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산주의가 옳았다?
결국 공산주의가 옳았다?
결국 공산주의가 옳았다?
2016.11.25 12:22 by 제인린(Jane lin)

시위‧집회가 유행인가 봅니다. 매주 기록 경신에 나서는 우리나라의 집회는 물론이고,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미국에서도 심심찮게 시위 소식이 들립니다. 문득 다른 정치적 체제를 가진 중국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마냥 고소해 할 것’이란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이겠지요?

(사진:Maksim Kabakou/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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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거봐! 너희들의 민주주의도 문제 많잖아!”

최근 한국의 모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20대 중국인 남성의 말입니다. 그는 미국의 제45대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선 확정 소식을 전하며 “당신들이 중국의 정치 형태를 가리켜 ‘공산당, 공산당’이라고 비난하지만, 민주주의도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났다”며 이같이 지적했죠.

실제로 이번 미 대선의 투표율은 57%에 그쳤는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43%의 인구가 가진 정치적 무관심 성향이 트럼프 당선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중국 현지 유력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우매한 민중과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에게 주어진 투표권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사태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장 민주주의 정치 형태의 민낯이 실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것이며, 일부 민중들에게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을 심어 줄 뿐,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것이라는 보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적하는 민주주의의 실패 사례에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쏟아지는 하야 요구 등 국민의 집단적 움직임에 대한 조롱도 섞여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야말로 시위가 발생하지 않는 조용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수십 년째 지속해오고 있는 공산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목소리에 힘을 주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그들만의 정치 형태는 도대체 어떤 양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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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중국은 ‘공산당’이 대륙 전체를 운영하는 유일한 집권당입니다. 우리와 같이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등 3부 권력이 분할된 형태가 아닌, ‘당이 곧 국가’인 유일무이한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운영됩니다.

그 대신, 많은 국민이 공산당에 입적해 많은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원의 당 입적을 허가하고 있죠. 현재 중국 공산당원으로 활동하는 인구는 약 8,8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공산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준은 매우 포괄적입니다. 베이징 대학의 학생‧교수부터 택시 기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당원으로 입적돼, 5년마다 당원 입적과 활동 여부를 재정비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들 대규모 당원의 정점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자리한 1인 집권 체제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죠.

물론, 정부 각 관료는 이들 8,800만 명의 공산당원 중에서 지명됩니다. 공산당원으로 입적해 활동하는 동안,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입증된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을 정부가 지명해 4개 직할시, 5개의 자치구, 22개의 성, 두 곳의 특별 행정구역에 이르는 광활한 대륙을 관할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후 각 성의 간부로 지명된 이들은 중앙 위원으로 승진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중앙 위원으로 위치를 확고히 한 이들 중 일부는 향후 최고 권력기구인 국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중앙 정치국 소속으로 임명받게 됩니다.

베이징 하이덴취에 자리한 한 대학 캠퍼스 내의 마오쩌둥 주석 동상이 학교 정문을 내려다보고 있다.

일반 국민이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수십 년의 세월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수 백 차례 이상 정치적 성향을 검증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누락, 또는 탈락되며 공산당원이자 공산주의자로의 면모를 명백히 입증 받은 일부 소수의 인원만이 지도자의 위치에 오를 자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 과정은 매우 탄탄하고 빈틈없이 운영되는데, 대부분은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사상 등에 얼마만큼 동조하고, 일체화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됩니다. ‘당은 곧 국가’라는 단순한 논리 속에서 당의 방침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데 집중하고 있는 셈이죠.

이 같은 정치적 경직성과 지도부 구성의 치밀성 탓에, 중국에서는 국민 각 개인이 가진 정치적 성향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된 상태라는 것이 지식인들의 지적입니다.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세력이나 각 개인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온‧오프라인 상의 공간 자체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같은 중국의 정치 구조를 옹호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은 ‘민주주의가 가진 인기 영합주의는 매우 저급한 정치 논리이며, 현실적으로 매우 큰 혼란을 불러오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중국이야말로 중국식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국가이며 중국에서는 이 같은 현 정치 체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이 없는 탓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끊이지 않는 흔한 시위 조차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부해오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에서 시위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조용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중국 역시 현지 법규에 따르면 ‘관할 지역 공안국의 집회 신고 후 허가를 받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회 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관련 법규상 중국 정부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대규모 ‘시위가 없다’는 현상에 대해 중국 정부에서는 현지의 정치 체제에 대해 국민이 완벽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로 풀어내고 있는 셈이죠.

우칸촌에서 벌어진 주민 주도의 시위 모습. ‘(자치적 운영에)죄가 있다면 민주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사진: 웨이보(微博))

그런데 말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내외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바 없지만 분명 중국에서도 국민의 주도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중국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등장한 첫 민간인 주도의 시위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산웨이(汕尾)시 루펑(陸豊)현 우칸(烏坎)촌 주민들이 해당 지역 당 지도부와 토지개발자의 무단 토지강제수용에 항의해 벌인 시위로, 총 3천 명의 인원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우칸촌 주민들은 마을 소유로 등기된 토지 33만 평에 대해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 해당 지역 당 지도부가 부동산 업자에게 무단으로 팔아넘긴 것에 항의, 주민들은 당시 정부로부터 지역 주민 주도로 해당 지도부를 구성할 권한을 받아내는 것으로 시위를 마무리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앙 정부에서는 주민 주도로 선출한 자치 위원회의 지도자를 불법 행위 혐의로 체포, 구금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체포 과정에서 해당 지역 공안국은 무력을 사용해 상당수 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일부 주민은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우칸촌의 현재 모습은, 마치 지난 1989년 텐안먼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횡포와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입니다. 근대화 이후 중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중 시위로 기록돼 있는 텐안먼 사태 당시 시위를 이끌었던 베이징 대 재학생들은 혁명 문구로 ‘니하오민선생(你好 民先生)’을 외쳤고,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무력으로 잠재우고자 한 계엄군은 폭력을 통한 방법으로 시위를 강제 종료시킨 바 있죠.

그리고 그 후로부터 수 십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국 국민들에게 ‘시위’는 정부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우칸촌에서의 시위는 지난 1989년 텐안먼 사태와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하지만 주민 주도로 단체 행동을 실행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죠.

현재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현지 주민들의 태도죠. 주민들은 우칸민 자치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불법 체포에 대해,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항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시위가 없는 나라’라던 중국에서 특히 귀추가 주목되는 사건인 이유죠.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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