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아는 여행자, 최고은
속도를 아는 여행자, 최고은
2017.05.03 18:17 by 박희아

가내수공업으로 앨범을 조립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구입한 사람이 나머지 부분을 조물조물 만져서 완성품으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결국 나도 사서 만들어 보았다. 그때 생각했다. ‘이 음악가는 의미 있는 조각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구나. 자기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여운과 재미를 주고 싶어하나 봐.’

‘여행’ 키워드 인터뷰 마지막의 주인공은 음악가 최고은이다. 그는 추억을 모아서 음악의 원료로, 삶의 원료로 만든다. 최근에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스프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그 무대에서는 어떤 형태의 조각을 남겨왔을까. 다음 앨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반짝임, 기대하고 있다.

“여행을 포함해서 나의 어떤 기억, 추억이 음악의 원료가 돼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고, 그렇게 다녀온 기억들이 모두 쌓여서 제 음악이 되는 거예요.”

“꼭 기간을 정해놓고 어딘가로 떠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삶을 궁금해 하고, 일상을 바꾸는 것이 여행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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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이하 박)_기억에 남는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고은(이하 최)_어렸을 때는 가족끼리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해외여행은 대학 졸업 할 무렵부터 다니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시작된 첫 여행의 기억이 굉장히 강해요. 티베트로 떠났는데, 성지순례 하듯 3주 가까이 걷는 여행을 했어요. 그때 기억이 너무 크게, 강하게 남아있어서 나머지 여행들이 시시했을 정도죠. 티베트 사람들 얼굴이 그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맑고, 아름다웠어요.

지난 번에는 이제 좀 컸다고 효도관광 느낌을 살려서 엄마와 일본과 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하하.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거, 이만큼 자라니까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했어요.

박_고은 씨의 음악과 여행이란 주제를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까요?

최_창작하는 사람들 중에 창작의 원료를 여행에서 얻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꽤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여행을 포함해서 나의 어떤 기억, 추억이 음악의 원료가 돼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아, 음악 만들러 여행 가야지!” 하고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고, 그냥 어딘가에 다녀온 기억들이 모두 쌓여서 제 음악이 되는 거예요.

#그녀의 플레이리스트

박_플레이리스트로 ‘순간에 바로 서서’를 고르셨어요.

최_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예요. 원래 제 노래는 아니었고요. 같이 음악 하는 밴드 프로듀서 친구의 곡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이 노래가 너무 좋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다른 멜로디와 가사를 넣고 있었죠. 원곡을 보존하되, 앞뒤로 가사를 좀 넣어서 이야기를 연장시켰어요.

박_나윤선의 ‘팬케이크’는 어떤 연유로 추천해주신 거죠?

최_여행을 떠날 때 사람들마다 여행지에서 듣고 싶은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잖아요. 저도 그런 게 있어요. ‘순간에 바로 서서’, ‘팬케이크’가 그런 곡이죠.

박_앨범 작업 과정과 여행 자체로도 닮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최_지난 앨범은 원래 예상했던 시기보다 두 계절 정도 지나서 낸 앨범이거든요. 작업 기간이 꽤 길었어요. 하지만 조급하게 굴지 않았죠. 여행의 속도라는 것도 그렇잖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패키지로 다니는 여행도 있지만, 요즘에는 현지인처럼 지내는 여행이 유행하기도 하고요. 자기만의 속도로 여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도 제 속도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앨범도 그래요. 앨범을 위해 만든 곡들을 넣은 게 아니고, 몇 년 동안 쌓여있던 노래들을 채집한 거예요. 시간이 참 자유롭게 흘렀죠. 주로 이동하면서 어떤 노래가 좋을지 골랐어요. 음악이 여행의 일부처럼 항상 곁에 있었어요.

일상을 떠나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궁금해 하거나, 내가 지금 속해있지 않은 다른 영역의 이야기들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모든 일들이 여행 같아요. 그러니 꼭 기간을 정해놓고 어딘가로 떠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삶을 궁금해 하고, 일상을 바꾸는 것이 여행 아닐까요. 너무 사랑하는 동물들과 있을 때처럼.

박_음악에 고양이 소리와 새 소리가 들어있던데요.

최_동물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그 순간이 제 음악에 담기기도 해요. 작업하던 공간에 고양이가 있었는데, 이름을 부르니까 대답한 게 그대로 들어간 거예요. 또 저희 집 앞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거기에 새들이 정말 많이 와요. 그 소리를 담았어요.

박_하고 싶은 여행은요.

최_오감이 트일 수 있는 여행이라고 할까. 어떤 한 가지의 목적에 꽂혀서, 보이지 않는 육감까지도 활짝 열어놓고 기억할 수 있는 순간순간을 만나고 싶어요. 그런 걸 음악으로 남겨서 저장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앨범 이미지(출처: 최고은 공식 블로그)

1. 순간에 바로 서서  최고은 

"노래 속 화자는 남녀예요. 여성 화자는 꿈속에 있듯 아련해요. 남성 화자는 자신의 모든 과거를 지우고 지금 순간에 바로 서서 나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고 얘기하죠."

2. 팬케이크 나윤선 

"‘팬케이크’는 제가 정말 아껴서 듣는 노래예요. 그 노래를 처음 만났을 때, 곡 쓰는 방식에 스스로 콤플렉스가 있었거든요. 제가 생각한 단어나 가사를 우리말로 쓰는 게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영어로 썼어요. 그러다 나윤선 선배님 공연장에 갔고, 거기서 선배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제가 대기실에서 만든 노랩니다. 공연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먹고 싶은 걸 그냥 가사로 썼어요.” 그때 처음 들었는데, 와, 노래가 너무 근사한 거예요. 흔한 음식 이름에 다 아는 채소 이름으로 쓴 가사였는데도요. 가사가 왜 저러냐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노래 자체에 홀딱 반해버렸어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에도 그 노래를 틀어놓고 음식을 하곤 했죠."

 

/사진: 안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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