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 심사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장애등급 심사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장애등급 심사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2017.01.24 15:22 by 류승연

삐뽀삐뽀~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그에 따른 준비단계로 장애인 등급 재심사를 받았다. 어제 결과가 나왔는데 또 다시 지적장애 2등급을 받았다. 그것도 2점 차이로.(8화. 활동보조인 서비스 편 참고)

물론 납득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야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내 아들의 것이 아닌 아이큐 검사가 반영돼 1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데서 의문이 들었다. 말 한 마디 못하는 아이의 언어지수가 높게 나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장애인 등급 심사. 대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겁니까? 나는 오늘 큰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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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 2주 전 진행된 장애등급 재심사 검사에 대한 결과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1등급이 분명한 아이.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아이의 ‘상태’에 맞게 정당한 심사를 받고 그에 따른 정당한 ‘시간’을 할당받는 게 중요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들어간 진료실에서 예상 못했던 얘기.

“동환이가 또 2등급이 나왔네요”.

의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사회성 지수는 20점대로 1등급이지만 아이큐 검사결과가 37이라 2등급이 되었단다. 참고로 35미만이 1등급이다. “2점 차이로 아깝게 됐네요”.

4년 전과 비슷한 상황. 그 때는 사회성이 좋다는 이유로 2등급을 받았다. 3점 차이였다.

내 아이의 아이큐가 낮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자식의 아이큐가 1이라도 높아지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게 장애아 부모들이다. 하지만 의사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검사결과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아들은 장애등급 진단을 위해 지능검사(K-WISC-III), 시지각검사(VMI), 적응능력검사(SMS), 문제행동검사(CBCL 1.5-5),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SCQ)의 검사를 받았다.

먼저 시지각검사 결과 아들의 시각운동 통합 발달은 2세 11개월보다 낮은 수준이며, VMI가 뭔지 모르겠으나 VMI 지수는 산출이 불가하단다.

적응능력 검사 결과 아들의 적응능력은 실제연령보다 5년 10개월이 지체된 1세6개월 수준이란다. 이번 설에 친정에 가서 두 돌을 갓 지난 조카를 만나면 ‘누나’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문제행동 검사 결과 아들은 위축, 주의집중, 공격, 기타 문제 등으로 인해 적응의 어려움이 예견된단다.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 결과 아들은 총 27점으로 ASD(자폐스펙트럼장애) 수준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단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락없는 1등급이다. 문제는 지능검사에서 나타났다. 상식, 산수, 어휘, 이해 등의 영역에서 환산점수 1~4사이에 속해 ‘지체’ 수준을 받았다. 오케이. 넘어가고. 다음. 동작성 영역에 해당하는 검사에서도 환산점수 1점으로 ‘지체’ 수준을 받았다. 오케이. 다음. 아들의 시각-운동 통합발달은 2세 11개월보다 낮은 수준이며 이를 실제연령으로 나누는 VMI 지수(이게 뭔지 나는 모른다)는 산출이 불가하였다. 오케이. 이것도 인정.

그런데 언어성 영역이 의아하다. 논리적·추상적·사고력(공통성)이 환산점수 6으로 ‘경계성’ 수준이란다. ‘경계성’이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 사이에 있는 어정쩡한 영역을 의미한다. 경계성 장애인도 장애인이긴 하지만 좀 느린(?) 비장애인으로서 보통의 사람들과 많이 다르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경계성 장애인으로 성장하는 게 모든 지체 장애아 엄마들의 소원이라면 소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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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들은 언어성 지능 검사에서 ‘경계성’ 진단을 받았는데 나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바이다. 왜냐면 아들은 말을 단 한 마디도 못하는 데다 말귀를 알아드는 수용 언어 능력에서도 두 돌 된 조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들은 착석이 힘들었고 검사를 진행할 정도의 기본적인 인지 능력조차 갖추고 있지 않아 아이큐 검사 자체가 진행이 되지 않았었다. 검사 평가지에도 모든 검사에서 의미 있는 수행이 불가능했다는 점이 명백히 명시돼 있다.

