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것도 나란데..."
"그래도 이것도 나란데..."
"그래도 이것도 나란데..."
2016.11.04 22:19 by 제인린(Jane lin)

드라마나 영화 얘기라 해도 ‘비현실’적이라 할 만한 권력형 비리 사태가 2016년, 지금 우리에게 일어났습니다. 워낙 가공할 위력의 스캔들이다보니,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외신들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네요. 그렇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고 알려졌던, 이웃나라 중국은 어떨까요?

(사진:Brian A Jackso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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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세월이 수상합니다. 한국발(發) 난잡한 정치 뉴스에 중국 거주 한인들은 물론 중국 현지인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 정치 소식을 전하는 중국 관영 통신사들의 논평, 재한 중국 언론 특파원들이 전하는 소식 등을 듣고 있자니, 필자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감정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지금의 ‘한국’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습니다. k-pop, 한국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가 그들이 보는 전부일까요?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역사 등 다방면의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그동안 전했던 중국의 모습 대신, ‘한국’에 대해 중국과 중국인들이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 모습을 얘기하려 합니다. 수상한 작금의 사태에 대한 현지의 반응과 함께요.

(사진:Robsonphot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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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직접선거제도가 없는 중국에선 간접선거로 국민의 의사를 대신할 인민위원을 선출합니다. 그렇게 매년 10월 즈음 선출된 인민위원들이 모여 인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는 수도 베이징에서 연초에 개최되는 ‘양회(兩會)’에 참가하죠. 이때 국가의 크고 작은 사업들이 결정됩니다. 여기서 결정된 계획들은 국가 ‘중단기’ 사업으로 분류돼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의 투자금이 지원되기도 하죠.

때문에 20~30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직접선거로 스스로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한국의 선거 제도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십 수년째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고 자란 80호우(80后, 80년대 출생자), 90호우(90后, 90년대 출생자)들 가운데에는 직접선거로 선출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상당합니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 정권의 무능함을 탓하는 ‘시국선언’, ‘촛불 집회’ 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더욱 특별합니다. 중국에서는 촛불집회 또는 시국선언과 같은 집단적 움직임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각종 현안이 터져 나올 때 마다 우리 국민들이 내는 목소리와 움직임에 대해 유별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덕분에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중국에서 곧잘 큰 화제가 됩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그녀가 즐겨 읽었다고 말했던 고(故) 펑유란 교수의 ‘중국철학사’는 현지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출간된 지 수 십여 년이 지났음에도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즐겨 읽었다고 발언한 덕분에 ‘역주행’의 영광을 얻으며 많은 이목을 끌었던 것이죠.

또, 박 대통령의 자서전은 매년 수차례 번역돼 출간되고 있으며, 출간 즉시 이달의 베스트셀러 또는 명사의 자서전 상위 리스트에 링크되며 대형 서점 한 칸 전면을 차지하곤 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첫 여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이를 증명하듯 그를 소재로 한 다양한 서적이 베스트셀러로 팔려나가고 있다. (사진: 중국 온라인 서점 땅땅왕_ ddangddangwang.com)

 

사실 이 같은 관심을 지켜보는 기분은 꽤 쏠쏠합니다. 자랑스러웠던 순간으로까지 기억될 정도죠.

하지만 그런 관심 탓일까요. 일명 ‘최순실 사태’,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며 수 주째 계속되고 있는 한국발(發) 정치 뉴스 소식에 중국의 반응이 매우 ‘핫'한 상황입니다.

지난 2일 중국 국영방송 cctv에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10%이하로 추락, 폭발하는 민심’라는 제목의 논평 한 편을 내보냈습니다.

해당 기사는 출고 직후 클릭 수 상위에 링크됐고, 중국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 웨이보를 통해 약 788건 리트윗 됐으며, 이후 1978건의(11월 2일 자정 기준) 토론자들이 참가하는 가십의 대상이 된 바 있습니다.

또 같은 날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라디오 중앙인민방송국(中央人民广播电台, China National Radio)은 ‘최순실 사건정리: 잘 모르지만 알건 알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해당 사건의 시발점과 진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장문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의 해당 글에서는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한국’이라는 연관 검색어로 출고된 기사의 수만 약 283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중국 국영방송 cctv에서 방송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10%이하로 추락’이라는 제목의 영상물, (사진:중국 웨이보 cctv 공식 계정 캡처)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중국어로 ‘미르 재단’을 의미하는 ‘Mir財團'이라는 단어가 검색어 상위 순위에 링크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현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유력 언론 신화사(新華社)는 ‘사면초가에 처한 박근혜: 대학생과 야당 탄핵 요구’라는 제목이 기사를 썼으며, 환구시보(環求時報)에서는 ‘대한민국은 정령 최순실의 국가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이어 보도한 바 있죠.

각 각의 기사에는 10월 26일 최 씨의 소유로 알려진 서울 강남 신사동 건물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동태와 최 씨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 박 대통령의 사과 발언이 장면이 담긴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해당 기사들은 중국 최대 온라인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클릭 수 기준으로 산정되는 상위 기사로 노출, 11월 2일 기준 총 1만 7천 400개의 댓글이 게재됐습니다.

해당 댓글 가운데, 네티즌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의 내용에는 “너희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실수는 너희들의 실수와 같다. 좋다고 뽑아놓고 이제 와서 질타할 권리가 있느냐”는 내용이 담겼으며, 일부 네티즌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미국에게 가서 구해달라고 빌어야 할 차례다. 사드 배치 문제로 일심동체 됐던 미국에게 가라”, “조선은 ‘순실이’의 나라”라는 비난성 댓글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해당 사건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이 11월 2일 게재한 ‘핫’한 댓글. (사진: 중국sns 웨이보 캡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타국이 우리에게 보냈던 관심과 비난은 한낱 종이 한 장 차이로 쉽게 변하고, 변질될 수 있는 것이라 다시 한 번 배웁니다.

하지만, 그들의 비난과 조롱을 넘어 해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고국이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모여서 사는 이들이기에 비록 몸은 타향살이 중이라 할지라도 어지러운 고국의 소식에 안타까움은 배가 되는 듯합니다.

실제로 재중 한인들 사이에서도 해당 사건에 대해 ‘치욕스럽고 부끄럽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며 뜨거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 베이징 최대 한인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온라인 B카페 공간에는 ‘강남 아줌마에 휘둘린 대한민국이 부끄럽고 치욕스럽다’는 제목과 함께 "해외에 거주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각종 타향살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번 고국인 한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는데, 이번 사건 탓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자조감이 들었다“는 장문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해당 글은 지난 10월 말 기준 이미 클릭 수 5천을 넘기며 큰 화제가 됐는데, 이는 중국 베이징 한인 거주자 수가 5만 명에 불과한 시점에서, 상당수 베이징 거주 한인들이 해당 사건에 큰 울분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다른 재중 한인은 “여러 가지로 재외 국민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사건이다”면서 “우리 고국이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국가였는지 의문이 든다.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이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필자 스스로는 현재의 우리 상황을 마주하며, 지난해 여름 개봉됐던 영화 암살에서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극 중 친일파였던 강인국(배우 이경영 役)의 부인 안성심(배우 진경 役)의 대사에서 “일본은 전쟁 한 번 안하고 조선을 통째로 집어삼켰어요. 그래도 이것도 나란데...”라는 부분이죠.

우리나라가 어찌 이리 됐을까요? 어찌된 영문으로 소수의 몇 사람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 되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혹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어쩌지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안 씨의 “그래도 나라인데”라는 대사가 사무치는 이 며칠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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