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멋진 신세계
이용주의 멋진 신세계
2017.03.05 17:21 by 김석준

지금 이순간, 다른 나라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늘 궁금했지만 딱히 궁금증을 해결할 통로가 없었다. 재밌고 유익한 국제 뉴스를 다루는 콘텐츠가 별로 없단 얘기다. JTBC 디지털뉴스룸의 <멋진 신세계>는 그런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모든 방송사가 최순실 사태만 다룰 때도 <멋진 신세계>는 터키, 독일 등 타국의 소식을 전해줬다. 시즌3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국제 뉴스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 <멋진 신세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까지 했던 ‘콘텐트 크리에이터’ 이용주를 만났다.

이용주 콘텐트 크리에이터

<멋진 신세계>를 보며 뭐하는 사람일까 생각했다. 워낙 정보가 없더라.

JTBC 보도국 국제부에서 외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인데, 말하자면 비정규직이다.(웃음)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리하면서 먹고 산다. 이 일을 한 지는 2년이 조금 넘었다.

모니터링 요원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2002년에 미국 유학을 갔고, 2009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취업을 해야 했는데, 주위 친구들을 보니 취업하기가 싫어지더라. 그래도 유학을 갔다 왔고 부모님을 생각해서 증권회사를 조금 다녔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을 했는데,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싶어서 증권의 맛만 살짝 보고 나왔다.

그런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당장 돈이 필요하더라. 부모님이 지원을 안 해주셨으니까. (돈이 없어도) 돈을 쓸 수 있는 방법…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신용카드가 떠오르더라.(웃음) 카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직장이 없으니 그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현대카드에 들어갔다. 이유는 단 하나.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웃음). 영업팀에서 카드를 4개월 정도 열심히 팔았다. 그런데 그것도 못 하겠더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잘하는 건 ‘말하는 것’ 밖에 없는데, 그걸로 한 번 살아보자 싶었다. 그럼 어디로 가야 될까 생각해보니, 방송국이었다. JTBC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지원서를 내고 모니터링 요원으로 시작을 하게 된 거다.(웃음)

JTBC 디지털뉴스룸 <멋진 신세계>의 기획, 대본, 진행까지 맡았다. 강지영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용자, 용주

 “이용주는 정말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살았다”<멋진 신세계> 시즌2, 1화에서 래퍼 팔로알토가 한 말이다. 

맞다.(웃음) 하고 싶은 걸 정말 웬만하면 다 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무언가를 달성해야 되는 기준이라는 게 있는데, 그것에 맞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유학 동안 뭘 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때 꿈은 뭐였나.

구체적으로 있지는 않았지만, 막연하게 잘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사람들의 인생을 조금 더 재밌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인생은 행복하고 즐거운 것’인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인생의 90% 정도는 지루하다. 그래서 문화들이 생겨난 것이고.

심지어 그 10%의 문화라는 것의 8할은 좀 우울하다. 나머지가 즐거움이다. 그것만 믿고 사는 거라서,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조금 더 즐거웠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대학생 때 여기저기서 사회를 많이 보러 다닌 것도 그래서였다. 

전공은 무엇이었나

경영이다.(웃음) 정통 경영유학파다. 남가주대학교라 불리는 서던 캘리포니아(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를 나왔는데,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면 조금 어이없어 한다. 너는 그렇게 좋은 학교 나왔는데, 왜 아직도 번번한 직업 없이 그러고 있느냐고. ‘너와 같이 졸업한 친구들은 지금 주식부자 되고 자식도 있는데, 넌 여기서 뭐하고 있냐’고 한다. 그런데 이제 방송에 나간다고 하니까 ‘음 그래?’ 이런 반응이다. ‘저 친구는 저럴 줄 알았어’ 그런 뉘앙스로.

<멋진 신세계>는 국제 뉴스를 다룬다. 대다수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을 텐데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제 뉴스에 관심이 없다. 외국 나가보면 외국도 우리나라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다. 사실 최순실 사태 이전까지는 국내 뉴스에도 관심이 크게 없긴 했다. OECD에서 잘사는 나라 중에 하나이고, 올림픽에 참가하면 상위권에도 들지만,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그럼, 이 지구 공동체에서 대한민국은 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 얘기를 쉽게 전해주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모니터링 요원인데 어떻게 <멋진 신세계>를 맡게 되었나

영상 만드는 걸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특별한 채널 없이 보여주고 그랬다. 그런데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더라. 채널을 만들어서 한번 해볼까 하고, 작년 3월 정도에 혼자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게 회사 내에서 조금 화제가 됐다. “야 너 이런 것도 하냐”하는 반응이었다. 그 와중에 위에서 나를 부르더라. 그리고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그대로 치셨다. “너 나랑, 일 하나만 같이 하자”라고. 그렇게 만들게 됐다.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콘텐트 크리에이터라고 소개를 하는데,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콘텐트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예전에 이야기꾼들도 남들이 듣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였다. 지금 방송 만드는 PD들이나 글 쓰는 작가님, 다들 콘텐트 크리에이터다. 근데 유튜브에서 영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을 부를 명칭이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콘텐트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그렇게 칭한다. 평소에는 콘텐트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시사코미디언이라고 소개하고 다닌다.

