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앞둔 보이 그룹 A의 사정
데뷔 앞둔 보이 그룹 A의 사정
2017.04.06 16:42 by 박희아

# 방탄소년단-세븐틴-NCT까지,

아이돌 바이럴 마케팅의 본격화

현재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몇몇 아이돌 그룹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인데요. 바이럴 마케팅이란 이메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 전파 가능한 여러 매체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홍보하도록 만드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선택해 소비하게끔 하고, 이를 타인에게 알리면서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자연스럽게 높여가는 방식이지요.

보다 탄탄한 팬덤 결집력이 수익과 직결되는 아이돌 산업에서도 SNS나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팀이 있습니다. 데뷔 전부터 유튜브(youtube)나 블로그를 통해 비상업적 목적의 음원, 비디오 등을 제작해 공개한 방탄소년단, 인터넷 방송국 플랫폼을 활용해 이름을 알린 세븐틴 등이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그룹인 NCT도 공식 채널을 통해 자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퍼포먼스 비디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하고 있어요.

이는 소속사 측이 택한 마케팅 수단임과 동시에, NCT라는 그룹이 지닌 탈공간적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택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프리 데뷔 차원에서 몇 명을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하고, 정식 데뷔 날에 새로운 멤버를 공개하는 방식도 있지요. 과거의 ‘신비주의’ 방식과 현재의 방식을 섞어서 최적의 팬덤 마케팅 수단을 찾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5월 데뷔를 앞두고 있는 보이그룹 A.C.E. (왼쪽부터)CHAN, JUN, HUN, JASON.

# 홍대 앞, 버스킹에 나선 아이돌 그룹 A.C.E

그 와중에도, 이 팀은 조금 다릅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릅니다. 너무나 날 것의 모습으로, 또 전투적인 자세로 바이럴 마케팅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장에 나가 직접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3월의 끝자락, 오는 5월 정식 데뷔를 목표로 타이틀곡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그룹 A.C.E(준, 훈, 와우, 제이슨, 찬)와 소속사 비트 인터렉티브(BEAT INTERACTIVE) 김혜임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최근에 마지막 홍대 버스킹을 마쳤고, 그동안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털어놔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멤버 와우(WOW)는 전날 연습에서 허리를 다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데뷔 날까지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요.)

박희아(이하 박)_벌써 1년이네요. 2016년부터 버스킹을 시작했고, 현재 유튜브 공식 계정 구독자 수가 11만 명에 달하거든요. 웬만한 신인 그룹 계정 구독자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예요.

김혜임 대표(이하 김)_사실 놀랍고 감사해요.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처음 세웠던 목표치에는 어느 정도 도달한 것 같아요. 유튜브는 구독자 10만,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5만이 목표였거든요. 처음에는 숫자가 잘 안 오르니까 조바심도 났어요. 그럴 때마다 서로 다독이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우리가 초조해할 게 아니다. 이럴 때야말로 콘텐츠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또 조바심이 난다고 해서 이제와 돈을 써서 홍보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12월 쯤 갑자기 구독자 수가 훅 뛰는 거예요. 저희도 신기했어요.

 

 

박_실제로 여기저기서 팬들이 생길 거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늘 거고요. 그냥 지나가다가 “오, 저 유튜브에서 봤어요!” 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김_영상을 봤다고 하시면 정말 신기해요. 저희 채널을 알고 찾으신 게 아니라 진짜 우연히 본 경우면, 이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어요.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는 따로 금전적인 부분을 들여서 바이럴 마케팅을 하지 않거든요. 오픈한 채널 안에서 할 뿐이죠. 그래서 아무 연고가 없는 분이 보셨다고 하면 매우 신기할 수밖에 없어요.

박_처음에 바이럴 마케팅을 하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했어요. 다른 팀들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하고 계시잖아요. 나쁜 의미는 아니고, 매우 적극적이라는 의미에서요. 아이돌 산업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추구했던 ‘신비주의’ 전략을 완전히 없앤 거나 마찬가지예요.

