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후편)
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후편)
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후편)
2017.05.02 14:52 by 김상욱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대회엔 한국과 일본의 유명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이 참가했습니다. 일본의 이토카즈 케이사쿠 선수(2013년 은퇴)와 한국의 한상훈 선수(2016년 은퇴)인데요. 이토카즈 선수는 라오J브라더스에게 야구용품을 후원하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날아오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한상훈 선수 역시 본인이 이끄는 사회인 야구단을 이끌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라오J브라더스 선수들에게는 원포인트 레슨을 하는 등 경기 외적으로도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라오J브라더스에게 야구용품을 후원하는 이토카즈(좌)
라오스 선수들에게 수비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 한상훈 선수

번외 경기로 한국 올스타와 일본 팀 간의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한국팀은 대회에 참가한 팀의 에이스 선수들로, 일본팀은 이토카즈 선수를 중심으로 라오스 현지에 거주하는 일본인들로 구성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정규 수업으로 야구를 배웠다는 일본 선수들은 기본기가 탄탄했습니다.

한국 팀이 먼저 기회를 잡았습니다. 2회 말, 한국팀의 매서운 공격력은 일본 선발투수 야마모토(라오스 거주 일본 교민)를 무너트리며 단숨에 6득점을 했습니다. 이에 당황한 일본 팀은 현역 시절 직구 최고 시속 150km를 던지던 이토카즈를 구원 등판시켰는데요. (이토카즈는 니혼햄 파이터즈 시절인 2009년 재팬시리즈에 선발투수로 나와 당시 요미우리 이승엽 선수에게 홈런을 허용해서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합니다)

현역시절 이토카즈 케이사쿠 선수

비록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이토카즈의 직구는 강력했습니다. 이토카즈의 등장은 한국 타자들의 침묵으로 이어졌습니다. 곧바로 찾아온 한국팀의 위기. 일본은 3회 초 공격에서 단숨에 5점을 따라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한국 팀은 1년 전 프로에서 은퇴한 한상훈 선수를 투입합니다. (한상훈 선수가 대학 때까지 투수로 활동했고 한화 이글스에 투수로 입단했었다는 사실은 많은 분이 모르실 겁니다) 현역 시절 강한 어깨로 유명했던 내야수 한상훈 선수를 기억하실 겁니다. 솔직히 한상훈 선수의 직구는 이토카즈 선수를 능가했습니다. 일본 타자들이 맥을 못 추고 물러나며 3회 초 이닝이 마무리됐습니다. (심판에게 물어보니 이토카즈 선수의 구속은 대략 137~138km이며 한국 고등학교 에이스 투수 정도의 구위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상훈 선수의 공은 141~142km 정도의 구속이라고 하네요)

현역시절 한상훈 선수

4번 타자로 나온 한상훈 선수와 이토카즈 선수의 첫 대결. 한상훈 선수가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댑니다. 든든한 에이스의 존재 덕분일까요. 한국팀 타자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기합까지 넣어가며 최선을 다하는 이토카즈의 불같은 강속구를 한국 타자들이 연속으로 쳐내며 안타를 만드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 선수(선수 사회인 아마추어)는 이토카즈를 상대로 큼지막한 홈런포를 쏘았습니다.

한국 팀 공격의 물꼬는 한상훈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토카즈 선수도 놀랐는지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했는데요. 홈런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토카즈 선수의 인성이었습니다. 아마추어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심지어 홈런까지 맞았음에도 이토카즈 선수는 분해하거나 창피해하지 않고 연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멋쩍은 웃음이 아닌 야구를 즐기는, 한국 선수를 존중하는 미소로 느껴져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토카즈 선수 덕분에 경기는 한일전이었음에도 정말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한상훈 선수는 이토카즈 선수를 상대로 연속 2루타를 때려내며 한국팀이 10대 5로 앞서가는 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일본 팀에서는 이번 한일전을 위해 자신들만의 특별한 유니폼을 제작했다.

라오J브라더스의 투수 ‘투유’가 한국 팀의 마무리 투수로 올라왔습니다. ‘투유’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4점을 내주고 일본 팀이 10대 9까지 따라왔습니다. 일본 팀의 마지막 공격. 주자는 만루. 투아웃, 볼카운트 2S 3B… 공 하나에 모든 게 결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투유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삼진아웃을 잡아내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렇게 한일전은 10대 9로 한국이 승리했는데요. 승패는 전혀 중요치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 안에 한국, 일본, 라오스, 프랑스, 호주, 미국 사람 등이 한데 어우러져서 야구를 즐기고 환호하며 웃었다는 것입니다. 야구의 불모지였던 라오스에서 이렇게 야구를 통해 사람들이 하나 되고 기뻐하는 모습. 바로 이거였습니다. 라오J브라더스 선수들에게 야구를 통해 이런 행복을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상훈 선수(좌), 이만수 감독(중), 이토카즈(우)
대회가 끝나고 뜨겁게 포옹하는 한국 프로야구 선후배

대회는 라오J브라더스의 우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참가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아서 우승이 쉽지는 않겠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참가팀들의 기량 못지않게 라오J브라더스의 전력 또한 우승하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이만수 감독도 밝게 웃었습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화려한 프로야구 감독 자리에 있었다. 그때는 상상도 못했다. 3년 후 내가 라오스에서 이렇게 야구를 전파하고 있을 줄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가 내 자리다. 라오스 야구 대회에선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야구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내년 대회 참가팀들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라오스 청소년들이 야구를 통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손을 잡자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 동감한다면 언제든지 두 팔 벌려 대환영이다.” (이만수 감독)

이렇게 3회 대회는 마무리됐다

즐겁고 행복했던 라오스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벌써 내년 4회 대회가 기다려지는데요. 내년 4회 대회 역시 더욱 풍성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기를 소망합니다. 이상 라오스에서 펼쳐진 작은 기적의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자본과 인력, 인지도 부족으로 애를 먹는 스타트업에게 기업공개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단숨에 대규모 자본과 주목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파트너와 고객은 물론, 내부 이...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되는 스타트업 30개 사는 어디일까?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