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그림, 아빠의 넥타이 속으로
HOME > > >
아이의 그림, 아빠의 넥타이 속으로
아이의 그림, 아빠의 넥타이 속으로
2016.10.18 18:58 by 최현빈

오늘도 어김없이 울린다. ‘알람’ 얘기다. 직장인에겐 가장 잔인한 소리란 걸, 직장인이 돼서야 깨닫는다.

어린 시절, 필자의 아버진 아침마다 씩씩하게 출근하셨다. 특별히 고단함을 내색하는 법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렴풋 알 것 같다. 아버지 마음 한 편에 존재했을 쓸쓸함과 사그라지지 않는 피곤함을 말이다.

당시 아버지의 출근을 상징하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마치 출발 신호를 알리듯 다잡았던 ‘넥타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태어났다. 매일 아침마다 힘겨울 아버지들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 하나뿐인 넥타이 말이다.

즐겁게 넥타이를 맬 순 없을까?

슈퍼맨의 초능력 망토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이가 가족과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는 극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 그림에 담긴 ‘감정’ 때문이다. ‘그림타이’는 이런 부분을 착안해 고안된 패션 브랜드다. ‘아이들의 그림을 아빠가 직장에서 보면 힘이 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것이다.

“출근 준비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늘 힘겨워 보였어요. 넥타이가 직장인의 족쇄가 아닌 슈퍼맨의 망토 같은 아이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권금영(24) 그림타이 대표의 말이다. 그림타이에선 이름 그대로 그림이 들어간 넥타이를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특별한 스토리가 더해진다. 바로 아이의 그림이 아빠에 넥타이에 새겨지는 것. 권 대표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이었던 아빠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권금영 그림타이 대표

아이들의 풋솜씨로 제품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그림타이는 ‘특별한’ 공정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 아이들 그림 초안을 전화·

02

아이들의 그림이 넥타이에 그대로 들어간다.

아이들의 그림이 들어간 넥타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권 대표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넥타이인 만큼 중요한 행사에 차고 나가는 고객들도 많다”며 “그림을 더 크게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아이들의 꿈, 넥타이로 완성해요

입시학원에서 미술 강사로 일하던 권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건 3년 전, “아이들이 꿈을 지키며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권 대표는 대학 시절 매주 충남 금산에 위치한 보육원으로 봉사를 다녔을 만큼, 아이들에게 각별했다. 방학이면 일주일 내내 보육원에서 지냈을 정도.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자립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깨닫고 함께 성장하고 싶었던 게 창업의 직접적인 이유다. 보육원에서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분기별로 디자인을 맡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분기별로 한 명의 청소년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을 진행해요. 이들이 우리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권금영 대표)

청소년 디자이너와 함께 만든 에코백

2013년 여성벤처협회에서 주관한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해 초기 투자금을 지원받았던 그림타이는 어느새 연 매출이 1억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넥타이 위주였던 제품군도 그 사이 에코백, 클러치백, 스카프 등으로 넓어졌다.

현재는 전국의 백화점과 편집숍 등 총 26곳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들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에 그림타이의 공식 쇼룸도 오픈했다.

그림타이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아이들의 그림을 제품화 시킬 예정이다. 테이블 웨어 등 일상용품으로의 접목도 계획 중이다. 참여하는 청소년 디자이너의 수도 더욱 늘릴 예정.

인터뷰를 마치고 궁금한 점이 생겼다. 권 대표의 아버지는 그녀가 만든 넥타이를 차고 다닐까?

“가장 많이 드린 것 같은데 매번 쑥스러워하세요. 그래도 부모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아버지의 서랍을 열어본 적이 있는데 안을 보니까 제가 그려서 선물했던 그림들을 하나하나 모두 코팅해서 보관하고 계시더라고요.(웃음)”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위치한 그림타이 쇼룸

/사진: 그림타이 제공·최현빈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