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소리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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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15:45 by 제인린(Jane lin)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 청계천 헌책방 거리 같은 곳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 서점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전의 명맥만 남아 지금은 '옛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관광코스‘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이죠. 대형 서점의 등장과 유통망의 변화로 영세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중국의 상황을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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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이 득세하기 이전 오프라인 서점 골목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해정도서성’의 옛 정취. (사진:바이두 이미지 DB)

200미터 이상에 달하는 골목 곳곳에는 특가 서점, 족보 전문 취급 서적, 고서적 취급 서점, 방석을 바닥에 깔아놓아 책을 무료로 맘껏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은 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을 구경하는 재미가 숨어 있는 골목이었죠.

50여 평에 달했던 지하 할인 서점에선 최고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서적을 구매할 수 있었고, 고(古) 서적 전문 판매 서점에서는 절판되어 구입이 어려워진 옛 서적을 구입하기 위한 이들로 붐볐습니다.

하지만 이 서점들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2월 현재 이 일대에 남아 있는 서점은 정부 소속의 ‘중국서점(中國書店)’이 유일하고, 족보만 취급해오는 서점은 기존 1~3층까지 운영되던 것을 2층 한 곳으로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해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주말이면 거리 곳곳에 좌판을 펴고 판매하던 책 벼룩시장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고요. 

이런 변화는 이 일대가 중국 정부의 창업 진흥 정책의 중심부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됐죠. 서점이 사라진 자리에는 창업 전문 카페와 먹거리 식당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기존의 책방 골목은 완전히 사장됐죠.

그렇다면 그 많은 서점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고 부상한 것은 바로 온라인 서점들입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들은 중국 최대 규모의 서점 '땅땅왕(当当网)'과 ‘타오바오(淘宝)’ 내 서적을 취급하는 곳에 입점해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종이 책을 직접 구경하고 읽어보는 맛이 있던 오프라인 서점들은 현재 이 일대에 자취를 감췄고,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라고는 대학 캠퍼스 내에 자리한 소규모 상점 한 두 곳에 불과합니다. 이들 캠퍼스 서점조차 수업 중 필요한 서적을 취급하는데 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지난 수 십여 년 동안 번성했던 오프라인 서점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원하는 서적을 구매할 수 있는 ‘편리성’과 ‘간편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추세입니다. 거대 온라인 상점의 득세, 기존 오프라인 소규모 상점의 몰락, 그리고 해당 소상공인들이 거대 자본에 예속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이들 오프라인 소규모 서점의 몰락은, 베이징 소재의 ‘798 예술구’가 버젓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아쉬움을 줍니다. 상업적 이유에 기반하지 않은 예술구 지정과 활발한 대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예술구가 지속적인 번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는 베이징 시 정부의 경제적 지원도 한 몫 단단히 했을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마치 인문학의 몰락이 당연하단 듯이 베이징 소재 유일한 책방 골목이 몰락을 선언한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닙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들어가면 더 복잡해집니다. 이 곳에 소재했던 소규모 책방 주인장의 생계 문제 말이죠. 이쯤되니, 인터넷의 발달과 인터넷 상의 난립하는 각종 상점의 호황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소상공인과 소규모 책방 주인장의 생계를 모른 척하는 과학 발전(인터넷 발전)은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난폭성을 가지게 마련인데, 책방 골목의 몰락 역시 그 사례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큰 인기몰이에 나선 자전거 공유 업체의 성공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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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공유 서비스 모바이크(mobike), 오포(ofo). (사진:바이두 이미지 DB)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 업체 가운데에는 오포(OFO), 모바이크(MOBIKE) 등이 꼽히는데, 일명 ‘공유 경제’를 실현하는 서비스로 여겨집니다. 모바일 결제와 연동이 가능하고, 고객은 자전거에 부착된 QR 코드를 통해 사용 후 요금을 지불하는 형태로 최근 그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의 호황에 대해 현지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 곳곳에서도 찬양 일색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존 소규모 자전거 대여 업체의 몰락에 대해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죠. 

실제로 베이징 대학은 해당 온라인 자전거 공유 업체가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캠퍼스 중 한 곳입니다. 이들 온라인 업체의 호황은 지금껏 대학 내에서 자전거 대여를 ‘업(業)’으로 여기며 살았던 소규모 오프라인 대여점의 몰락을 불러왔습니다.

수 십 년 째 학교 인근에서 관광객과 학생들을 위해 1시간 당 10위안 남짓의 가격으로 자전거를 대여해주던 1평 남짓한 소규모 상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소비자들은 이미 온라인 대여 서비스 업체의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온라인 시장의 호황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소규모 오프라인 상점의 몰락이라는 그림자를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는 바로 '소상공인들의 생계 수단만큼은 대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 때문일 것입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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