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드셔보셨나요?”
“귀뚜라미 드셔보셨나요?”
“귀뚜라미 드셔보셨나요?”
2017.03.10 11:02 by 스타트業캠퍼스

식용 곤충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띈다. 영양소가 어떻고, 생산 비용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먹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역시 ‘먹을만 한가’에 달려 있다. ‘미래엔 이런걸 먹고 산다고?’라는 호기심을 풀려면 결국 곤충을 직접 먹어봐야 했다.

이더블카페 전경

우리나라에서 현재 식용 곤충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은 두 곳이 있다. 그 중에서 곤충을 있는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이더블 카페에 찾아가기로 했다. 카페 앞에 도착하자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식을 접하는 것처럼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차이는 식용 곤충을 판다는 것 뿐

카페 밖에서는 간판의 그림을 제외하고 곤충을 떠올릴 만한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문을 여는 순간에도 혹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여느 카페같은 커피향이 우리들을 반겼다.

커피 향과 함께 우리를 반긴 것은 카운터 바로 앞 진열장에 놓인 식용 곤충들이었다. 밀웜, 귀뚜라미, 메뚜기, 누에를 말린 것이 있었고 이를 재료로 만든 쿠키와 스콘도 있었다. 곤충식품들의 모습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카페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살펴봤다. 영지 귀뚜라미 차, 누에 녹차 쉐이크 같은 식용 곤충 음료 외에 일반 커피나 전통차도 팔고 있었다. 고민 끝에 고소애300 쉐이크, 누에 녹차 쉐이크, 귀뚜라미스콘, 밀웜 롤쿠키를 주문했다. 과자처럼 포장되어 있는 건조 밀웜과 건조 귀뚜라미도 샀다.

포장 뒷면을 보니 말린 귀뚜라미는 10g당 6.4g의 단백질이, 밀웜은 4.8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씌여 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많이 먹는 닭가슴살의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이 20g이 약간 넘으니 같은 양이면 거의 2~3배의 단백질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높은 단백질 함유랑에 놀란 지 얼마되지 않아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다.

밀웜, “말린 새우 같다”

맛이 강할것 같은 건조밀웜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밀웜 봉지를 열자 낯선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고소한 향과 강하지 않은 쿰쿰한 향이 동시에 났다. 봉지에 들어있는 건조밀웜을 접시 위로 쏟았더니 ‘곤충들이 몰려온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시각적인 충격이 대단했다.

접시 밖으로 떨어진 밀웜을 접시위로 옮기기 위해 집어 드니 매끈할것만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작은 다리들이 손끝에 걸렸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에 놀라 망설이고 있던 차, 같이 갔던 팀원이 먼저 나섰다. 그의 입속으로 밀웜들이 들어갔고 다른 모두는 그의 표정변화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내 눈이 커졌다. ‘먹을만 한데? 건새우같은 맛이에요’. 그의 짧은 소감이 모든 망설임을 누그러뜨렸다. 한 두 마리로는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 아예 한 스푼을 푹 떠서 입에 넣었다. 몇 번 씹으니 정말 건새우같은 맛이났다. 식감 뿐 아니라 약간 고소하면서 짭짤한 맛이 딱 건새우였다. 하지만 비슷하다는 것일 뿐 새우 특유의 향과 차이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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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 귀뚜라미

귀뚜라미와 누에 녹차 쉐이크, ‘시각이 맛을 지배하다’

귀뚜라미봉지를 열고 먼저 냄새를 맡으니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 낯설지 않은 향이 느껴졌다. 무슨 향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에게 주던 사료 냄새였다.

귀뚜라미는 접시에 쏟아 놓으니 밀웜보다 거부감이 더 컸다. 가을밤을 정겨운 소리로 채워주는 귀뚜라미, 하지만 지금은 가을밤이 아닌 내입을 채웠다. 검고 단단해 보이는 껍질을 입에 넣고 씹기엔 두려움이 앞섰다. ‘씹으면 몸통이 터져서 안에 있는 체액이 흘러나오진 않을까?’, ‘날개가 이 사이에 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엔 밀웜처럼 한 번에 여러마리를 털어 넣진 못하겠고 한 마리를 집어 날개를 뗀 후 먹어보았다. 걱정했던 것처럼 체액이 터져 나오진 않았다. 밀웜처럼 속은 비어있었고 혀에서 느껴지는 맛은 짠맛외에 특이한 맛은 없었다. 짭짤하고 고소했다. 곤충은 다 이런 맛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인상은 밀웜보다 껄끄러웠지만 막상 먹고 나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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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고소애300과 누에 녹차 쉐이크를 먹을 차례였다. 고소애300의 뜻을 설명하자면 먼저 고소애라는건 밀웜의 애칭 격이고 300은 300마리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밀웜300마리를 갈아넣은 쉐이크는 무슨 맛일까. 먹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맛은 미숫가루였다. 미숫가루에 약간 동물성 고소함이 들어 있는 맛이랄까? 곤충의 형체가 살아 있지 않다보니 거부감은 한결 줄었다.

누에 녹차 쉐이크도 비슷했다. 밀웜 쿠키 역시 재료로 밀웜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빼고는 모양이나 맛, 향 모두 우리가 이제까지 먹던 녹차 쉐이크나 쿠키와 다르지 않았다. 식용곤충을 대중화하기 위해 평범한 가공 음식, 음료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이더블 카페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보이는 것이 결국 맛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익숙함…

처음 식용곤충이라는 주제를 접했을 때, 평소 세상에 내가 모르는 맛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컸다.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곤충전문가공업체들이 곤충식품을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개발 하고 있다고 하기에 맛에 대한 기대도 많이 했다. 곤충을 먹는다고 했을 때 드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깰 수 있을 만큼의 맛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는 괜찮았을 뿐, 또 먹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더블 카페에 다녀온 다음날, 그 거부감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나도 모르게 전날 사온 밀웜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먹고나서 후회했다', ‘다신 안 먹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던 팀원들도 이제는 거부감 없이 간식으로 밀웜을 먹고 있었다. 결국 식용 곤충이 대중화되기위해 넘어야할 가장 큰 장벽은 시각적인 거부감인 듯하다.

시각적 거부감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된 제품들은 곤충들을 분말로 만들어 원래 있던 메뉴들에 단백질 보충용으로 첨가하는 형식이다. 징그러운 벌레모양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온다면 식량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눈으로 다가오는 불편함을 어떻게 편하게 만드느냐가 식용 곤충 대중화 성공의 열쇠가 될 것 같다.

/글: 한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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