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종종 새로운 재주나, 창조에 대해서 불친절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들은 친구가 필요하다."
영화 '라따뚜이'에 나오는 대사이다. 정말 그렇다. 새로운 것들은 친구를 필요로 한다. 어려울 때에 손 내밀어줄 수 있는 친구여도 좋고, 그저 옆에 있어줄 친구이기만 해도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홀로 고민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곤 결국 자리잡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밀려가기 일쑤다. 마음을 열고 흔쾌히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잔뜩 부풀어오른 도시 이곳 서울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서울숲 역 앞에 자리잡은 '언더스탠드애비뉴'는 저 대사를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116개의 컨테이너가 이리저리 맞물려 만들어진 공간. 컨테이너는 기본적으로 짐을 담는 상자이고, 꽉 닫혀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벽과 벽이 서로를 나누고 있다기보다는 색색의 컨테이너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모양새였다. 아침부터 사람들은 분주히 그 자리에 모여 각각의 자리에서 하루를 준비한다. 그렇게 언더스탠드에비뉴의 하루가 시작된다.
무엇이 되었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자리가 필요하다. 험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바람을 막아주고, 잠시 흔들려도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그때서야 새로운 것들은 떠밀려 나가지 않는 힘을 얻는다. 그 자리에 서로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컨테이너들 사이사이에서 새로운 것들이 환영 받을 수 있는 희망을 읽어본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