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춤춰봐, DJ 가진
행복하게 춤춰봐, DJ 가진
2017.04.24 10:11 by ComeUp 컴업

“저는 누디스코라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즐거운 느낌이 나고 사람들을 진짜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좋아요.  꼭 눈에 띄는 결과가 없더라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고 싶어요. 20년 정도 후에는 해외 페스티벌에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마흔 살쯤에.”

 

01_cover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지만, 결국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GAZIN이라는 이름 앞에 DJ라는 두 글자가 붙기까지의 과정을 듣다 보면 역시 사람은 일단 행동하고 봐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밤새 DJ 클럽 파티 영상을 찾아보던 열혈 미성년자 리스너에서 어엿한 프로 DJ로 거듭난 DJ GAZIN. 누군가를 행복하게, 신나게, 춤추게 만드는 DJ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작은 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문을 두드리던 그녀다. 최근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소개하고 로컬 DJ들 간 교류의 장을 열어주기 위한 프로젝트 'In Depth' 파티로 새롭게 출발한 DJ GAZIN을 만났다.

Q. 반갑습니다. DJ GAZIN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DJ GAZIN(이하 DJ 가진)입니다. 주로 플레잉하는 장르는 딥하우스와 누디스코예요. 현재는 홍대 클럽 명월관을 중심으로 홍대, 이태원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디제잉을 해왔는데, 클럽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니까 햇수로 4년째가 됐네요.

Q. ‘DJ가 되겠다!’ 생각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전자음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일본에서 유행하던 시부야케이(1990년대 초반에 발생한 일본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팝, 뉴웨이브, 전자음악의 요소 등이 혼합된 것이 특징)라는 장르를 좋아해서 음악을 직접 찾아서 들어보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DJ를 많이 알게 됐어요. 더 나아가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DJ들도 알게 됐고요. 전자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DJ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DJ들이 한국 클럽에 종종 내한 공연을 오곤 했는데 저는 미성년자니까 직접 가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영상만 계속 찾아봤거든요. 영상을 보면 화면 속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면서 춤추고 즐기는, 그런 모습인 거에요. 그걸 보면서 저도 누군가를 저렇게 웃게 하고 행복하게, 신나게, 춤출 수 있게 만들어주는 DJ가 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었죠. 실제로 디제잉을 시작한 건 20대 초반이었어요.

 

스무 살 때부터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진짜 많이 찾아봤어요. 그땐 잘 할 줄도 모르면서 무작정 찾아가서 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02_dj 가진 03

 

Q. 클럽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디제잉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이었어요?

정말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였어요. 스무 살 때부터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싶어서 여기저기 진짜 많이 찾아봤어요. 심지어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DJ라는 단어를 검색해보기도 했고요. 당연히 나올 리가 없죠. (웃음) 그런데 어느 날 검색을 했더니 진짜 말도 안 되게 나온 거예요. 심지어 장소도 주점이나 펍 같은 곳이 아니라 헬스클럽이었어요. (웃음) 클럽에서 주로 쓰는 전문가용 장비는 아니고 굉장히 간단한 장비를 가지고 트는 거였는데, 그땐 잘 할 줄도 모르면서 무작정 찾아가서 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독학으로 배우면서 한 번 틀어보라 하더라고요.

헬스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던 중에 또 다른 기회가 닿아서 일산의 대규모 레스토랑에서도 디제잉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거기는 아예 클럽 DJ 장비를 다 갖춘 곳이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으로 디제잉해서 돈도 벌 수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도 진짜 신기한 것 같아요. 정말 드문 케이스였죠.

Q. 그럼 아르바이트가 아닌 공식적인 데뷔 무대는 언제인 거죠?

계속 디제잉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2013년 2월에 지인 소개로 홍대에 있는 500(오백)이라는 클럽에서 음악을 틀게 됐어요. 여자 DJ들만 플레잉하는 파티였는데 제가 가장 마지막 타임이었어요. 그 당시 느낌은 ‘아… 꿈을 이뤘다’ 이런 느낌? 벅찬 게 있어서 약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단순히 좋다는 기분을 훨씬 뛰어넘는 감정이었어요. 지인 SNS에 그때 찍어둔 영상이 올라가 있는데 아직도 가끔씩 찾아 보곤 해요.

Q. 매주 목요일에는 홍대 명월관에서 플레잉하고 있어요. 명월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이기도 하잖아요. 이곳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클럽 500(오백) 파티 이후에 여기저기 알음알음으로 조금씩 활동을 이어 갔어요. 중간에 제가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잠깐의 휴식기가 있었고요. 2014년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 디제잉 할 수 있는 곳을 다시 찾아다녔는데, 기회가 많지 않더라고요. 그땐 아는 사람도 많이 없다 보니 섭외도 잘 안 들어왔어요. 그러다 2015년쯤 명월관과 우연히 인연이 닿은 거예요.

당시 명월관을 담당하던 DJ분께 목요일 무대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럼 일단 디제잉을 한 번 해보라 하더라고요. 두 번 정도 제가 디제잉하는 걸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명월관 목요일 멤버로 합류하게 됐어요. 목요일마다 튼 지는 2년 정도가 됐고요. 처음에는 ‘Thursday MWG’이란 타이틀로 진행하다가 작년 10월부터 ‘In Depth’라는 파티로 리뉴얼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Q. ‘In Depth’ 파티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매주 목요일마다 명월관에서 진행하던 ‘Thursday MWG’이 새롭게 리뉴얼된 거예요. 작년 10월부터 시작했어요, Deep House, Techno, House를 주 장르로 해서 DJ 한 명을 심도 있게 집중 조명하는 형식이에요. 한 달에 한 번은 저희 멤버 중 한 명을, 그리고 세 번은 외부 게스트 DJ를 섭외하고 있어요. 이전 파티 때도 게스트 DJ를 초대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비규칙적이었고 섭외 대상도 지인 중심으로 한정적이었어요. ‘In Depth’는 섭외 범위를 넓혀 더 많은 로컬 DJ와 함께하면서 좋은 음악을 소개해드리려 해요.