김_그렇죠. 다 공개했죠. 그런데 저희가 애들을 모아놓고 보니 이 방법이 가장 좋겠다 싶었어요. 다들 오랫동안 연습생 생활을 해서 다른 그룹에 비해 나이가 좀 있어요. 93년생이 첫째고, 97년생이 막내죠. 제이슨(JASON)과 찬(CHAN)이는 JYP엔터테인먼트에 있었고요. 훈(HUN)이는 Mnet <슈퍼스타K>에서 캐스팅됐고, 이후에 준(JUN)이, 와우(WOW)와 함께 CJ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한두 번씩 회사를 거쳐 여기까지 온 친구들을 모아서 만든 그룹이니까, 가장 쉽게 우리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역시 온라인이라는 판단을 내렸어요.

박_조금 직접적으로 여쭙자면, 바이럴 마케팅이 팬덤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나요?

김_그렇죠. 저희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해외 팬분들과 국내 팬분들 간에는 차이가 좀 있어요. 아무래도 해외 팬들이 온라인으로 많이 보고 오시는 것 같고, 국내 팬들은 역시 오프라인인 것 같고요. 국내 팬덤에는 확실히 직접적인 스킨십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국내 팬들도 SNS 소비를 하지만, 온라인상에 게재된 콘텐츠만 보고 “아, 이 아이돌을 좋아해야겠다”고 완전히 마음먹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꾸준히 TV나 오프라인 무대를 통해 접하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이 팀과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겨야하는 거고요. 이런 식으로 삼고초려 해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박_그렇다면 팬덤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보셨겠어요.

김_그럼요. 저희 입장에서도 팬분들에 대해 더 열심히 연구하게 되죠. 친구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요. 팀이 유명해지고, 좀 잘 되고 나서 반짝이게 되면 어느 순간에 무심코 잊게 될 수 있잖아요. 사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물질적인 이득이 생긴다는 건, 팬들의 역할이 8할이고 본인들의 노력은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방송 관계자 분들이나 회사 직원 분들의 역할이 더 크거든요.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건 한두 명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멤버들끼리 “하고 싶다!” 마음먹고 한다고 아이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저희 같이 작은 회사가 “아이돌 만들어야지!”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여러 사람들의 힘이 합쳐져야 가능해요.

같은 맥락에서 평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게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인터뷰 가이드도 따로 만들어 두지는 않는데, 그 대신에 시간 내서 독서를 하거나, 선배들이 좋은 의미로 인터뷰한 내용을 찾아보게 해요. 그리고 요즘은 성 평등 이슈나 정치 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관심 있게 보게끔 하는 편이에요. 당장 코앞에 일이 생겼을 때 외우라고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자연스럽게 익혀두기를 얘기하는 거죠. 노력하고 있어요.

리더 JUN은 뮤지컬 <페스트>를 통해 먼저 얼굴을 알렸다.

# “3일 만에 안무 연습을 끝내요.”

박_사실 아이돌 그룹이 이렇게까지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화려한 무대를 놔두고 홍대 길거리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한 거예요.

HUN_사실, 저희가 이제는 안무를 초 단위로 나눠서 따요.('딴다'는 표현은 기존의 안무를 재현하기 위해 그대로 외워 습득한다는 의미입니다.)

박_댄스 커버에도 여러 가지 요령이 생겼나 봐요.

CHAN_곡마다 어울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서로 맡을 곡을 정하기도 하고요. “이 곡은 누가 하고, 저 곡은 누가 하자.” 이렇게 여러 곡을 해서 모으는 거예요.

JUN_시간이 없다 보니까,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 내려면 저희가 경험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더라고요.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에요.

JASON_저희끼리도 소름끼칠 만큼 안무를 빨리 외워요.

박_본인들 입으로 자랑할 정도예요?

CHAN_이게 진짜,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요. 하하.

