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을 불식시키는 정치
불신을 불식시키는 정치
2017.01.26 17:25 by 시골교사

나는 정치를 싫어한다. 최근 나랏일이 어수선하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작게는 내 주변에서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로 얽히는 일이 싫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도 싫고, 누구 앞에서 싫은 소리하기도 싫다. 또 남을 밟고 올라서는 일도 싫다. 그런 성향을 갖고 있는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가 오히려 힘들다. 더구나 남의 나라 정치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놀랍게도 독일유학 시절엔, 그 나라 정치에 관심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호감을 가졌더랬다.

(사진:AR Pictures/shutterstock.com)

| 변화는 거북이처럼

내가 독일에서 정치에 호감을 갖게 된 것은 그들의 잘 변하지 않는 조직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크게 사민당(SPD)과 기민당(CDU)의 정당체제를 갖추고 있다. 사민당은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즉, 사회민주주의로서의 자유, 정의와 연대, 노동자의 권익 보호 등을 주요 이념으로 삼는 서민정당이다. 이에 비해 기민당은 자본주의 논리를 중심으로 가진 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이다.

통독 이후 빚어진 사회, 경제적 불안요소로 인해 정권은 현재 기민당이 잡고 있다. 당수는 여수상인 메르켈이며 그녀가 집권한 후, 경제적인 불안 요소를 잘 극복해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정치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 외에 녹색당, 공산당, 나찌당 등의 소수정당도 존재하며 그들만의 정치적 색깔을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차기 UN사무총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사진:360b/shutterstock.com)

정당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당들 본연의 색깔을 전혀 잃지 않는다. 분명한 색깔이 있기 때문에 선거철마다 불거지는 정강의 혼선도, 정치적 야합도, 그로인한 유권자의 헷갈림과 정치에 대한 불신도 적은 편이다.

더 부러운 사실은 연방의회가 유지되는 한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정권교체 후 잦은 전면적인 개각 내지는 부분적이 개각이 없다. 한번 장관이 되면 의회가 새로 구성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간다. 오히려 중간에 장관직을 사임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여긴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 전의 교육부 장관이 그 자리에서, 경제부 장관이 그 자리에서 그동안 추진해 오던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기도 한다. 이런 정책의 지속성 때문에 정국이 불안하지도 않고, 임기동안 어떤 과업이나 실적을 만들어 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 토론을 좋아하는 독일인들

독일 정치에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는 또 있다. 독일 방송에는 정치 토론이 참 많다는 것. 각 방송사마다 매주 정치 토론이 진행된다. 주제는 한 주에 있었던 첨예화된 이슈이며, 이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 당의 당수 내지는 장관들은 물론이고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 교수, 실업인과 현장에서 직접 그 이슈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출연한다.

출연자들은 그 주제를 놓고 각 당의 입장, 학자로서의 이론적 견해와 현실성 여부,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 등을 꼼꼼히 제시한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그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각자의 전문성과 논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독일은 토론을 좋아해~(사진:Khakimullin Aleksandr/shutterstock.com)

그들은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이론, 통계수치와 그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예측으로 상대방을 설득시켜 나간다.

정치인들은 이런 토론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설득시켜 나가고, 방청객뿐만 아니라 시청자인 국민을 설득시키는 기회로 삼는다. 국민들은 이 토론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에 주목한다. 어떤 당의 전략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지를 찾아내고 판단한다.

주어진 시간에 각 당의 입장을 대변하며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야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 감정을 섞지 않으며, 생각의 차이를 인정한다.

토론 문화의 발달로 독일은 무언가 한번 바꾸고자 하면 그에 대한 논쟁이 1년 넘게 가기도 한다. 제도의 제정과 개정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느리지만 빠른 변화로 인해 앓게 될 부작용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 그들의 철학인 셈이다.

 

germany

독일에서 친구 만들기

독일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아이들을 보고 활짝 웃으며 "할로우!"라고 인사합니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에게 미소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친구 사귀는 문제 만큼은 무엇보다 신중하죠. 마음에 든다고 한 번에 마음을 확 열고 다가서기보단, 오랫동안 주변에서 지켜보다 한 발짝씩 천천히 다가옵니다. 

이런 성격은 기후와 무관하지 않은 듯 싶어요. 날씨의 우중충함이 사람들의 기질과 성향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추측이 가능하죠. 그나마 날씨가 좋은 남독일 사람들의 성격이 북독일 사람들보다 쾌활하고 밝은 편임을 봐도 그렇고요.

날씨도 날씨지만, 실은 그들의 폐쇄적인 사회적 시스템이 더 큰 이유입니다. 실례로 학생들은 자기가 태어난 지역을 교육적 이유로 떠나지 않습니다. 이곳은 대학 수준이 거의 같기 때문이죠. 자기가 태어난 지역과 주에서 대학·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다시 그곳에서 직장을 구해 자리 잡고 사는 게 보통입니다.  

지역 간 낮은 이동률은 뿌리 깊은 지방자치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1871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독일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굳어지고 발전된 지방자치제의 역사와 전통이 그 지역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온데다,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일자리와 그 외의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동을 억제하죠. 그렇게 섞이지 않다보니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으로 흘러갈 수밖에요. 그런 그들에게 변화는 늘 신중한 ‘테마’입니다.

(사진:Juri Pozzi/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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