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컨설턴트 도입이 시급합니다!
장애 컨설턴트 도입이 시급합니다!
장애 컨설턴트 도입이 시급합니다!
2017.02.14 16:49 by 류승연

종잣돈을 어찌 굴려야 할지 모르겠을 때 우리는 금융 컨설턴트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법적인 자문이 필요하면? 변호사, 법무사, 노무사를 찾아가면 만사 오케이다. 마찬가지로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고, 보험이 필요할 땐 보험설계사를 찾는다.

그런데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됐다면? 내 자식이 태어났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 확진을 받았다면?

기본적인 치료 방향 등은 병원 의사와 상의할 수 있지만 그 외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모든 것은 주민센터로 가서 상담을 받는다. 문제는 주민센터의 담당 공무원조차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것.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장애 컨설턴트’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 tsyhun/shutterstock.com)

얼마 전 주민센터를 갔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활동보조인 신청도 해야 했고, 분실한 복지카드의 재발급이나, 장애등급 조정 신청도 필요한 업무였다.

복지카드 신청서 하나를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만 오래 걸리면 다행이게. 오랜 기다림 뒤 신청서 처리가 다 되고 나서야 필요한 서류가 있다며 다시 또 증명서를 떼어오란다. 처음부터 얘기해줬으면 기다리는 동안 처리했을 텐데…. 몰랐던 거다. 담당자도. 다 처리하고 나서 확인해보니 필요한 서류가 있었던 거다.

며칠 전엔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나온 심사원(?)이 집에 다녀갔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줘야 하는지 아이의 ‘상태’를 직접 보고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이런저런 질문이 오가고 설문이 완료되자 심사원이 묻는다. “그런데 아이는 평소에 어디를 다녀요?”

A 초등학교에 다닌다 했더니 깜짝 놀란다. 학교에 다니면 월 10시간을 더 받을 수 있는데 신청을 한 주민센터에서 학교에 다닌다는 말이 없었단다. 학교에 다니면 서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오늘 심사를 한 서류는 폐기처분을 하고 다시 작성을 해야 한단다. 더불어 재학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단다.

장애등급 조정 신청도 마찬가지였다. 주민센터에서는 장애등급 ‘이의’ 신청을 하라며 준비해야 할 서류를 알려줬다. 혹시나 해서 국민연금에 알아보니 ‘이의’ 신청은 장애등급을 받은 지 보름 안에 해야 하는 것이고, 나 같은 경우는 ‘조정’ 신청을 해야 한단다.

조정 신청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주민센터로 갔다. 장애인 담당자에게 이런 경우엔 ‘이의’가 아닌 ‘조정’이라고 직접 알려줬다. 활동보조인 신청 시에도 학교에 다닌다는 항목을 빠뜨리면 안 된다며 재학증명서를 내밀었다. 서류를 받으며 “제가 잘 몰라서요~”라고 해맑게 얘기한다.

대체 아는 게 무엇이랍니까? 주민센터 장애인 담당자님들. 장애인 관련자들은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당신들이 모르면 우리는 어찌하랍니까?

(사진:류승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자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장애인 교통카드가 발급되었다. 보호자 1인까지 무료다. 카드가 1개인데 보호자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이 먼저 들여보낼 때 한 번 찍고 나오는 거로 한 번 더 찍은 뒤 다시 내가 탈 때 또 찍는 건가?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물으니 자기도 모른단다.

고민을 하다가 한 번 찍을 때마다 아이를 내 앞에 바짝 세워두고 둘이서 종종걸음으로 매표소를 통과하곤 했다. 그런데 아이가 크다 보니 이젠 한 번에 둘이 통과하는 게 만만치 않다. 결국 지금은 휠체어가 다니는 큰 문을 이용하고 있다. 한 번 찍어서 문이 활짝 열리면 아이와 내가 둘 다 편하게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어디 이뿐일까? 몇 달 전 처음으로 활동보조인 제도를 사용하고 싶어서 주민센터에 문의전화를 했더니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른다는 답변뿐이다.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단다. 아니면 구청에 전화를 하면 더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에휴~. 목마른 놈이 우물 파야지. 구청에 전화하니 장애인 담당자가 잘 알고 있다. 물어보는 것마다 즉각적으로 필요한 답변을 해준다. 감동한 내가 “와~ 어떻게 이렇게 다 아세요? 주민센터는 하나도 모르던데” 했더니 “이해해 달라”며 대신 사과를 한다.

