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참 단순하다. 꽃을 보면 꼭 코에 한 번 가져다 대보고, 빵집 앞을 지날 땐 고소한 빵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나 나는 은은한 향기 맡는 걸 좋아한다. 그런 향을 맡을 때면 차분해지거나 두근두근 봄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실제로 향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한다. 익숙한 향에 추억을 더듬었던 기억,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거다. 최근 향초나 향수, 방향제 같은 제품들이 부쩍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래서다.
사람들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건 외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향기도 그에 못지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향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몇 가지 실험이 있다. 미국 르모인 대학교(Le Moyne College)의 니콜 호비스와 테레사 화이트 박사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별을 알 수 없게 대략적인 실루엣만 보여주면서 1가지 물약의 냄새를 맡게 했다. 물약은 각각 양파/레몬/맹물의 냄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 뒤 해당 그림자의 성격과 성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했다. 총 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냄새에 따라 성별과 성격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다. 양파향을 맡은 실험자들은 그림자를 보고 남성일 것으로 판단했다. 레몬향을 맡은 실험자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여성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실험으론 향기가 정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순간의 정서와 감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꽃향기가 가득한 방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방이 있다. 꽃향기가 가득한 방에서 쓴 글에는 다른 방에서 쓴 글보다 ‘행복’과 관련된 용어가 약 3배 이상 많이 사용됐다. ‘꽃향기’ 방의 학생들에게 무언극 배우를 지도하게도 하였다. 그랬더니 가까이 다가가게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인 비율이 74%나 됐다.
이런 실험 결과를 모르더라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향에 끌렸고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처음 향의 역사는 불의 역사와 함께 한다.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면 향기가 나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어 몸에 발랐다고 한다. 자그마치 반 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고대 이집트 문명 시기의 일이다. 신을 신성하게 여기던 고대 사람들이 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제물에 향기까지 바치려는 정성스러운 마음이다. 그래서 향수(Perfume)의 어원은 라틴어로 ‘연기를 피우다’라는 뜻이다.
고대의 향료는 훈향(薰香)을 거쳐 방향으로 발전했다. 몸 또는 의복에 부착하는 풍습은 몸의 청정감과 함께 정신미화를 위해 비롯된 것이다. 방향의 발상지는 다양한 향료들이 발달한 인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게 발달되던 향수가 산업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부터다. 몸에 뿌리기 위해서가 아닌 가죽 제품에 바르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무두질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가죽을 다루는 동안 지독한 냄새가 많이 났다. 그 냄새를 잡기 위해 직접 뿌리거나 바르는 향수가 생산됐다. 18세기 프랑스는 향수의 홍수라 불릴 만큼 다양한 향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성적 매력도를 높여주는 향수도 있었고, 방귀 냄새 제거용 향수도 있었다.
중요한 날이면 가끔씩 뿌리는 향수가 다 써간다. 누군가에게 추억이 될만한 은은한 향으로 하나 장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