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이미 시작되었다
투표는 이미 시작되었다
투표는 이미 시작되었다
2017.04.28 16:43 by 제인린(Jane lin)

조금은 낯선 봄날의 대선. 소위 ‘장미대선’이 이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각 후보들은 마지막 한 표까지 손에 넣기 위해 막바지 유세에 여념이 없는 모습인데요. 나라 밖에선 이미 한 발 빠른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됐던 재외국민 투표의 현장을 한번 찾아가볼까요?

(사진:Digital Storm/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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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를 오가는 대사관 내부. 많은 수의 교민들이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첫 날 이 곳을 찾아왔다.

제가 도착했을 무렵만 해도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어느새 현장엔 100여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유권자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죠. 대사관에는 투표 인증 사진을 찍는 일명 ‘포토존’도 설치돼 있었는데, 이 곳 역시 투표를 마친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삼삼오오 줄을 서 있었습니다. 또 그 옆으로는 총 4개의 테이블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간이 정수기 시설이 설치돼있었는데, 먼 곳에서 찾아온 교민들이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이 이 곳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죠.

대사관 측 집계에 따르면, 투표가 시작된 25일 당일 투표장을 찾아온 교민의 수는 지난해 총선 때와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금껏 실시됐던 여느 재외국민 투표보다 이번 대선에 몰린 교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죠.

투표장 한 편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는 교민들.

실제로 현지 교민들이 자주 찾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형 버스를 렌트해 대사관까지 함께 이동하자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었죠. 물론 해당 움직임은 선거법상 불법이라는 이유에서 무산됐지만, 지금껏 없었던 교민들 스스로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교민들의 움직임에 답을 하듯, 대사관 측에선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 우다코우 두 지역을 오가는 51인승 대형 버스를 하루 두 차례씩 무료로 왕복 운행 중입니다.

상당수 교민들은 해당 버스 운행 시간대를 sns로 공유하며 적극 활용해오고 있는 분위기죠. 그러면서 여전히 “투표하셨어요?”, “투표 꼭 하세요”라는 인사말도 잊지 않고 건네며 해외에서도 국민으로 인정받고, 애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격려,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날 필자는 오전 7시에 집에서 출발해 오후 3시가 훌쩍 넘어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야근을 하며 자정이 다 되어 그날 마감해야 할 업무를 뒤늦게 끝낼 수 있었죠.

앞서 중국인 친구가 “제인, 왜 네 돈으로 차비를 내면서까지 먼 곳에 있는 투표장을 가는 것이냐”는 질문이 떠오른 순간이죠.

나 역시 그의 질문에 그가 머리를 끄덕일만한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비록 나의 피를 흘려가며 쟁취한 권리는 아니지만, 그 권리가 나의 두 손에 놓이게 된 이상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내 몸을 움직이게 했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습니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탱해야 할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의 무게를 알기에, 먼 곳에서도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고 투표장을 찾는 것이 현재 재외국민 투표장의 모습일 겁니다.

참고로 이 달 25~30일까지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재외국민, 국외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투표장을 향해 걸음을 옮겨 볼까요?

/사진:제인 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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