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언제나 함께, ‘모디백’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언제나 함께, ‘모디백’
2016.11.10 07:30 by 김석준

장면 #1 필요한 건 스마트폰 충전기와 보조배터리 정도. 하지만 이 작은 것들을 주머니에 넣자니 불편하고, 백팩에 넣자니 애매하다. 힙색을 하나 사야 할까.

장면 #2 간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에코백을 샀다. 하지만 이번 주에 초대받은 결혼식에 에코백을 들고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장에 백팩도 이상하지 않을까. 사첼백을 하나 살까.

가방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담는 도구가 아니다. 위와 같은 고민이 생기는 이유는 가방이 패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으로 매는 크로스백, 뒤로 매는 백팩, 손으로 드는 토트백까지… 모든 종류의 가방을 사자니 월급은 유한한데 사고 싶은 가방은 무한해서 문제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가방이 변신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런데 위와 같은 상상을 실제로 옮긴이가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의 대표, 임성묵(26) 디자이너다. 그는 변신하는 가방, ‘모디백’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원래 가방은 보자기였다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의 쇼룸이 있는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를 찾았다. 벽에는 네모난 천 조각 같은 게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여러 종류의 가방들이 전시돼 있었다. 가방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는 에디터의 질문에 임성묵 디자이너는 익숙하다는 듯 답했다.

“그거 모두 같은 제품이에요.”

임성묵 디자이너. 벽에 걸려있는 보자기(?)부터 클러치, 토트백, 크로스백까지 모두 같은 제품이다.

토트백, 백팩, 크로스백 등 모디백은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다. 하지만 변신하기 전 본연의 모습은 ‘보자기’다. 임성묵 디자이너는 어떻게 보자기를 가방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한국의 전통적인 가방이 무엇일지 궁금했어요. 뿌리를 찾다보니 보자기가 나왔어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가방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죠. 물론 보자기에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계속 연구를 하게 된 거죠.”

임성묵 디자이너는 기존의 가방과는 다르다는 점이 보자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방은 고유의 형태가 있고 그 안에 물건을 맞춰 넣었다면, 보자기는 물건이 먼저고 가방을 물건에 맞춘다. 사용 방법이 기존의 가방과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다. 정반대의 프로세스에서 오는 장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모디백을 만들었다.

보자기에는 가이드선이 있고, 끝선에는 구멍이 나있다. 이 구멍을 끈으로 연결해 다양하게 가방을 만드는 방식이다. 펼치면 평면이 되는 특성 상, 타 브랜드나 아티스트의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에도 용이하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될 수도 있고, 가방으로 접었을 때 보여지는 각기 다른 문양으로 또 다른 개성을 표출할 수도 있다.
색상은 네이비, 블랙, 화이트 세 종류가 있다.

 

디자인에 가치를 담다

임성묵 디자이너는 제품 디자인을 하며 많은 상품들이 5년에서 길어야 10년도 안 돼 사라지고 외면 받는 현실을 지켜봤다. 제품의 짧은 수명은 패션계에서는 더욱 심하다. 모디백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소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오래 쓰고 있는 제품들을 생각해봤어요. 공책, 장기, 체스 이런 것들은 한 세기가 넘도록 살아남았더라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똑같은 공책이지만 어떤 사람이 쓰느냐에 따라 콘텐츠가 계속 달라졌던 거죠. 사용자가 참여하는 요소가 강한 제품이 좀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임성묵 디자이너)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원하는 문구를 넣어주는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 파일을 가져가면 매장에서 티셔츠에 바로 프린트해주는 유니클로의 서비스 등이 그런 예다. 학창시절 실내화에 유명 스포츠 브랜드 로고를 그려 넣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커스텀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임성묵 디자이너는 모디백을 만들기 위해 보자기에 대한 이어령 전 장관의 논문까지 보며 공부했다고 한다.

“모디백을 준비하면서 커스터마이징 즉, 맞춤형 서비스의 변천사를 살펴봤는데 사실 예전부터 시도는 있었어요. 하지만 사용자가 참여하는 측면이 너무 크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더라고요. 밥 아저씨는 ‘참 쉽죠?’라고 말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만큼 뛰어난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까요.”

임성묵 디자이너의 이런 고민은 모디백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 제품에 가이드선을 넣은 것이다. 선을 따라 접으면 어렵지 않게 형태를 잡을 수 있다. 경우의 수로만 따지면 모디백은 1000개에 가까운 각기 다른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게 임 디자이너의 설명.

“실제 사용 가능한 형태는 10가지 정도이지만, 10가지로 한정 짓지 않는 이유는 고객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예요. 만약 ‘세 가지로 만들 수 있는 가방’이라고 말해버리면 결국 정해놓은 디자인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요.”

 

디자인에 이름을 걸었다

국내에서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쓰는 경우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임성묵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이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해외사례를 보면 가문이나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게 대다수에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조금 꺼린다는 게 느껴졌는데, 오히려 나는 당당하고 진심이라는 것, 단순히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배수진을 치고 전력을 다해서 이름을 걸고 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임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함께’라는 말이다.

임성묵 디자이너가 이름을 걸면서 하는 작업은 단순히 예쁜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함이 아니다. 그는 “제품도, 디자인도, 심지어 디자이너 본인도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각인되는 것이 자신에게는 더 큰 가치”라고 말했다. 그가 ‘변신하는 가방’ 모디백을 만든 건 함께하는 디자인의 첫 발걸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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