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럽씬의 오래된 미래, 명월관
한국 클럽씬의 오래된 미래, 명월관
2017.05.03 09:15 by ComeUp 컴업

“명월관은 각계의 셀럽들이 동경하며 삼삼오오 모여들던 문화 공간이었어요. 20여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삶과 청춘과 함께해 왔죠. 독일에서 베를린의 유명 클럽 베르크하인을 박물관, 미술관과 같은 고급문화(High Culture)로 지정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명월관 역시 한국의 최장수 클럽으로서 전무후무한 국내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작지만 문화적으로 강한 메시지의 족적으로 남길 희망합니다. 관객들이여, 긍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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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씬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분야가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20년 넘게 지속된 클럽이 있다는 건 큰일, 정말 큰일이다. 젊은 층의 독특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품고 등장해 수많은 청춘과 함께 해온 명월관. 어느덧 국내 최장수 클럽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명월관이 이렇게 오래될 수 있었던 건 유행 따라 갈대처럼 변해서가 아니다.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무기로 그만의 감성을 꿋꿋이 쌓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명월관 앞에 붙은 '가장 오래된 클럽'이란 수식어는 올드하다는 말이 아니라, 긴 시간 축적한 내공으로 이 시대 청춘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탈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상업성만 남은 무분별한 클럽씬에서 어쩌면 명월관은 지속 가능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보여주는, 클럽씬의 오래된 미래일지도 모른다(그렇게 되길 응원하며). 한국 클럽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함께할 클럽 명월관의 이야기다.

#명월관, 지난 20년

Q. ‘우리나라 최초의 일렉트로닉 클럽’이라 들었어요. 언제부터 운영된 건가요?

명월관은 1994년 ‘황금투구(Golden helmet)’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지척으로 이전하던 중 현재의 명월관으로 자리 잡게 됐고요. 초창기에는 록, 힙합, 레트로, 올드스쿨, 그리고 전자음악 등 여러 음악 장르가 혼합된 양상이었어요. 그 당시는 일렉 뮤직이라는 표현 자체도 유입되기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수많은 베뉴가 생기고 사라지는 와중에 20년 이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명월관은 각계의 셀럽들이 동경하며 삼삼오오 모여들던 문화 공간이었어요. 20여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삶과 청춘과 함께해 왔고 또, 그만큼 수많은 이들의 추억과 아련함이 고스란히 녹아있고요.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DJ들의 열정과 프로모터, 스텝, 그리고 이 공간을 무한 애정하는 관객들의 힘으로 지금 여기 우두커니 서 있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애정 담긴 손님들의 흔적. 명월관 내부.

 

명월관은 각계의 셀럽들이 동경하며 삼삼오오 모여들던 문화 공간이었어요. 20여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삶과 청춘과 함께해 왔죠.

 

Q. 20년이란 긴 시간이 순탄하게만 흘러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크고 작은 위기도 많았을 거고요. 작년에는 명월관을 지키기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자력갱생 파티’도 열었다고 들었어요.

여타 상업적 클럽과는 운영 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늘 자금 부족에 허덕입니다. 매일매일이 칼끝에서 춤을 추듯 위태로운 것 같아요. 특히, 작년에는 마포구에서 새롭게 만든 특별조례로 인해 명월관에 대대적인 개조가 필요했어요. 안전상의 규정에 따라 소방, 전기 설비를 의무적으로 개조해야만 했는데, 한꺼번에 수천만 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공사였어요.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때 사정을 안 주변 지인들, 관객들, 아티스트들이 합심해서 파티에 참여하고, 모두가 함께해 준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들이 이 공간을 지켜낸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20주년 행사도 성황리에 맞이할 수 있었던 거고요.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Q.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그것 또한 명월관스럽게 즐거운 파티로 이겨낸 느낌이네요. 지난 10월에 있었던 20주년 파티도 소개해 주세요.