"H.O.T. 토니 선배님이 저희가 H.O.T.를 커버한 영상을 보셨다는 거예요. '그게 너니?' 하시는데 정말 기뻤어요."(Chan)

김_사실 멤버들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커버 안무는 내부에 연습 시켜주시는 분이 없거든요. 게다가 요새는 5인조 아이돌이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 7인조, 9인조, 많게는 13인조 아이돌들 동선을 본인들이 알아서 정리해야 하고, 이 와중에 회사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으니까 기한을 점점 빡빡하게 줬거든요.

박_보통 커버 댄스 한 편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김_처음에는 1주에서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 기간이 점점 짧아지더라고요. ‘어, 좀 짧아진 것 같은데?’ 그러다가 방탄소년단 <Not Today>와 세븐틴 <아낀다>는 3일 만에 해오라고 했더니, 진짜 그 시간 만에 완성해 와서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박_각각 3일 씩 걸렸다는 말씀이시죠?

김_아뇨. 동시에요. 안무 따는 것부터 연습까지 3일 만에 끝내더라고요. 동선은 리더인 준이와 퍼포먼스 담당인 제이슨이 많이 이야기하는 편인데, 처음보다 굉장히 빨라졌어요. 힘들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조회수 오르는 걸 보면서 본인들이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JASON_정말로 안무를 따면서 동시에 동선을 정리할 수 있게 됐거든요. 실력이 늘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뿌듯하고 신기했어요.

박_방탄소년단이나 엑소 안무도 그렇고, NCT U와 NCT 127 안무도 그렇고요. 쉽게 소화하기 힘든 안무들만 골라서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랐어요. 준비하려면 굉장히 힘들 것 같았거든요.

김_아무래도 아직 인지도가 없는 팀이니까요. 회사에 선배 아이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저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요새 멋진 영상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러니 그 수많은 영상들 중에서 클릭할 수 있게 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힘든 것들을 해야겠다 싶었던 거죠. 소위 ‘빡센 안무’를 해야 눈길을 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방탄소년단은 안무로 워낙 유명한 팀이니 저희 입장에서는 멋진 콘텐츠니까, 나오자마자 바로 커버에 들어갔죠. 동시에 본인들이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는 안무보다 어려운 안무를 택하면 연습 과정에서 본인들도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_그럼 가장 힘들었던 안무는 무엇인가요?

CHAN_NCT 선배님들 안무요. <일곱 번째 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소방차>도 무척 어려웠어요. 보기에도 안무가 굉장히 예술적이고 멋진데, 실제로 연습하면서 그런 부분을 익히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길거리 버스킹을 하잖아요. 연습을 하면서 ‘아, 이 곡은 여기서 환호가 터져 나오겠구나’ 싶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NCT 선배님들 곡은 완벽히 세팅된 무대에서 해야 더 멋진 곡들이어서, 길거리 공연에서 추다 보니 조금 난감했던 때가 있어요. 하하.

 

 

박_실제 무대에 설 때도 이런 경험이 큰 도움이 되겠어요. 버스킹처럼 특수한 상황에 적합한 곡이 있고, 아닌 곡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스스로 어느 포인트에서 어떤 제스추어를 취하면 이목을 끌 수 있겠다는 점도 알게 되고요.

김_그렇죠. 멤버들이 무대에 대한 감각을 익힌 것 같아요.

JASON_요즘에 찍힌 영상을 보면 전보다 뻔뻔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JUN_공연하면서 터질 부분이 딱 나오면, ‘갑니다, 갑니다, 자!’ 속으로 외치면서 환호를 기대하게 되는 거죠. 하하.

박_방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환경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겠어요.

김_춤은 바닥 균형이 일정하지가 않아서 종종 힘들어할 때가 있었고요. 노래할 때 더 힘들어했어요. 현장 모니터 시설이 완벽하지가 않잖아요. 그래도 노래를 못하는 친구가 없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던 거죠.

사실 저희가 보이 그룹 곡은 커버를 잘 안 하려고 해요. 오리지널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예 다른 느낌을 보여줄 수 있도록 걸 그룹 커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보컬 선생님이 엄청 웃으시더라고요. 다들 틀려도 같은 부분에서 틀린대요. 그러면 사람들은 틀린 걸 모른다고요. 워낙 쉽지 않은 환경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러니까 서로 합이 진짜 잘 맞는다고.

