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의 밥상, 클래스를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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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의 밥상, 클래스를 높이다
자취생의 밥상, 클래스를 높이다
2016.11.28 08:58 by 최현빈

“자, 조심조심! 계속 기름칠 해주면서 말아야 부서지지 않아요.”

요리 선생님의 목소리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럴 만도 하다. 계란 뒤집기는 요리의 때깔을 완성하는 하이라이트.
프라이팬에 누르스름하게 펼쳐진 계란부침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내 손길을 기다린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잠시 망설이자, 선생님의 독려가 전해진다.

“괜찮아요,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멋지게 해낼 때가 많아요.”

조심스럽게 뒤집기!… 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여기저기 터진 계란부침은 내 속마음을 닮았다. “조금 망가졌어도, 마지막에만 잘 마무리하면 문제없다”는 선생님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멋지게 만들어 오리라’고 팀원들에게 호언장담했는데, 얼굴을 못 들겠다. 나는 지금 ‘파티 김초밥’을 만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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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요리를 잘하고 싶다.

자취방에서 홈 파티를 열고 싶다면

자취 생활 5년 차.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 음식을 먹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

‘따뜻한 집밥이 그립다.’

자취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직접 집에서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있지만 게으름이 문제다. 1인 가구가 한 끼를 먹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의 양은 극히 적다. 마트에서 묶음으로 싸게 파는 재료를 사기엔, 언젠가 피어날 곰팡이가 무섭다.

그 와중에 집에서 ‘파티’를 열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취생에겐 위기이자 기회다. 홈 파티는 모처럼 집에서 음식 솜씨를 발휘할 기회다. 밖에서 사 먹는 것에 비해 비용 부담은 덜 하고, 만족은 더 커진다. 마트용 묶음 재료 처리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적당한 요리 솜씨만 있다면, 친구·연인과 더없이 특별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 ‘요리 솜씨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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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어묵전골과 파티 김 초밥.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맛은 화려하다.

그래서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요리강좌 공고를 찾았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하는 ‘해피 쿠킹 클래스’. 수업은 매주 2회씩 있었다. 하루는 가정에서 식탁에 올리는 밑반찬 만드는 법을, 하루는 특별한 날 선보일 수 있는 파티 요리를 전수했다. 지난 11월 18일, ‘파티 김 초밥’과 ‘어묵 전골’이 예정돼 있었다. 처음 도전하기에 적당히 쉽고, 분위기도 괜찮을 것 같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매주 쿠킹클래스가 열리는 언더스탠드에비뉴 쿠킹스튜디오(서울 성동구)

파티 김초밥과 어묵전골

파티 김초밥은 우리에게 익숙한 월남쌈과 비슷하다. 김에 밥을 얹고, 그 위에 각종 고명을 올려 싸먹는 요리다. 가벼운 요리일 것 같았지만 오이, 파프리카, 계란말이 등 들어가는 재료가 매우 다양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밥 짓기. 오늘의 ‘셰프’인 김지영(37·맘스탠드) 선생님이 “밥을 지을 때 다시마를 넣어주세요”라고 말했다. 김밥이나 볶음밥처럼 밥을 이용한 요리를 할 때는 고슬고슬하게 짓는 것이 식감이 좋다. “다시마를 넣으면 밥에 감칠맛이 돌고 더욱 고슬고슬하게 지어진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밥에 다시마를? 어려운 작업이 아닌 만큼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팁이다.

이후의 작업도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척척 해냈다. 식초와 설탕, 소금을 활용해 밥에 새콤함을 더해줄 단촛물도 만들고, 김과 함께 싸 먹을 채소들도 얇은 두께로 예쁘게 썰었다.

조리를 기다리는 재료들.