시사코미디언?

시사코미디언이 나중의 직업이면 좋겠다. 개그와 코미디의 차이점은, 개그는 웃고 잊어버리면 끝이지만, 코미디는 웃는 와중에도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서 ‘내가 왜 웃었지?’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정말 좋은 코미디인 것 같다. 난 우리의 사회나 정치상황과 관련된 것들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주면서 풍자와 해학을 곁들이는 것들이 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둘의 진행을 보며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한 누나와 철없는 동생을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사진: <멋진 신세계> 캡처)

3월부터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다고.

<멋진 신세계>를 본 PD님들이 나를 캐스팅했다. 강지영씨도 함께 출연한다. 더블캐스팅이라고 알고 있는데.(웃음)

두 분의 호흡이 또 좋으시니까 기대가 된다.

근데 강지영 씨가 얘기했던 게, 거기 가면 모른척할 거라고.(웃음) 그래서 나도 계속 모르는 척을 해야 되나, 계속 고민이 되고 그렇다.(웃음)

혼자만 아는 척하면 또 이상해지니까.(웃음)

그렇다. 캐스팅 비화가 조금 웃기다. PD님들이 내가 처음에 업셋랩 영상을 만들었을 때부터 눈 여겨 보고 있다가 <멋진 신세계> 하는 걸 보고 ‘우리가 써도 되겠다’ 싶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를 캐스팅하겠다는 PD님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는데, 총 책임을 맡은 국장님이 극구 반대했다고 들었다. 그 국장님이 예전 국제부 부장님이라 나와 친분이 있는데, 이용주는 콘트롤이 안되서 방송 망칠 거라고.(웃음) 쟤는 아무 얘기나 막 얘기한다고.

실제로 그런가?

실제로 그렇다. 사장님과 회식하는데 사장님 앞에서 알라후아크바르(الله أكبر: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뜻)를 외치고 그랬다.(웃음)

사장님이라면...?

그렇다. 손석희 사장님이다. 사장님이 ‘쟤 좀 이상하다’라고...

손석희 사장님은 <멋진 신세계>를 보셨나

방송을 보시고 나를 요주의 인물로 생각하고 계신다.

이용주는 스스로를 INTERNET이 勇者(인터넷 이용자)라고 소개한다. 인터넷을 많이 한다.

인터넷이용자, 이용주

인터넷을 많이 하나

엄청 많이 한다. 집에 TV가 있는데 거의 안 튼다. 인터넷 등 기술이 발달하니 좋아진 것이 있다. 예전에는 영상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방송국에 취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뭔가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젠 굳이 누군가의 허락을 받고 ‘넌 이제 기자야’ ‘넌 이제 피디야’ 그런 권한을 부여받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점은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버 허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꿈이라고 하더라. 마치 예전에 방송국PD를 꿈꿨던 것처럼.

그렇다. 유튜브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자기 계정을 만들어서 올린다. 먹었던 과자 리뷰, 동생이랑 노래를 부르는 것 등을 보면 편집은 허술한데, 그래도 올린다. 그걸 보면 무섭기도 하다. 우리와는 완전 다른 세대인 것이다. 그 친구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있고, 우리는 286, 386을 지나 인터넷의 발전을 봐온 세대다.

염려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좋으면서도 위험한 부분도 느낀다. 이 친구들이 너무 편향적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하고 있는 콘텐츠를 보면 게임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따라하려는 경우가 있더라. 자극적인 것을 하지 않아도 건전하고도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나도 그쪽으로 제작을 하려는 것이고. 그래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뭐든 다 하는 시대’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다. 현피(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로 싸우는 것)뜨러 간다고 영상 올리고, 차 밑에 깔리는 영상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앞장서서 보여줘야 되는데, 내가 만약 그런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면, 내 목표를 이룬 게 아닐까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도 있지 않나. 업셋랩.

<업셋랩>이라는 채널을 친한 동생 강희용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업셋(upset)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화나게 하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만든 콘텐츠들로 화가 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 집회를 하는 분들에게는 내가 만든 콘텐츠가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은 두 번째의 뜻, ‘상황을 뒤집다’는 업셋이다. 콘텐츠를 통해 생각에 변화를 일으키고 상황을 뒤집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아직 구독자가 600명 밖에 안 된다. 주변에서는 영화 리뷰를 하거나 아프리카TV로 가서 돈 벌라고 하는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남았다.

몇 개월 뒤 이용주는 어떤 모습일까

운이 좋다면, TV에서 계속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운이 안 좋다면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지 않을까.(웃음) 정권 교체가 되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이 되는 사회가 온다면 TV든 유튜브든 어디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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