디제잉하는 모습을 찍어서 영상 업로드도 했는데 요즘은 soundcloud에 음원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또, 로컬 DJ들 사이에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도 있어요. 현재 파티 씬에서는 로컬 DJ들 간의 교류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무리 지어 뭉쳐있는 경우가 많아요. 폭넓게 네트워킹도 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홍보하는 일종의 채널 역할도 하고 싶은 거예요. 주말이 아니라 목요일에 하는 파티다 보니 DJ들이 참여하는데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해요.

Q. 이번 주 4/20 In Depth 파티에는 어떤 DJ를 조명하나요?

이번 주 게스트는 일본 프로듀서 겸 DJ Namy입니다. 서포트 DJ로는 Yoenchul, BS, 그리고 제가 함께해요. DJ Namy는 일본 대표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9위에도 오른 적 있는 베테랑이에요. 데뷔작 ‘Namy Black’의 경우는 아이튠즈에서 댄스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요. 긴 설명보다 와서 직접 음악을 듣고 느껴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4월 20일 목요일 저녁 8시부터 홍대 명월관에서 진행됩니다!

Q. 이외에 참여하고 있는 파티가 또 있다면요?

BGBG(Bon Chic Bon Genre)라는 여성 DJ 크루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팀이에요. Classy J, Carrie,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의 여성 DJ로 구성되어 있어요. Tech House, Techno를 기반으로 하는 파티라 이쪽 음악 좋아하는 분들이 놀러 오면 좋을 것 같아요. 파티는 한 달에 한 번씩 이태원 클럽 Beton Brut(베톤브루)에서 열리고요, 이번 주 금요일 4월 21일에도 진행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왜곡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너무 고착화된 것 같아요. 음악이나 춤을 너무 좋아해서 즐기기 위해 가는 사람도 굉장히 많거든요.

 

 

02_dj 가진 01

 

Q. 믹스테잎(Mixtape) 작업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네! Oslated라는 팟캐스트 겸 레이블이 있는데 좋은 기회가 되어 약 2달 전에 제 믹스테잎을 거기서 발매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발매된 건 처음이라 많이 떨렸어요. 클럽에서 플레잉하는 음악도 물론 제가 좋아하는 걸로 선곡해 가지만, 평소에 즐겨 듣는 음악은 따로 있거든요. 클럽에서 틀기에는 조금 난해한 곡들이요. 그러한 곡을 많이 넣어서 만들었어요. 들으면서 함께 책을 읽거나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기 좋은 믹스테잎일 것 같아요.

Q. DJ로서 요즘 파티씬, 클럽씬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나 있다면요?

클럽이나 파티에 대한 대중의 편견? 사람들이 생각하는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왜곡된 부분이 있는데 그게 너무 고착화된 것 같아요. 물론, 술을 마시고 이성을 만나려는 목적으로 클럽을 가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음악이나 춤을 너무 좋아해서 즐기기 위해 가는 사람도 굉장히 많거든요. 저 역시 음악을 들으러 혼자 클럽에 가거나 페스티벌을 간 적이 있어요. 저 같은 리스너들도 많으니까 클럽이나 파티에 대한 안 좋은 편견들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해요.

작년 여름에 야외에서 했던 어떤 루프탑 파티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서 소풍처럼 즐기고 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모두가 캐주얼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파티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고요. 클럽이나 파티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현재 참여 중인 것 외에 언젠가 해보고 싶은 형태의 파티나 크루가 있다면요?

저는 누디스코라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즐거운 느낌이 나고 사람들을 진짜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좋아요. 누디스코나 즐거운 하우스를 트는 파티팀이 있으면 같이 참여해보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되면 폐건물에서 게릴라 파티도 해보고 싶어요. 가봤던 파티 중에 ‘펑크미’라는 파티가 있었는데 제가 평소에 상상하던 콘셉트랑 비슷했어요.

아현동에 지금은 영업이 중단된 목욕탕이 있거든요. 펑크미는 그곳에서 설치미술 전시와 디제잉을 함께 진행한 파티였는데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파티 중간에 민원이 들어와서 나중에는 문래동으로 옮겼는데, 거긴 또 공장이 많잖아요. 완전 날 것의 공장에서 디제잉이 계속 이어졌는데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언젠가 저도 그런 느낌으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Q. DJ로서의 최종 목표는?

일단은 꼭 눈에 띄는 큰 결과 같은 게 없더라도 지금처럼 꾸준히 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5년 내에는 제 음악을 만들어서 EP 앨범 발매도 하고 싶고, 더 길게 20년 정도 후에는 해외 페스티벌에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마흔 살쯤에. (웃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소나 페스티벌(Sonar Festival)’라는 이벤트가 있는데 테크노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언더그라운드 DJ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이에요. 거기에 꼭 서보고 싶어요.

 

iOS : https://goo.gl/OIv64T
Android : https://goo.gl/zUkB49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