어묵전골 역시 어렵지 않았다. MSG에 길들었던 나는 이날 큰 수확을 얻었다. 바로 ‘가다랑어포 육수’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찬물에 다시마를 불린 후 끓인 다음 가다랑어포를 살짝 넣었다가 건져 올리면 끝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에 무와 곤약, 어묵을 넣어 다시 끓이니 선술집에서 먹던 국물 맛을 볼 수 있었다. 요리가 이토록 쉬운 것이었다니. 한창 기고만장해져 있을 때, 선생님이 프라이팬을 꺼내며 말했다.

“이제 일본식 계란말이를 만들 거예요. 저도 조금 긴장되네요.”

일본식 계란말이의 특징은 푸딩 같은 폭신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 다시육수와 청주, 설탕으로 양념을 만들고, 네모난 프라이팬에 계란 말기를 반복해야 했다.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긴장된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노오란 빛깔을 뽐내는 부드러운 계란말이가 완성됐다. 나도 잘할 수 있을까.

선생님의 계란말이는 부드러웠다.

첫 시도는 당연히 실패다. 계란말이는 보기 좋게 터졌다.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이 놀랄 만큼 깔끔한 모양의 계란말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비참한 마음으로 마지막 계란을 쓰려고 하자, 선생님이 “조금 남겨 놓으라”고 말했다. 남은 계란으로 무너진 모양을 다듬기 위함이었다. 다른 테이블에 비해 모양이 거칠긴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계란말이를 완성했다.

계란을 마는데 실패했다.

혼자서 하는 식사가 외롭다면

계란말이를 완성하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릇에 예쁘게 올리고, 맛있게 먹으면 끝이었다. 이날 함께한 모두가 냄비와 접시를 가운데 두고 요리를 즐겼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함께 요리를 만들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김창완(29·수원 팔달구)씨는 여자친구와 언더스탠드에비뉴 앞을 지나가다가 즉흥적으로 이번 클래스에 참가했단다. 쿠킹 클래스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는 창완씨. 그는 “요리 데이트는 처음이다”라며 “음식을 다 함께 먹는 것도 즐거웠고, 요리를 배울 때 천천히 꼼꼼하게 알려주어서 좋았다”고 이날의 수업을 평가했다.

에디터와 한 팀을 이룬 김창완씨와 그의 여자친구의 모습.

자취생의 쿠킹 클래스 첫 도전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홈 파티를 열고 싶어서 쿠킹 클래스에 참여했는데, 사실 쿠킹 클래스 자체가 하나의 작은 파티였다. 언젠간 친구들에게도 직접 만든 파티 김초밥과 어묵 전골 맛을 선보이리라.

수업을 진행한 김지영 선생님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쉽게 만들며 먹어볼 수 있기를 바랐다”며 이날 메뉴 선정에 대해 말했다. 또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요리를 즐겁게 생각하는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함께 만들어 먹는 밥은 더 맛있었다!

해피 쿠킹 클래스는 12월에도 매주 2회씩 진행된다. 전화·이메일(02-2135-8178/cindy3613@naver.com)로 신청할 수 있다. 연말연시가 특히 기념일과 파티가 몰리는 시기인 만큼, 파티를 위한 치킨 로스트, 크리스마스 샐러드 등의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이번 연말, 혼자서 하는 식사가 쓸쓸하게 느껴진다면 쿠킹 클래스의 문을 두드려 보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비장의 메뉴 한 두 개쯤 장착하는 것은 덤이다.

12월의 쿠킹클래스 바로가기!

쉽게 만드는 어묵전골

재료

어묵 종류 다양하게 500g

무 1/4개

곤약, 달걀, 쑥갓 등의 고명

연겨자

청주

국간장

육수(다시마, 가다랑어포)

레시피

다시마는 찬물에 담궈 불린 후 불에 올린다.물이 끓으면 가다랑어포를 넣고 불은 끈다.무는 큼직하게 토막을 내어 삶아 놓고, 곤약은 끓는 물에 데친다.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어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끓는 물에 데친다.

어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도 되고, 통째로 끓여도 된다.
육수에 양념을 하고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다.

/사진: 김석준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