 호텔 방에서 앉아 아내가 해산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른 모든 이에게도 행운을 빈다.

우리 집 뒷마당의 작은 호수에 악어가 한 마리 나타났다. 집 뒷마당을 걷다가 악어가 있어 화들짝 놀랐다.

또한, 이번 허리케인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은 아이티의 열악한 인프라와 총체적 난국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허리케인이 아이티에 도달했다고 무언가 새로운 문제가 생기거나 한 것이 아니다. 허리케인 전에도 아이티는 이미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아이티의 모든 곳에는 부패가 만연하다. 이것이 국가의 재건과 타국으로부터의 원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전세계에 자연 재해가 잦아지자,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이에 대한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보였다.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 중에 습도가 올라가고 깊은 수심에 수온이 올라간다. 이는 태풍의 세기와 강수량을 증가시키게 된다. 따라서 높은 빈도 및 강도의 태풍은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기후변화와 태풍의 연관성에는) 로켓물리학 같은 어려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너무 단순화해서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강도가 몇 년 전 보다 세진 것 같다.

허리케인이 모두에게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닌가 보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뜻밖의 행운을 맞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이번 허리케인 이후 예상치 못하게 파파야를 얻게 되었다. 옆집의 이웃이 파파야 나무를 키우고 있는데 나무가 부러지면서 몇 개의 잘 익은 파파야가 우리 집 마당에 떨어진 것이다. 이웃은 한 일주일 정도 돌아올 생각이 없으니, 누군가는 이걸 먹어야지..

(이번 허리케인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간 자메이카에 이틀이나 더 머물게 되었다.

(이번 허리케인 덕분에) 새로운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안전을 위해 떠돌고 있는 고양이를 집에 들여놓았는데, 아무래도 집고양이로 사는 것이 맘에 든 모양이다.

: WW Point

Jacking up the price of insurance right after the major natural disaster would be a fool’s errand. Consumers will be all worked up on such decision.(자연재해 직후에 보험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멍청한 짓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결정에 매우 격한 반응을 보일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