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도 한류가 있다?
인도에도 한류가 있다?
2016.10.28 13:51 by 성서빈

몇 달 전 한국 방송국에서 인도에 취재를 왔다. 주제는 인도의 ‘한류’. “과연 인도에도 한류가 있을까”라는 것이 주된 화두였다. 한국을 좋아하는 인도학생들에게 2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은 쉽지 않다. 한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장소가 뉴델리는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으레 인도 동북부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인도 동북부 한류 팬덤

인도 지도를 잠깐 떠올려 보자. 인도는 아시아 남쪽에 역삼각형 모양으로 위치하고 있는데, 동북 지역은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을 접점으로 중국, 미얀마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동북쪽 지역 사람들은 생김새가 우리네와 참 비슷하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의 한류 인기는 동남아시아 못지않게 대단하다. 그중에서도 ‘마니푸르’란 동네가 특히 그렇다.

마니푸르의 위치.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사이에 끼어 있다. (사진:구글 지도)

마니푸르는 오랫동안 인도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해 왔다. 방송도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인도 연방 공용어인 힌디어로 된 방송들을 볼 수 없다. 부족한 방송 채널을 해외 채널로 채우다 보니, ‘아리랑 TV’와 ‘KBS World’가 주요 채널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류가 싹트게 된 것이다. 인도에 한국어과가 학부 전공으로 있는 곳은 세 대학뿐인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마니푸르 대학교(2013년 학과 개설)다. 한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뉴델리는?

지난번 한국 방송국 취재 때 방송국에 제공할 목적으로 해본 조사가 있다. 세종학당 한 학기 학생 200여명에게 “한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에 대해 물은 것이다. 그중 25% 정도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 밖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취업과 유학을 목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취업과 유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사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자국어 보급에 비해 한국어는 아직 그 위상이 미미한 수준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은 역시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2013년에 인도에 개원한 한국문화원 역시 한류 키우기 노력이 한창이다. 문화원은 지난 4월부터 수도권 내에 있는 인도 현지 중‧고등학생 만 이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에 관한 퀴즈대회를 개최했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삼성, LG, 현대밖에 모르는 중학생들이 종묘, 이순신, 안동 하회탈 같은 이름들을 줄줄이 외우면서 준결승, 최종결승을 돌파해 나갔다.(사실 암기 능력은 인도 사람 당할 자가 없는 것 같다.)

문화원에서 개최한 전인도 에세이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로 4번째인데, 올핸 전국 434개 중고등학교, 만 천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또 지난 7월의 제 5회 전인도 K-pop대회도 전국의 아마추어 가수나 댄서가 무려 461명이나 참여했다. 이 정도면 인도에서도 한류의 가능성이 증명된 셈 아닌가 싶다.

인도의 2016년 한국 관련 3개 대회(Quiz, Essay, K-POP) 우승자들이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인도 한국문화원 제공)

한류 매거진 in FB

인도에선 ‘인터넷=페이스북’이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도 사람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곧 페이스북 접속 시간이라고 말할 정도다. 살펴보니 인도 학생들의 페북 친구 수는 보통 500명 내외이고, 좀 인기 있는 친구들은 1000명은 가뿐했다. 이 정도라면 전문적인 친구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또 이들이 한번 게시하거나 공유한 글의 파급력도 클 것이 분명하다.

친구를 맺은 학생들 덕분에 인도 페이스북에서의 한류를 접하게 되었다. 많은 여학생들은 K-드라마와 K-POP에 푹 빠져 살고 있었고, 한류 스타의 움짤과 소식에 엄청난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한류매거진이나 팬클럽이 페이스북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국 아이돌이나 최근의 드라마 경향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오히려 인도 학생들의 ‘공유’와 ‘좋아요’를 통해서 한류 콘텐츠의 경향과 열기를 가늠하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나오는 한류관련 홍보 페이지들(캡쳐본). 페북 친구들 경향이 나에게도 반영되었나 보다. 마지막 KBS World는 인도 학생들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한국 채널.

이들은 단순히 아이돌과 한국 배우들에게 반한 것만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더 생생한 한국 관련 콘텐츠도 즐기고 있었다. 최근 인기 많은 유튜버인 ‘영국남자’나 ‘데이브’ 등 외국인이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도 이미 알고 있었고, 스스로 그런 콘텐츠를 만들려는 욕심도 보였다. 꼭 드라마와 음악으로만 한류를 한정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인도에 한류는...

2015년 KBS에서 방영된 ‘두근두근 인도’의 출연진 슈퍼주니어 규현, 씨앤블루 이종현, 엑소 수호, 샤이니 민호, 인피니트 성규 등의 내로라하는 아이돌들을 기억하는지?(나도 이름을 알 정도인) 대단한 아이돌들이지만, 인도 사람들 반응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뉴델리의 우리 학생들은 멀리 한국에서 온 슈퍼스타를 몰라보는 자국민에게 한탄하며 괴성을 질렀다.

“왜 델리가 아니라 뭄바이예요? 뭄바이 사람들은 K-POP 잘 모르는데!!!! ㅠㅠ”

그들의 패인은 뭄바이였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전인도적인 한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덧붙이자면 그 방송에서 통역 겸 현지 코디로 나온 D 씨가 문화원에 학생으로 와서 고급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인도 한국어 통번역 분야 또한 아직 좁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인도에서 택시를 부를 때마다 현대 엑센트가 잡히고, 주변에서 현대 i10으로 새 차를 뽑는 인도 사람들을 볼 때나, ‘부산행’ 인도 개봉 소식에 열광하는 우리 학생들 페북 멘션을 보고 있자면 점차 한국에 익숙해지는 인도를 느끼게 된다. 또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개원 후 3년간 60명에서 200명으로 무려 3.5배나 증가한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앞으로의 인도에서의 한류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점쳐 본다.

뉴델리의 한국문화원 로비 한쪽 벽면 전체에 거대하게 그려진 벽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했던 2013년 전시작품 중에 하나라고... 첫인상은 강렬한데 왠지 볼 때마다 손가락이 오그라든다.(사진:인도 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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