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틈
희망의 틈
2017.01.31 15:30 by 정원우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억압과 단절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는 지금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그래왔던 것이다. 주변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 아니다. 3면의 탁 트인 바다를 가지고 있지만, 위는 철조망으로 갇혀있다. 우리는 철조망 너머를 볼 수만 있을 뿐, 넘어갈 수는 없다.

철조망은 본디 공간에 제약을 두기 위해 발명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람이 아닌 가축을 가두기 위함이었지만.

(사진:Baronb/shutterstock.com)

가정 형편상 초등학교 졸업 후, 일을 해야만 했던 어린아이가 있었다. 100여 년 전 미국 텍사스에 살던 13살 조셉은 훗날 목축업으로 성공하여 살림에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목동이 된 그는 양들이 울타리 너머로 넘어가서 남의 농작물을 망치지 못하게 막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양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잠시 한눈을 팔면 양들이 울타리를 넘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느낀 조셉은 양들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양들이 가시넝쿨을 피해 나무로 된 울타리만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조셉은 장미넝쿨을 잘라 울타리에 붙여보았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있었을 뿐이었다. 양들이 몇 번 부딪치고 나면 넝쿨은 떨어졌고, 다시금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다.

조셉은 발견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발명을 해보기로 한다. 철사 두 개를 꼰 후, 하나를 조금씩 잘라 넝쿨처럼 만들었다. 완성된 철사 가시는 튼튼했고, 양들을 통제하는데 효율적이었다.

(사진:Shigeyoshi Umezu/shutterstock.com)

조셉은 목장 주인의 도움을 받아 1874년 11월 24일 특허를 취득했다. 이후 철조망은 큰 인기를 끌었고, 밀려오는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위대한 발명을 하더라도 시대적 상황이나 여러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조셉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홍보 활동까지 펼치며 발명품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텍사스 주의 샌 안토니오 광장에서 그들은 가시철조망을 펼쳐놓았다. 그러고 소 떼들을 철조망으로 몰아넣었다. 드세게 날뛰던 소 떼들이 철조망에 몇 번 부딪친 뒤에는 얌전해졌다. 목장주들의 이목을 끄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공기보다 가볍고 위스키보다 세고 먼지보다 값싸다'

당시 조셉 부자가 사용한 홍보 문구다.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를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이었다.

철조망의 발명 덕분에 목장주들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소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했던 카우보이들이 불필요해진 것이다(그들은 로데오 선수로 전향하곤 했다).

목장뿐 아니라 1차 세계대전 등 여러 전쟁에서도 철조망이 많이 사용되면서, 조셉 부자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특허권이 완료될 때까지 그들이 번 돈은 공인회계사 10여 명이 1년 동안 계산해도 끝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저 ‘가정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꾸던 아이는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진:meunierd/shutterstock.com)

문득 그가 우리에게도 도움을 준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전선이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벽돌이었다면 우리는 그 너머를 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한 줌의 틈이 있는 철조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이는 어쩌면 희망의 틈을 열어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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