지난 11월 11일, 12일 양일 동안 명월관 20주년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간 명월관과 함께 했던 많은 아티스트, 관객분들이 함께 즐기고 축하해 주는 자리였어요. 약 40여 팀의 DJ, VJ 분들이 함께 했고요, 실내와 실외, 두 개의 스테이지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명월관 20주년 파티

#명월관의 오늘

Q. 현재는 어떤 분들이 명월관과 함께 하고 있나요?

현재 본인(김은희 대표님)과 개성 강한 베테랑 스텝들로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인건비 문제로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스텝들입니다. (웃음) 매니저로 함께하고 있는 DJ SSOMbo는 하드스타일 장르를 플레잉하는 DJ 겸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외에 다재다능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수요일, 목요일에는 10명의 실력파 DJ들이 수년간 묵묵히 굵직하게 명월관을 지켜오고 있어요. 인복을 타고난 편이라 지금도 여전히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운영해 나가는 중이에요.

Q. ‘홍대 최장수 클럽’, ‘최초의 일렉트로닉 클럽’ 등 명월관,하면 떠오르는 수식어가 있어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로 인해 덧씌워지는 특정 이미지, 오해 아닌 오해도 있을 것 같아요. 해명의 기회 드립니다. 어필해 주세요. (웃음)

명월관은 옛 클럽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가장 표본적인 음악성 있는 음악, 그리고 예술가들의 깊은 감성, 마지막으로 삶의 경계를 뛰어넘어 꿈꿀 수 있는 건강한 일탈. 명월관이 이 모든 것들을 늘 새롭게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명월관은 신선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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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계를 뛰어넘어 꿈꿀 수 있는 건강한 일탈. 명월관이 이 모든 것들을 늘 새롭게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요즘에는 어떤 파티 콘텐츠들이 진행되고 있나요?

억압, 위축,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시대를 반영해서 어렵지 않은 음악 장르를 선보이려고 해요. 음악과 파티를 통해 함께 위로하고 또, 위로받았으면 합니다. 올드스쿨, 힙합, 트랩, 디스코 등의 장르로 기존의 다소 딥하고 무거웠던 분위기를 떨쳐 버릴 수 있는 코드와 명월관 본연의 매니악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마니아층의 음악 코드를 적절히 혼재시켜 나가려 하고 있어요.

Q. 이번 주에 예정된 파티도 소개 부탁 드릴게요.

5월 2일 화요일에는 석가탄신일을 맞아 싸이트랜스 파티팀 이너트립(Innertrip)의 ‘부처핸접 싸이키델릭 트랜스 파티’가 열리고요, 5월 3일 수요일에는 ‘RE:PUBLIC 테크노 파티’, 5월 4일 목요일에는 언더그라운드 로컬 DJ 큐레이션 파티 ‘In Depth 파티’가 열립니다. 5월 5일 금요일, 5월 6일 토요일 주말 동안에는 명월관에서 주최하는 파티가 예정되어 있어요.

먼저, 금요일에는 한국 클럽씬의 역사와 함께 해온 DJ들과 함께 ‘향우회 파티’를 여는데 클럽씬과 일렉 뮤직을 애정하는 분들에게 아주 뜻깊은 파티가 될 것 같습니다. 또, 5월 6일 토요일에는 ‘아티스트가 바로 파티의 주제다’를 콘셉트로 테크노 & 테크하우스 장르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황금연휴인 만큼 관객분들이 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즐길 수 있도록 파티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네요!

5월 5일에 열릴 향우회 파티 포스터

#명월관 그리고 미래

Q. 앞으로 새롭게 계획 중인 콘텐츠가 있다면요?

명월관의 오래된 역사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시도해볼 계획이에요. 예를 들면 올드스쿨 뮤직 파티처럼 외적인 부분 말고 음악적인 부분으로 전통과 역사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간의 명월관이 다소 마니악한 장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명월관을 알지 못했거나 아직 와보지 못했던 관객들과도 소통하기 위해 조금 더 대중적인 콘텐츠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Q. 명월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얼마 전, 독일에서 베를린의 유명 클럽 베르크하인을 박물관, 미술관과 같은 고급문화(High Culture)로 지정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문화적인 측면에서 댄스 클럽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일이에요. 명월관 역시 한국의 최장수 클럽으로서 전무후무한 국내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작지만 문화적으로 강한 메시지의 족적으로 남길 희망합니다. 달과 6펜스의 간극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이 땅의 예술가들, 그리고 우리들의 삶에게...!

Q. 마지막으로 명월관을 거쳐간 관객들,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관객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관객들이여~ 긍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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