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오랜 축제, 스리랑카 캔디 페라헤라에 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랜 축제, 스리랑카 캔디 페라헤라에 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랜 축제, 스리랑카 캔디 페라헤라에 가다
2016.12.08 16:56 by 황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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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스리랑카를 떠나는 날이 다가오면서 다 쓰지 못한 휴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가기로 마음먹은 곳이 바로 스리랑카의 문화‧정신적 수도, ‘가장 스리랑카다운 도시’로도 불리는 ‘캔디’였습니다. 당시 그곳에선 스리랑카 불교의 전통을 상징하는 축제 ‘페라헤라(Perahera)’가 한창이었죠.

화려함과 신성함이 교차하는 축제의 현장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캔디의 에살라 페라헤라(Esala Perahera)는 유명한 사원 불치사에 있는 성스러운 불치사리(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옮기는 의식을 재현하는 축제입니다. 에살라는 음력 7월을 뜻하는데요. 그래서 이 축제는 음력 7월 중에 약 11일간 매일 밤 열립니다.

사진은 지난 8월 15일 캔디 페라헤라 당시의 모습입니다. (사진: Saman527, Shutterstock.com)

이 페라헤라의 역사는 무려 2000년 이상이라고 합니다. 스리랑카의 왕조가 대대로 해온 의식으로 식민지가 되기 오래전부터 계속 되어왔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 중 하나라고 합니다. 스리랑카의 불심을 또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지요. 페라헤라는 현지어로 '행렬', '행진'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캔디의 페라헤라가 스리랑카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지금은 ‘캔디 페라헤라’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캔디에 도착하자마자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로 벌써부터 북적북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쪽자리는 오전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저는 시작 2시간 전쯤으로, 이분들에 비하면 다소 늦게 도착했지만 4시간이나 계속되는 엄청난 길이의 퍼레이드인 만큼 자리가 적지 않았는데요. 여유 있게 도로변에 자리를 잡았고, 저녁식사를 대신해 근처 ‘hotel(스리랑카 현지 식당을 호텔이라 부릅니다)’에서 다진감자와 고춧가루가 들어간 뜨끈뜨끈한 로띠를 사먹었는데요. 배가 고파서인지 정말 너무 맛있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스리랑카 전통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페라헤라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저는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탓에 저녁 10시쯤이 다 되어서야 페라헤라의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몰린 수천 명의 무용수와 100여마리의 코끼리들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어울려 펼치는 춤, 그리고 많은 횃불과 불꽃들이 캔디 시내를 꽉 채웠는데요. 스리랑카의 종교와 전통이 묻어나는 화려한 볼거리였습니다. 무용수들은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나이대로 구성돼 신기했습니다. 많은 연습을 하고 퍼레이드에 나섰겠지만, 한편으론 어린 나이에 불을 붙인 막대기를 돌리며 아슬아슬한 장대 위에서 걷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현장의 모습을 짧게나마 영상 속에도 담아보았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능숙하게 불을 돌리며 퍼레이드에 참여합니다.

캔디 페라헤라에 참여하는 댄서들은 스리랑카에서도 최고의 댄서들만 참여한다고 하는데요. 화려한 춤은 스리랑카 캔디 왕국의 시절의 전통춤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축제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운반하는 코끼리가 장식합니다. 화려한 음악과 춤들 사이사이로 치장한 코끼리들이 리듬을 맞추며 함께 행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황금빛 사리함에는 평소 불치사에 모셔져있는 치아 사리가 들어 있는데요. 이 사리함을 지닌 코끼리가 지나갈 때쯤에 많은 사람들은 사리함을 향해 기도를 하고 소원을 빕니다.

서너 시간의 긴 퍼레이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요. 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마무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도 몇 시간은 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든 일정이었는데요. 아마 이 화려함과 웅장함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코끼리 등에 얹힌 부처님의 치아 사리함입니다.

머리카락에 꽁꽁 숨겨 전해진 스리랑카의 보물

캔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불치사를 빼 놓고 말할 수가 없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페라헤라의 하이라이트였던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모셔져있는 사원입니다. 이 부처님의 사리는 스리랑카인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치아 사리는 4세기경 인도로부터 건너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곳이 불치사리가 모셔져 있는 불치사입니다.
페라헤라 기간이어서 불치사로 들어가는 입구가 참배객들로 가득했습니다.

당시 치아 사리를 봉안하고 있던 인도 남부의 칼링가 왕국은 영험한 불치를 빼앗으려는 이웃 나라들의 침략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칼링가 왕은 공주 부부에게 “치아 사리를 스리랑카의 왕에게 전해 법도와 이치에 맞게 모실 수 있도록 하라”는 유훈을 남겼는데요. 당시 공주가 스리랑카로 떠날 때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머리카락 사이에 숨긴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습니다. 스리랑카 왕은 사원을 지어 불치를 모시고 성대히 공양했는데요. 이후 불치는 왕권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졌고, 싱할라 왕조가 수도를 옮길 때마다 함께 옮겨졌습니다. 그 역사가 오늘날의 캔디 페라헤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캔디로 천도한 싱할라 왕조는 왕궁과 이 치아사리가 모셔질 불치사를 나란히 배치했다고 합니다. 캔디가 싱할라 왕국의 마지막 수도로 역사에 남으면서 치아 사리 또한 계속 이곳에 모셔져 있습니다. 

저는 이른 아침 불치사로 향하기로 했는데요. 이 말을 듣자 지내던 숙소의 주인집 아주머니가 공양드릴 꽃을 정성스레 따주셨습니다. 정성껏 차려진 스리랑카식 집밥을 먹고 아주머니가 따주신 꽃을 챙기면서 제 집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스리랑카에서의 여행에서 언제나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저를 안심시켜줬습니다.

숙소 아주머니께서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꽃을 공양했습니다.

페라헤라 기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정말 많았는데요. 사원 곳곳에 캔디안 댄서들의 물품들도 보이고 코끼리들도 보였습니다. 쉬는 시간인데도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는 코끼리를 보며 미소 짓다가도 체인에 묶인 다리를 보며 잠시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동물을 공경하는 스리랑카 사회 내부에서도 이 코끼리들의 복지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코끼리와 마주하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불치사 내, 치아 사리가 모셔져 있는 공간입니다.

스리랑카를 떠나며

스리랑카는 지금까지 제가 보여드린 것보다도 한참 더 많은 보석을 지니고 있는데요. 아름다운 해변과 파도, 그리고 돌고래들이 있는 미리싸, 유럽풍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던 이국적인 풍경의 골, 시원하고 아름다운 차밭을 자랑하는 누와라엘리야, 그리고 제가 많은 시간을 보낸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까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도양의 진주’, 한없이 아름다운 스리랑카에서 지내면서, 그리고 그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생활하면서 저는 UNV 사무실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여기며 동물과 환경을 사랑하고, 부처님 앞에선 한없이 자기를 낮추고 그 말씀을 따르면서, 낯선 저를 가족처럼 받아주고 웃어주는 사람들과 지내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16년, 스리랑카에서 보낸 반년의 시간은 아마 제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그리고 최고로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황연재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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