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유학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나라가 작년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2016, 교육부).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이 증가한 만큼 문제점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양 측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의 시선매년 수차례씩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최대 규모의 한국인 거주지 왕징(望京) 일대에서는 ‘재외국민 자녀 특례 입학 대입 설명회’라는 주제로 설명회가 개최됩니다.
주중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 입소문을 전해 들은 학부모들이 이들의 주요한 고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주재원으로 중국에 파견됐거나 개인 사업상 거주하게 된 한인 자녀들을 위해 한국의 유명 대입 전문 학원과 컨설팅 업체가 주최하는 것인데요. 매년 서울 소재의 명문 대학 재외국민 입학 정원과 시험 과정 및 과목, 입시 전략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한국의 유명 대입 컨설팅 업체가 중국을 찾아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하는 수는 점차 증가하는 분위기죠. 재중 교민들 사이에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 중국 현지에 소재한 대학으로의 진학보다 한국으로 역(逆)유학을 하려는 이들의 수가 증가해, 중국으로 원정을 떠나오는 입시 컨설팅 업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 지역으로 떠나는 현상과 정면에서 배치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 거주하는 상당수 교민들 사이에 불고 있는 한국으로의 ‘역유학’ 현상, 도대체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녀의 시선이런 현상에 대해 현지에서는 ‘중국 소재 대학에 진학한 한국인에 대한 사회적 위치와 평가가 비교적 낮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학위 과정을 마친 유학생의 상당수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현지 채용되거나, 그 일부는 한국행을 선택해 한국 내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주중 한국기업이 중국 현지 채용자에 대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파견한 주재원의 임금 및 상여금 등과 비교해 많은 차별을 해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진행된 취업박람회에서 졸업을 앞둔 유학생 수백여 명에 대해 한국 유수의 기업들이 월급 1만 위안(약 1백 80만 원)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사례로 꼽힙니다.
주중 주재원으로 한국에서 파견된 이들에게 현지에서 거주할 집, 자녀 학비는 물론 현지 채용된 직원 2~3배에 달하는 월급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뚜렷한 차별 정책이라는 것이 중국 현지 채용 직원들의 일관된 분석입니다.
더욱이 이 같은 재중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의 현지 유학생에 대한 낮은 처우는 곧장 다음 해 채용 시 비교적 수준이 낮은 지원자들만 해당 기업을 찾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에서는 ‘한국인 유학생은 실력이 없다’는 인식을 만연하게 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또한,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자국 기업, 공공기관의 이와 같은 처우가 향후 교민들이 자녀 양육 및 교육을 위해 그동안 터 잡아 살던 중국 땅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초래, 교민 사회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지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상당수 재중 한국 기업의 낮은 평가가 비단 선입견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재중 한국인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 지난해 정부 집계 수치로만 약 8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인 유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낮은 물가와 환율을 이용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유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도피성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학업보다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과 탈선,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 소재의 한 중·고등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한국인 조기 유학생들이 학급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중국한어수평고시(HSK) 관련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도 졸업증을 발부받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학교 출신자들에 대해 ‘돈을 주고 졸업장을 구매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바 있죠.
그렇다면, 이들 한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분위기는 어떠할까요.
베이징 소재 한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우다코우(五道口) 일대는 낮에는 중국의 ‘대학로’로 불리지만, 어두운 밤이 되면 이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환락가로 변모하는 곳입니다.
필자가 찾은 이달 17일 자정 무렵, 우다코우 지하철 역 근처에서 영업 중인 술집과 클럽 등에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한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 한국인 유학생의 거주 비율이 높은 베이징 하이덴취 우다코우 일대의 모습
일명 ‘불금’이라고 불리는 금요일 자정이 이 일대의 인파가 가장 몰리는 시간으로, 20대 초반에서 10대 후반의 앳된 한국인 유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죠.
술집이 몰린 대로변 인근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도로를 질주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고, 일부 무리는 외진 길가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등의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다코우 거리에서 8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해오고 있는 왕 씨(중국인, 47세)는 “늦은 새벽까지 길에서 고성을 지르며 노래를 부르거나 길 한쪽에 취해서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한국인이다”라며, “이 일대 술집과 일부 식당들이 새벽 음식 장사를 시작한 것도 한국인 유학생들이 몰리는 지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부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대형 술집이 줄지어 있는 대로변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으로 꼽힙니다. 대로변을 벗어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리말로 적힌 소규모 술집들이 모여 있는데, 새벽 3~4시경에도 앳된 외모의 학생 무리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술에 취한 상태로 오토바이 운전을 하거나 큰 소리로 유행가를 부르기도 했고, 도로에 만취 상태로 쓰러져 있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들 중 일부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친구를 업고 계단을 힘겹게 이동 중이었는데, 오가는 행인들에게 우리말로 “죄송합니다. 친구가 많이 취해서요”라고 설명했지만, 그 역시 술에 취한 상태로 보였습니다.
한때 이 일대에서 하숙집을 운영했다는 정 씨(女, 52세)는 “2000년대 후반, 중국 유학이 한 창 붐을 일으키던 시기에는 많게는 20명에 달하는 10대 조기 유학생들을 관리했던 적도 있다”며, “어린 학생들을 관리 감독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들이 늦은 새벽이 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퇴학 또는 전학 권고를 받았을 때다.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온 학생들이 외로움을 견디고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쉬운 시기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재중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한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중 최대 규모의 교민 커뮤니티에는 “중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전 세계 44개국에서 찾은 유학생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중국으로의 유학이 더 이상 도피성 유학이 아니며,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유학생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행동하자”는 글이 게재, 해당 글에 대해 수 십 건의 댓글이 추가 게재되는 등 자성이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린 시절 해외 생활, 유학의 기회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만큼 값진 경험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다룬 이야기는 어린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을 유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젊음이 충만한 한 때를 아무렇게나 흘려보내지는 말길 바라는 ‘언니’ 또는 ‘친구’의 따뜻한 격려 즈음으로 이해해준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제인 린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