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미용사’를 넘어 ‘애견전문가’로, 새롭게 찾은 꿈을 향해
‘애견미용사’를 넘어 ‘애견전문가’로, 새롭게 찾은 꿈을 향해
‘애견미용사’를 넘어 ‘애견전문가’로, 새롭게 찾은 꿈을 향해
2017.04.18 16:24 by 최현빈

신입사원 채주영(22‧서울 성동구)씨는 최근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해피’ 때문에 걱정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해 자신과 떨어지게 된 해피가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기 때문. 고민하던 채씨가 찾은 곳은 인근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위치한 애견센터 ‘두들샵’. 직원 양혜지(20)씨가 해피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조언을 건넨다.

“집에 들어가면 5분 동안은 강아지를 모른 척해 주세요. 만약 강아지가 짖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땐 칭찬해 주시고요. 강아지의 심리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과의 서열 잡기에요.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치료할 수가 없죠.”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 내에 위치한 두들샵 내부 풍경.

아직 앳된 목소리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양혜지씨는 이곳 두들샵의 어엿한 정직원이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직업이 미용사만 있는 건 아니더라”며 밝게 웃는 양씨.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았다고 했다.

두들샵의 정직원 양혜지(20)씨.

양씨의 원래 꿈은 ‘애견미용사’였다. 우연히 나갔던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 학생이었던 혜지씨가 맡은 일은 보호소에 갓 도착한 유기견들을 씻기는 일이었다.

“꼬질꼬질했던 녀석들이 순식간에 천사같이 변했어요. 어딜 가도 사랑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란 생각이 들었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녀석들을 데려가 줬으면 하고 바랐죠. 아무리 예뻐도 3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켰거든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죠.”

그때부터 양씨는 애견미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더욱 많은 강아지가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는 마음에서다. 미용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고 실습을 해볼 수 있는 학원도 다녔다.

하지만 애견미용사의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1년. 같은 꿈으로 모였던 친구들은 체력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하나둘 애견미용사의 꿈을 접었다. 양씨 또한 이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몇몇 재능 있는 친구들을 바라볼 때면 꿈을 향한 자신감이 더욱 희미해졌다.

성동구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전환점이 되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던 언더스탠드에비뉴 ‘유스스탠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유스스탠드는 청소년의 진로탐색과 직업체험을 도와주고, 나아가 취업까지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지역주민인 양씨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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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스탠드는 청소년이 현장에서 직접 자신의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전에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것들을 배웠어요. 직장 생활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저로선, 이메일 예절 같이 기초적인 것들도 전부 새로웠죠.”

두들샵에서 인턴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학교와 학원이 아닌, 일터 현장에서 새로운 배움을 시작한 양씨. 그녀는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강아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혜지씨가 그동안 생각했던 미용은 손님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요구하는 대로 해주고, 그것이 편하면 더욱 좋았다. 하지만 이곳에선 전문 관리사들이 손님에게 역으로 제안했다. 강아지의 종류와 나이, 피부 상태와 행동 성향 등을 고려된 제안이었다.

두들샵 매니저 정현이(29)씨는 최적의 멘토였다. 양씨는 정 매니저를 보며 새로운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바로 ‘애견 전문가’가 되는 것. 양씨가 가장 먼저 구입한 두 권의 책 역시 강아지에 대한 상식과 훈련 방법이 정리된 것이었다.

열정은 열매가 되어 맺혔다. 두들샵에서 인턴 생활이 끝나는 2월, 혜지씨는 곧바로 이곳의 정직원이 됐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인턴에서 정직원 전환’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이다. 한때 자신감을 잃어가던 혜지씨의 꿈은 보다 또렷해졌다. ‘남들처럼 대학이나 가야하나…’라는 잡념을 떨쳐 버린 것도 큰 수확이다.

미용뿐 아니라 가게 운영에 대한 전반을 배우는 혜지씨.

“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하면 강아지에 대해 줄기차게 물어봐요. 어떤 간식을 줘야 할지, 알레르기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주인이라고 강아지에 대해 전부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 말을 듣고 손님들이 몰랐다고, 진짜냐고, 집에 가서 꼭 해봐야겠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에게 제가 도움된 것 같아 너무 뿌듯해요.”

최근 손님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빡빡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강아지가 더워할까 봐, 그리고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털을 밀어달라”는 주인이 많다는 것. 양씨가 넌지시 전문가의 소견을 제시한다.

“사실 미용하는 입장에선 그냥 미는 게 훨씬 편해요. 하지만 강아지 몸에는 정말 안 좋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피부병에도 취약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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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경험을 살려, 매주 수요일은 혜지씨가 직접 강아지 목욕에 나선다.

아직 전문가의 길은 요원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그녀의 설명. 하지만 갈 길만큼은 명확하다. ‘강아지와 주인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양씨가 꿈꾸는 공간의 주인공은 역시 본인 자신이다.

“예전엔 그냥 어디서든 미용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상품도 제가 하나하나 다 고르고,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뭔지 항상 고민하는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서 넓은 안목을 기르는 게 먼저겠죠?(웃음)”

두들샵 매장 내에서 찍은 양혜지씨의 모습.

/사진: 최현빈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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