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물 먹인 건 누구?
날 물 먹인 건 누구?
2017.02.14 17:15 by 정원우

시국이 하수상하니, 병원균까지 득세하는 모양이다. AI(조류 인플루엔자)에 이어 구제역까지 번지며 확산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관련 업계도, 소비자도 울상이긴 매한가지다.

특히 모두 가축을 통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가축 매몰지 근처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다. 실제로 얼마 전 한강에선 AI로 인한 폐사체가 발견됐는데, 설사 식수와 무관하다고 해도 그 근원이자 생활의 바탕이 되는 한강에 바이러스가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이 반가울 리 없다. 괜스레 생수를 멀리하고, 안 먹던 보리차까지 끓이게 되는 이유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사진:Kharkhan Oleg/shutterstock.com)

물 얘기가 나오니, 내 외출 패턴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집을 나서면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생수 한 통을 사는 버릇이 있다. 얼마 전 여느 때와 같이 물통을 손에 쥐고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그 녀석의 손엔 비싸디비싼 OOO 생수 한 통이 들려있었다.(AI의 영향이라기보단, 이 녀석은 원래부터 이 브랜드만 먹는단다.)

외동이고 부모님과 사는데, 집에서 가족 3명이 마시는 물 브랜드가 모두 다르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들려줬다. 조금은 유별나지만, 집안 전체가 원래 물맛에 민감하다나.

모두 다르답니다. 맛이.(사진:AlenKadr/shutterstock.com)

학창시절, 체육 시간에 맘껏 뛰놀다가 목마르면 수돗가에 가서 양껏 수도를 틀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던 우리가 지금은 각자 생수 한 통씩을 돈 내고 사 마신다. 물을 사서 먹는 게 익숙하지 않던 시기에는 “이러다가 나중에 공기까지 사 먹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이제는 물과 공기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 이렇게 물을 팔기 시작했을까?

사실 우리나라 최초의 생수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1988년. ‘88올림픽’을 보기 위해 외국인들이 몰려들었는데, 이미 생수에 익숙해져 있던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생수를 생산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시켰다가 1995년부터 재생산되었다.

어서와, 수돗물은 처음이지?(사진:meunierd/shutterstock.com)

세계 최초의 생수 판매는 우리나라보다 100여 년이 앞섰다. 1878년 프랑스에서 판매된 물이 그것이다. 1789년 레세르 후작은 신장결석을 앓던 중 프랑스와 스위스, 알프스 산이 경계를 이루는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요양을 갔다. 그곳의 물은 알프스 산맥의 깨끗한 눈과 비가 스며들어 15년에 걸쳐 내려온 물이다. 그 청정의 물에는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고, 그 물을 먹고 후작이 병을 고쳤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이후 그곳의 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몸에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그 땅의 소유주가 나서기 시작했다. 카샤(Cachat)라는 땅의 소유주는 이 물에 ‘카샤의 물(Source Cachat)’이라는 이름을 붙여 1829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1878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판매 허가를 받아 최초의 생수가 탄생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레세르 후작이 있던 그 작은 마을의 이름은 ‘에비앙’이었다. 내 친구가 들고 있던 물의 정체도 이 녀석이다. 일종의 산속 약수터에서 떠먹는 물을 병에 넣고 판매하는 것이랄까?

물 좋은 동네(사진 :canadastock/shutterstock.com)

사실 나는 물맛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둔감하다. 목만 축일 수 있으면 어느 물을 마시든 상관이 없다. 물론 목 축이자고 마셨던 물 때문에 건강을 위협받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누구 말마따나 요란법석을 떠는 것일 수도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어찌됐든 돈 주고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지 않아도, 걱정 없이 시원하게 목 축일 수 있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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