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에서 오륙도까지, 자연을 만끽하며 걷다
이기대에서 오륙도까지, 자연을 만끽하며 걷다
2017.03.10 15:07 by 이한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바다를 가보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산 내에 그런 곳이 하나 있었다. 부산에 살면서도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곳. 바로 이기대다. 이기대는 부산 바다의 아름다움을 깊이 맛볼 수 있는 ‘명승지’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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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수욕장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해운대, 왼쪽에는 이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인 광안리나 해운대와는 달리 이기대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라 낯선 인상이었다. 집과 거리도 멀어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약 두 시간이 걸린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이번에야말로 한 번 용기내어 방문하리라.

이기대에서는 광안대교와 해운대 마린시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기대는 자동차를 타고 찾아가기엔 어렵지 않았다. 더욱 다행스러운 점은 주차도 어렵지 않다는 것. 입구 주변에 두 곳의 공영주차장이 자리하고 있어 별다른 고민 없이 주차가 가능하다. 관광지화가 덜 된 곳이라고는 하나, 시에서 도시 생태공원으로  조성해놓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매점이, 그리고 조금 걸어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경치가 다 하는' 민박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바다 코앞에 이렇게 민박이 자리잡고 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차가 다닐 수 있는 큰 길 밑으로 숲길이 하나 나 있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라는  푯대가 친절하게 세워져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숲길을 따라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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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내려가자 푸른 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걸음속도가 빨라진다. 탁 트인 바다와 조용한 주변의 풍경은 해수욕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시작이 상쾌했다. 이제 ‘해파랑길’을 향해 본격적인 해안 산책에 나섰다.

화살표를 잘 보고 이동해야 한다. 초행자들은 초반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필자의 경험담).

해파랑길은 ‘동해의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부산의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50코스에 이르는 걷기 전용길이다. 그중 1~4코스가 부산구간. 이기대 산책로는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과 곧바로 이어져있다.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흡사 등산을 하는 것 같은 힘든 느낌. 주변을 둘러보니 3·40대 분들은 거의 등산복 차림이었다. 평상복에 운동화를 신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길이 험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의 길이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정도 계속 이어진다.

험한 산길은 계속 이어졌지만, 왼편에 새파란 바다가 있어 큰 위안이 되었다. 부산 대부분의 바다는 모래 또는 자갈 해변이 있는데 반해, 이기대의 바다는 커다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웅장함이 느껴졌다. 가슴이 탁 트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120%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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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군사통제구역이 눈에 띄었다. 원래 이기대는 군사통제구역이었던 장소.  현재는 규제가 많이 풀려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여전히 통제되고 있는 구간들도 보였다. 그러한 통제구역을 피하기 위해 길이 더 구불구불해진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길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이기대에 처음 방문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등산을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시기를, 그리고 아무렇게나 걷지 말고 이정표를 잘 보고 움직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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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전망대가 있었다. 각각의 전망대에선 저마다의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치마바위와 농바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치마처럼 길게 펼쳐져 있는 치마바위, 옷을 넣어두는 옛 가구 ‘농’을 닮았다는 농바위. 기발한 이름과 함께 보는 바위의 모습은 더욱 새로웠다. 그리고, 농바위가 보인다는 것은 이 산책로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로 앞에 바위가 몇 개 쌓여 있는 듯한, 저것이 바로 농바위.

물론 산책로는 조금 더 남아있었다. 숨이 점점 가빠질수록, 바다를 둘러싼 바위와 햇살의 풍경도 아름다워져갔다.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면 아파트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침내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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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풍경에 오는 내내 후들거렸던 다리마저 멀쩡해졌다. 이기대 자연마당을 지나면 오륙도가 한 눈에 보인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와 그 위를 걷는 수많은 인파에 놀랐다. 비교적 한산했던 이기대 산책로와는 달리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공원 전 구역에서 제각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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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해맞이 공원은 주차장도 따로 완비되어 있고, 카페와 매점도 갖추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 홍보관도 있어서 유난히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이 보였다.

스카이워크는 이곳에서 반드시 걸어봐야 한다. 발밑으로 바다가 보이는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 이곳의 스카이워크는 다른 곳과 달리 신발 위에 꼭 덧신을 신고 들어가야 한다. 직원이 옆에서 계속 감시하며 입장시키기 때문에 대기하는 줄까지 있을 정도다. 멋진 것을 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수고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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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바다가 보인다. 송도해수욕장에도 스카이워크가 완공되었는데, 그보다 조금더 바다가 잘 보인다. 사람이 워낙 많은 탓에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기는 힘들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바다에 온통 둘러싸이는 특별한 기분 하나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역시 절경은 함께 누리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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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을버스를 타야한다. 다행히 공원 입구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시내버스 27번이나 마을버스 남구 2, 2-1번 버스를 타고 ‘이기대입구’ 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몸은 무척 힘들었지만 사진으로 담은 이기대의 푸른 바다와 하늘, 웅장한 바위를 감상하자 마음은 넉넉해졌다.

바다가 보이니 땅의 끝처럼 보이지만, 오륙도 해맞이 공원은 강원도까지 이르는 해파랑길의 시작점이다. 끝에서 시작되는 길, 언젠가 그길을 끝없이 걸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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