"매일 연습실에 나오는데 데뷔는 언제할지도 모르고, 할 수 있는 건 없었던 상황이 가장 무서웠어요."(Hun)

#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성장’하고 있거든요

박_지방에 위치한 학교에 직접 다녀온 버스킹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무명인 상태에서 학생들 앞에 선다는 건, 아이돌 그룹 입장에서 다소 두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그 장소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는 과정을 찍은 것도 놀랍고요.

JASON, HUN_솔직히 설렜어요. 부산에 간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김_애들이 매일 망원동 지하실에만 있으니까. 하하. 사실 기존에 아이돌 콘텐츠가 워낙 많잖아요. 새로운 걸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나와 있던 아이템을 조금씩 변형시켜서 저희만의 것을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죠. 예전에 Mnet에서 방송됐던 <School of 樂> 포맷을 참고했어요. 거기에 “너희가 직접 사연을 고르고, 선물도 직접 포장하고, 무대에서 뭘 할지도 고르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운전까지 직접 해서 가자!” 이렇게 된 거죠.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멤버들이 느낀 만족감도 컸다고 생각해요. 본인들 스스로 우리가 어떤 학교에 갈 거고, 왜 그 학교를 골랐고, 그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어떤 공연을 할 거고. 이런 부분을 다 정한 거니까요. 게다가 거의 400km를 운전해서 가는 거니까, 이 과정을 모두 끝마치고 돌아왔을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박_그 과정에서 회사 스태프 분들은 거의 관여를 안 하시나요?

김_아예 안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본인들에게 맡겨요. 그렇다 보니 자기들끼리 철저히 준비하게 되는 거죠. 버스킹 할 때도 그랬어요. 음향 사고가 나든, 다른 문제가 생기든 간에 일단 이 친구들을 믿어요. 물론, 뒤에서 부글부글 속 끓이고 있는 경우도 있죠. 하하.

박_특별히 이런 과정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김_저희가 처음부터 ‘성장하는 아이돌’ 느낌을 생각하고 바이럴 마케팅을 시작한 거니까요. 스태프들이 너무 많이 개입해버리면, 가장 중요한 느낌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1년이 지나고 얼마 전에 마지막 버스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온 게 맞았구나’ 싶더라고요.

처음부터 노련해보이게끔 방송 무대에 올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런 과정은 돈 주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데뷔 전 모습’이라는 것도 데뷔하고 나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찍어두지 않으면 절대 남겨둘 수 없는 모습이고요. 당연히 리스크는 좀 있지만 그래도 이걸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힘들고, 초췌하고, 실수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있어요. 예전 페이스북 영상 중에, 길거리 지나다니는 평범한 학생 같은 모습으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 버스킹 하고 있는 영상이 있어요. 그걸 보고 요새 애들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죠. 와, 이렇게 달라졌구나.

"저희끼리도 소름끼칠 만큼 안무를 빨리 외워요."(Jason)

# “요새 주식 뭐가 좋대?” < “요새 무슨 곡이 좋아?”

박_어쩌면 멤버들 입장에서는 데뷔를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닌 애매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요. 1년 동안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CHAN_저는 개인적으로 준 형이 뮤지컬 하고 있을 때였어요.

HUN_그때가 제일 힘들었죠. 준이는 외부에 나가있고, 와우는 그때도 아팠거든요. 찬이랑 제이슨, 저 셋이 남아서 매일 연습실에 나오는데 데뷔는 언제할지도 모르고, 할 수 있는 건 없고. 매일 똑같이 춤하고 노래 연습만 하는데 아무런 기약이 없는 상황이란 게 무서운 거예요. ‘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었어요. 처음에는 분명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커졌죠.

JUN_실제로 그때 다 같이 슬럼프가 왔었어요.

HUN_그런데 어느 날 대표님께서 “그럼 이제 그만 할까?” 하시는 거예요.

