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계의 안내자, 블리스 저니
낯선 세계의 안내자, 블리스 저니
낯선 세계의 안내자, 블리스 저니
2017.01.13 18:17 by 김석준

아이들은 낯선 느낌을 받으면 바로 울어버린다. 무섭기 때문이다. 목청껏 울며 두려움을 표현한다. 낯선 세계가 주는 두려움은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소리 내지 않고 숨길 뿐이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날 때는 언제나 안내자가 필요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티(Tea)카페 ‘블리스 저니(Bliss journey)’는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수행한다.

블리스 저니는 축복받은 여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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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오픈한 블리스 저니. 지난 12일 직접 방문해본 이곳의 분위기는 소위 ‘핫 플레이스’의 카페와는 자못 달랐다. 시끌벅적한 홍대의 어떤 카페와는 달리 조용한 대화만 오간다. 카페 외벽과 디저트 제조 공간을 통유리로 만들어 탁 트인 느낌도 준다. 그 옆으로 켜진 따뜻한 색의 조명 덕분에 자연스레 대화가 오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다양한 종류의 티가 준비되어있다.

나름 티 마니아를 자처하는 에디터는 자신감 넘치게 메뉴판을 펼쳤다. 하지만 메뉴판이 끝나도록 아는 메뉴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낯선 메뉴에 당황한 에디터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맛 좋아하세요? 상큼한 맛을 좋아하시면 마리아쥬 프레르의 마르코폴로와 레몬 타르트를 추천하고, 고소한 맛을 원하시면 홍차와 당근케이크 조합도 괜찮아요.”

블리스 저니가 당당히 안내자임을 자부하는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메뉴판을 보면 브랜드의 정신과 티의 맛에 대한 짧은 설명이 있지만, 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향을 글로 이해하기는 힘들기 때문. 그래서 블리스 저니는 향의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카운터 앞에 놓인 티 샘플러로 시향까지 권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티의 매력을 알아간다.

티를 고르기 전에 우선 시향부터.

“커피가 지루할 때 한번쯤 시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쓴맛이 주된 커피와는 다르게 티는 고소한 향, 달콤한 향 등 다양해요. 또 카페인이 없는 티도 있으니 저녁에 마셔도 걱정이 없죠. 분명 커피엔 없는 매력이 있어요.”(양재훈 매니저)

사실 한국은 티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아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19세기 중엽 중국 상해에 있던 독일 상인 E.오페르트가 쓴 「조선기행」을 보면, ‘조선 사람들은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중국 사람과 다르다’는 기록이 있고, 1895년에 발간된 「서유견문」에는 서양 사람들은 주스·커피 마시기를 한국 사람이 숭늉·냉수를 마시듯이 한다고 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하니 모른다고 창피하거나 속상할 필요 없다. 티의 매력을 천천히 알아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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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현혹하는 다양한 티 포트들

이날 에디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티를 시키면 잔과 함께 티 포트가 나온다는 것. 빨대를 꽂아 쭉 마셔버리는 커피에 여유가 없는 것관 달리 천천히 한 잔씩 채워가는 티는 보다 여유롭다. 대화에 더 적합한 이유다. 커피의 카페인이 긴장을 시키는 반면, 티를 마실 땐 긴장이 풀렸다. 티 포트가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 다른 테이블의 티 포트가 눈에 들어왔다. 디자인이 모두 달랐단 거다.

“브랜드와는 상관없이 블리스 저니의 따뜻한 분위기와 어울린다면 구입해요. 덕분에 티 포트가 예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고, 이를 통해 티의 매력을 알게 되서 단골이 된 손님도 계시죠.”

핸드드립을 원하시면 해드립니다.
모두 수제다.

블리스 저니는 티뿐만이 아니라 디저트에도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다. 티를 마실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방문 당시 블리스 저니의 풍경에서도 잘 드러났다. 손님들의 테이블 위에는 여지없이 케이크나 타르트 종류 디저트가 함께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당근 케이크와 에그타르트.

당근케이크 위에는 방금 토끼가 놓고 간 것 같은 작고 귀여운 당근이 올라가있다.(당근맛은 아니고 설탕맛이다.) 당근 케이크와 쌍벽을 이루는 인기 디저트는 에그타르트다. 에르타르트는 정오와 1시 사이 하루에 한 번 만들어진다. 수량도 여섯 개 밖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녁 늦게 가면 냄새조차 맡지 못한다.

먹을 수 있는 당근. 하지만 당근맛은 아니다.
하루에 한 번 나오는 에그타르트를 놓치지 말자.
모든 디저트가 수제라는 것은 유리벽 너머 오픈된 공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블리스 저니가 이끄는 곳은 단순히 티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청소년들을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안내하는 것. 이곳이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자’를 자처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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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리스 저니는 탄생부터 특별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비롯한 14명의 후원자들이 기부금을 모았고, 비영리기관인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직접 오픈 작업에 나섰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바리스타와 파티시에 교육을 받으며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는 목적에서다.

2개월간의 교육이 끝나면 매장에서 3개월 간 인턴 직원으로 근무를 하고, 모든 과정이 끝나면 매장에서 정직원으로 고용되거나, 다른 곳으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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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서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양재훈 매니저는 이들의 변화와 발전이 인상깊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커피에 대한 흥미를 꾸준히 키워주니까 자존감도 상승하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환경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했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함께 발전하며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생들은 단순히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전문 직업인을 목표로 일하고 배운다. 기계 작동에 그치지 않고, 커피 문화 전반에 대해 이해시키려 하는 이유다. 때론 인생 상담을 통해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티가 맛있고 티 포트가 예뻐서 왔던 손님들도 이런 탄생 배경을 알게 되면 많이 응원해줘요. 가끔 아이들이 만든 음료가 저보다 낫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잘 따라주어서 고맙고, 더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네요”(양재훈 매니저)

오늘도 블리스 저니에선 따뜻한 차와 더 따뜻한 꿈이 몽글몽글 여물고 있다.

/사진: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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