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 화이트골드’라는 브랜드가 낯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나면 ‘아, 그거’ 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김연아 선수의 지분 덕분이다.
맥심 화이트골드는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를 견제하기 위해 동서식품이 2012년에 출시한 후발 주자다. 기존 커피믹스보다 부드러운 맛을 가진 것이 특징.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선호도를 쌓으며, 현재는 맥심 모카골드 다음으로 많은 매출을 안겨주는 효자 브랜드이다.
이러한 화이트골드가 2016년 12월에 새로운 광고 ‘연아의 시작’을 론칭했다. 광고 모델인 김연아 선수가 2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 속 모습을 연기하며, 하루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서식품의 장지만 마케팅 매니저는 “20~30대 여성의 다양한 시작의 순간에 화이트골드의 부드러움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광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광고 속의 아침을 맞는 그녀를 보며 생각한다.
“내 아침은 어떤 모습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광고 속의 아침은 내겐 생소한 시간이다. 눈을 뜨자마자 곧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 어딘가의 내 자리에 앉으면 어느새 아침은 항상 지나가 있었다. 주말이나 휴가의 아침도 밀린 늦잠으로 ‘순삭’되기 일쑤다. 결국 나에게 온전한 아침은 없었다. 멋진 아침을 통해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라는 나에겐, ‘저녁 있는 삶’ 뿐만 아니라, ‘아침 있는 삶’도 요원한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아침있는 삶’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공백을 만들자!”
‘아침 있는 삶’을 위한 나의 결심이다. 그동안 나의 아침은 항상 무언가를 위한 아침이었다. 운동을 위한 아침, 영어회화를 위한 아침, 취미생활을 위한 아침… 아침은 항상 재료로 사용되었다. 아침을 위한 아침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백으로서 아침을 만들고자 한다. 해야 되는 것이 없는 시간. 이러한 공백의 시간을 통해 나는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은 온전한 아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살짝 흔들리기도 한다. ‘차라리 잠을 조금 더 자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불현듯 스친다. 하지만 꾸준히 아침의 공백을 만들고 지켜나간다면, 난 어느 샌가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 스스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현대인들은 공백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어려서부터 높은 교육열로 인해 강도 높은 경쟁에 길들여져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러한 공백은 부담감으로써 우리를 오히려 더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아침을 위한 공백은 말처럼 쉽게 만들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백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백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그동안 지나친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삶의 확장을 위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아침의 공백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다시 광고를 보니 아침의 공백이 여기저기 보인다. 해가 뜨지 않은 푸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는 오전 9시 35분까지 연아님은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며 아침을 마주하고 있다. 맥심 화이트골드가 말하고 싶은 ‘연아의 시작’ 그리고 부드러움은 어쩌면 이러한 아침의 공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