JUN_놀라가지고 얼른 다섯 명이 모였죠. “야, 이거 어떡하냐? 이건 아닌데. 다시 잘해보자.”

김_가수 중에 아이돌이 나이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포맷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형들 입장에서는 불안했던 거죠. 이건 자기가 열심히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내일부터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더 열심히 산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당연했어요.

박_아이돌 그룹이 잘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김_우선적으로 중요한 건 퍼포먼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팀 타이틀곡도 퍼포먼스가 돋보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했어요. 그걸 팬분들이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거죠. 물론 이 다음에 잘 되고 안 되는 건, 저희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요.

아, 예전에 친구들에게 그랬어요. 비즈니스는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아티스트로 남았으면 좋겠다고요.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는 순간부터 빛이 덜 나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아이돌끼리 모이면 대화 내용이 달라져요. “요새 어느 곡이 좋아? 이게 트렌드야.” 이게 아니라 “야, 그 회사는 정산 어떻게 해?” 아니면 “요새 주식 뭐가 좋대?”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하거든요. 사실 제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건, 무대에서 이 친구들이 반짝이는 순간에 홀려서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반짝이는 순간이 없다면, 이 친구들이 빛나주지 않으면 저도 일을 계속 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이걸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이 친구들이 아티스트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제가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수행해야겠죠. 멤버들은 자기들의 몫을 해줘야 하고요. 그래서 어느 사안이든 간에 웬만하면 독단적인 결정을 피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편이에요. 연습생인 지금도, 나중에 굉장히 유명한 가수가 된 상황이라고 해도 언제나 똑같이 물어볼 거예요.

박_이제는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보시는 거죠?

김_네. “너희는 아이돌이니까 시키는 콘셉트만 해.” 이렇게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이건 비슷하게, 멤버들끼리도 겪은 과정일 거예요. 예를 들어서 군무를 맞추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거란 말이죠. 동훈이를 빼놓고는 나머지 네 명 모두 춤을 췄던 친구들이라서, 확고한 자기 스타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팀이 되려면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결국 이 일은 여러 사람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맞춰가며 해야 하는 일인 거죠.

박_데뷔를 앞두고 방송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있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환경이 바뀌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CHAN_JTBC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하면서 H.O.T. 토니 선배님을 뵈었는데, 저희가 H.O.T. 커버한 영상을 보셨다는 거예요. “그게 너니?” 하시는데 정말 기뻤어요. 무대에 같이 선 안무팀 분들도 저희 영상을 보고 안무를 따셨대요. 신기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김_형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찬이가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 같아요. 군대도 3년은 늦죠. 하하. 저희끼리 농담 많이 해요. 찬이가 3년 뒤에 저희 팀을 먹여 살릴 막내라고.

HUN, JUN_저희가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어요.

_방송 데뷔 후에는 어떤 식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인가요?

김_가장 단기간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콘서트예요. 음악 방송도 중요하지만, 사실 콘서트야말로 내 여가 시간을, 내 돈을 투자해서 무대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야 하니까요. 거기 와주시는 분들이 정말 소중한 분들이거든요. 어쨌든 1년 안에는 작게라도 미니 콘서트를 열겠다는 계획이에요. 버스킹을 다니면서 항상 생각했거든요. ‘좋은 시설, 좋은 환경에서 우리 곡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워낙 힘든 상황에서 했었으니까요. 저나 아이들이나 모니터만 되어도 감사한 환경에 있었더니, 이렇게 간절한 바람이 있어요. 하하.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아이돌 시장에서 봤을 때 나이가 좀 있는 그룹이에요. 따라서 제가 봤을 때는 ‘진실성’으로 어필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시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콘텐츠가 예전처럼 일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쌍방으로 소통하는 거니까요, 이 친구들을 좋아하는 10대들에게 영향을 더 줄 수밖에 없죠.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거죠. 이제는 그런 생각을 감출 수가 없어요. ‘척’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콘텐츠가 공개되는 시대니까요.

 

/사진: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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