검사 자체가 진행되지도 못할 정도의 인지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의 언어 능력이 ‘경계성’ 수준인 6점이 나와 버렸기 때문에 아들은 2등급을 받게 되었다. 2점이 초과되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임상심리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들을 0번부터 100번까지 줄을 세웠을 때 우리 아들처럼 아무것도 못해 0번인 아이라도, 만 7세 때는 전체평균을 내서 점수를 6점으로 환산한단다. 장애 아이들의 평균인거냐고 물으니 아니라며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처음 듣는 용어들이 어려워서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대신 확실한 건 있었다. 우리 아들은 0번이지만 우리 아들의 점수가 아닌 평균 어쩌고 하는 남의 점수로 6점을 내서 2등급을 받았다는 거. 그건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나는 화가 났다. 1등급이 분명한 아이는 정당하게 1등급을 받고, 그에 따른 복지의 혜택을 받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게 장애아인 내 아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길이다.

의사에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느냐고 물었다. 내 아이의 지능이 아닌 것으로 내 아이의 지능점수를 내서 높은 등급의 장애를 못 받게 방해하는 듯한 검사.

검사지의 문제인지, 검사 기준의 문제인지,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장애인 심사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문제제기를 하고 원인을 알고 싶다고 하자 의사가 말한다.

“선의를 탄핵으로 갚네요…”

내 목소리가 격앙된 것이 그리 들렸나 싶어 사과를 했다.

“의사 선생님한테 화를 내는 게 아니에요. 다만 검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그래요. 너무 부당하잖아요. 알고 싶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제도의 문제인지 아닌지. 제도의 문제라면 뭐가 고쳐져야 되는 건지”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뒤늦게 의사의 말에 화가 치민다. 의사가 베풀어준 선의가 분명 있을 터였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우리 아들에게 무언가의 선의를 베풀었겠지. 하지만 난 분명 의사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제도의 문제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고 했는데 탄핵으로 되갚는다는 말을 들었다.

검사 결과가 부당하게 나온 이유에 대해 내가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 삼기 시작하면 그게 의사에 대한 탄핵을 실시하는 결과가 되는 건가? 의사는 공정한 기준으로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었나? 장애인 등급 심사에 의사의 개인 소견이 사적으로 개입되기라도 하는 건가? 진실이 뭔가요? 네? 누가 나에게 확실한 답변 좀….

오죽했으면 그 길로 국민연금 장애인 심사팀에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 혹시 1등급을 많이 배출한 병원에 경고를 주는 그런 내부 규정이 있기라도 한 것이냐고. 나라의 복지예산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1등급 장애인 수를 줄이려 하는 거냐고. 왜 1등급이 당연한 사람에게 1등급을 안 주기 위해 남의 평균을 가져다가 내 아이의 지능으로 점수를 매기는 거냐고.

당연히 국민연금 측은 모든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그 말에 목숨을 걸 수 있겠어요?”라는 내 말에 1초 늦게,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하던 뉘앙스가 아직도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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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들은 재심사에서도 2등급을 받았고 나는 그에 대해 국민연금에 조정신청을 내기로 했다. 필요한 서류를 갖고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된단다.

활동보조인 신청은 한 달을 더 기다려 조정 결과가 나온 후에 할까도 생각해 봤으나 그냥 당장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세워둔 계획들이 있는데 차질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았다.

문의해 보니 지적장애 1등급은 2등급보다 월 20시간의 서비스를 더 받을 수 있었다. 하루 한 시간 꼴이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가끔 그런 장애아 엄마들을 볼 때가 있다. 싸움닭이 되어가는.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저렇게 싸워가며 살지 않아도 되는데….’라고도 생각했었다. 아무리 장애아를 키우고는 있어도 늘 밝고 행복하게, 샤랄라 같은 느낌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부터 넘보지 못할, 내 것이 아닌 생이었나 보다.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나는 투사가 되어야 하고 싸움닭이 되어야만 함을 오늘 또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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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싸우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자. 나는 그냥 싸움닭이 아니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뚱뚱한 싸움닭이다. 팔뚝도 굵고 다리도 튼튼하다. 가끔은 힘으로 남편을 이기기도 한다. 상대가 누구든, 무엇이든. 지지 않겠다! 아뵤~!

/사진:류승연

동네 바보 형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장애인 월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에피소드별로 전합니다. 모르면 오해지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런 비장애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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