장애인 담당이라 해서 그쪽만 하는 게 아니라 1년마다 혹은 2년마다 계속 과가 바뀌며 다른 업무를 맡는 거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단다. 전임 담당자로부터 이월작업이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책을 보며 업무를 숙지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며 응대하다 보니 미숙한 부분들이 있다고. 자신은 몇 년 동안 보직 변경 없이 장애인 업무를 맡고 있어서 잘 알게 됐다고.

그렇게 명쾌한 답변들을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구청 직원이었지만 그 역시 장애인 삶 전반에 관한 것은 잘 몰랐다. 그가 아는 것은 제도적 지식과 필요한 관련 서류들이었다. 장애인의 취업과 결혼, 출산과 주거 등 장애인이라는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제도 밖의 지식에 대해선 잘 몰랐다.

딱 한 명 만나본 적 있다. 장애인 삶의 모든 것을 하나로 꿰뚫고 있는 입지적인 인물.

장애인 복지제도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가서 알게 된 사람이다. 본인 업무가 장애인 복지 담당인 데다 배우자가 장애인이라 제도 밖의 다양한 정보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말 그대로 ‘장애인 전문가’였다.

질문할 시간이 되자 모든 엄마들이 일제히 손을 든다. 다들 각자 상황에 맞게 알고 싶은 게 산더미인 거다.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엄마들의 질문 세례는 이어진다. 나 역시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질문 한 개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선생님처럼 장애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분한테 총체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나요?”

대답은 “없다”였다. 자신이 특수한 상황이라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것이고 보통은 사안 별로 주민센터, 구청, 국민연금, 복지부, 특수교육청 등에 일일이 문의해서 알아봐야 한다고.

아~ 정말 필요하다. 장애 컨설턴트. 절실할 정도로. 필요한 사람이 발로 뛰며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뭐가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경우엔? 장애에 대한 복지정책이 그렇듯 장애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ChristianChan/shutterstock.com)

그나마 유일하게 정보를 듣는 게 장애인 관련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활용하려면 뭔가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그에 맞는 검색어를 입력해야 하는데 뭐가 있는지, 무슨 단어를 입력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들도 태반이다.

어떤 엄마는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언제 뭘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서 손 놓고 있다가, 집 앞 특수학교에 입학을 못 하고 먼 거리의 일반 학교에 아이를 보내게 된 예도 있다. 장애 아이들의 입학은 특수교육청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일반 아이들의 입학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신청과 배정이 끝난다. 빠를 땐 전년도 여름에 마감이 되는 예도 있는데 그 엄마는 사전에 그런 정보를 몰랐던 것이다.

치료실에서 만나는 엄마들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대상들이지만 다 고만고만한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우는지라 그곳에서 나오는 정보는 “어느 치료실이 좋다” 등이 전부다. 일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어느 학원이 좋은지 서로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가 장애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충격을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느니, 의사를 붙잡고 “선생님~”하고 부르짖는 건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한 심정. 그때 장애 컨설턴트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헤매지 않았으리라. 지금이라도 장애 컨설턴트가 있다면 시행착오를 덜 겪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맞춤 설계해 줄 수 있으리라. 앞으로라도 장애 컨설턴트가 있다면 성인이 된 내 아이가 자립하며 살아가는 데 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자격증 좋아하고 전문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정부. ‘장애 컨설턴트’ 제도를 한 번 도입해 보는 거 어떻습니까요? 주민센터만 믿고 있기엔 신뢰가 안 가네요.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수가 250만 명이 넘는답니다. 수요는 충분하겠지요. 당장 나부터 1호 고객이 되겠습니다. 높으신 분들. 생각 좀 한번 해 봐 주셔요. 부탁합니다.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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