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차이 나(China)’
‘먹거리가 차이 나(China)’
‘먹거리가 차이 나(China)’
2017.01.13 17:33 by 제인린(Jane lin)

흔히 중국을 ‘먹거리의 천국’이라고 하죠. 이는 맛도 맛이려니와, 워낙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이는 덕분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긴 14억 명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다양성을 갖춰야 하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 문화 속에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아픔이 녹아있다고 하네요.

(사진:Pil-Art/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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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저가로 공급되는 식재료를 적당히 조리해 판매하는 길거리 음식부터,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가격의 한 끼를 맛볼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죠.

‘먹고 살아남는 것’에 유독 큰 관심을 가지는 중국인들의 특성과 외식하는 습관의 만남은 중국의 외식 문화를 크게 활성화시켰습니다.

실제로 매일 아침. 거리를 가득 메운 직장인들의 손에는 비닐봉지로 간단히 포장된 각종 아침 식사류가 들려져 있습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저마다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간단한 아침 식사 거리를 사 들고 걸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여간 큰 것이 아니죠.

“아, 저 사람은 오늘 아침 메뉴로 10위안 남짓의 삥(饼, 중국식 부침개)을 구매했구나, 또 저 여직원은 오늘 아침에 칼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려는 구나” 이런 식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재미있죠.

한국의 직장인들이 바쁜 출근 시간 탓에 아침을 거르는 것을 일상처럼 여기는 분위기와 달리, 중국에서는 한 끼라도 굶는 것을 큰일로 여기는 인식 탓에 아침 출근 시간 전후의 사무실에는 직장인들 저마다 봉지에 담아온 아침을 먹고 있는 모습도 진풍경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했던 ‘간헐적 단식’이라는 다이어트에 대해서, 필자의 중국인 지인은 ‘미친 짓’이라고 단정하고, ‘먹지 않는 것은 죽으려는 것과 같다’고 필자를 혹독하게 교육하려 한 적도 있죠. 단점도 있어요. 이 시간대에 저마다 싸온 아침 밥 냄새가 온 사무실을 메우기 때문에 사무실 환기를 시키는 것은 각 팀 내 막내가 담당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중국인들의 분위기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역이나, 지하철역 인근, 대학 캠퍼스 인근의 거리입니다. 이곳에는 매일 아침 이른 새벽부터 이동식 좌판이 끝도 없이 펼쳐지며, 늦은 저녁까지 먹자골목을 형성하기 일쑤인데, 보통 거리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는 10위안(한화 약 17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허기를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도 자주 찾는 곳입니다.

주로 판매하는 요리는 꽈배기 모양의 밀가루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낸 ‘요우티아오(油条)’와 두껍게 구워낸 밀가루 만두피 속에 고기와 야채를 골고루 저며 넣은 ‘로우삥(肉饼)’, 그리고 콩을 갈아 물과 함께 따뜻하게 내어주는 달달한 맛의 ‘또우장(豆漿)’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메뉴를 동시에 맛본다고 해도 10위안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서민들에게는 가히 ‘착한 식단’으로 불릴 만 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어느 곳, 어느 분야가 그렇듯 저렴한 식단이 있는 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가의 식사류를 판매하는 고급 식당도 줄지어 영업 중인 곳이 바로 중국입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내외 귀빈을 대접할 때 이용한다고 알려진 ‘댜오위타이(釣魚臺)’가 꼽힙니다. 이곳은 최근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대접할 때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중국에서는 ‘귀빈’ 모시기 용으로 널리 활용되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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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관이라고 불리는 ‘댜오위타이(釣魚臺)’의 모습. (사진:바이두 이미지 DB)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5만 위안(약 6천만 원)을 지불해야만 이용이 가능하고, 더 놀라운 것은 해당 35만 위안의 금액에는 오직 서비스 비용만 포함된 것으로 식사를 할 경우 식사 비용은 추가로 청구된다는 점이죠.

그런데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귀빈 전용 레스토랑으로 유명세를 얻으며,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이 줄곧 이곳을 찾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청나라 시대 건륭제가 즐겨 먹었다는 ‘만한취안시’라는 식단은 고급 공무원들의 접대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식사인데요. 베이징의 중심지에 자리한 화룬 호텔과 건국문(建國門) 인근의 메이웨이전(美味珍) 등 일부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예약 손님을 대상으로 한정된 ‘만한취안시’를 선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총 196가지의 식단이 제공되고, 3일 동안 쉬지 않고 맛을 보아야 겨우 먹을 수 있다는 해당 요리의 가격은 최고 50만 위안(약 9천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4년제 대학 졸업생의 평균 초임 월급이 불과 4000위안(약 70만원)인 베이징에서 일반 직장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비싼 요리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 ‘메이웨이전’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자주 찾았던 곳으로 더욱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일부 소문에 의하면 이 곳에서는 정체가 분명한 예약 손님만을 대상으로 젊은 여성의 나체 위에 스시를 올려내는 식단을 암암리에 판매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물론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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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이전(美味珍)의 모습. (사진:바이두 이미지 DB)

물론, 이 같은 호위호식을 일삼는 상당수 중국인들은 지난 2013년 중국 정부의 이른바 ‘팔항규정(八项规定)’로 불리는 부패 척결 정책으로 인해 표면상으로는 그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외관상으로 ‘나는 부자니, 내 맘대로 돈을 쓰든 말든 상관하지 말라’며 ‘무대뽀’ 배짱을 부리던 부호들이 해당 정책 탓에 수면 아래로 숨어든 까닭에 그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실제로 해당 정책이 실시된 이후, 중국 정부는 고위 공무원의 출장 경비, 차량 유지비 및 구입비, 접대비 등의 3대 명목으로 지원하던 막대한 금액을 절감토록 강제했는데, 우리나라로 빗댈 경우, 자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법인카드 내역을 정부가 직접 관리 감독하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지난 2013년부터 줄곧 시행돼 오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에도 필자가 업무상 마주치는 고급 관리, 공무원, 해외 바이어 등과의 만남이 주로 앞서 설명한 고급 식당과 호텔 레스토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팔항규정’은 보기 좋은 구호로만 남았다는 지적이 더 적절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필자는 이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사회주의의 기치 하에 수 억 명의 농민과 농민공들의 노동력을 희생시키고 있는 현재의 중국이 불과 소수의 권력자와 부호들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리고중국이 제창하는 ‘생존권’의 중요성이 인권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길 기대해 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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