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성을 뜨개질하다, 아포코팡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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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성을 뜨개질하다, 아포코팡파레
젊은 감성을 뜨개질하다, 아포코팡파레
2017.05.04 20:33 by 김다영

‘뜨개질’이라고 하면 화롯가에 앉아 코끝까지 안경을 내려 쓴 할머니가 떠오른다. 좋게 말하면 고즈넉한, 나쁘게 말하면 올드한 이미지.

이는 아마 뜨개질이 담고 있는 정성과 노고라는 상징성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언제나 빠르고, 새롭고, 쉽고, 재미있는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뜨개질이라는 것은 기념일 같은 때나 잠깐 할 법한, 단발성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를 일상으로 가져 온 브랜드가 있다. 뜨개질에 ‘팝’한 감성을 더한 크래프트(수공예) 스튜디오 ‘아포코팡파레(APOCOFANFARE)’다.

아포코팡파레 김성미 대표

김성미(32) 대표가 아포코팡파레를 오픈한 건 지난 2014년.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이후, 광고 영상 제작 회사에 다니던 김 대표는 우연히 패션 디자인 브랜드의 일을 맡으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을 느꼈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뜨개질이 취미이자 특기였어요. 이를 조금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영상보다는 대학교 때 배운 공예 분야가 더 적성에 잘 맞는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요.”(김성미 대표)

이후 본격적인 창업 과정이 이어졌다. 대학 동기였던 박명화(32) 대표도 손을 보탰다. ‘아포코팡파레’라는 개성 있는 사명은 ‘좋아서 하는 밴드’ 뮤지션 안복진 씨의 아이디어란다. ‘아포코(a poco)’는 ‘점점, 조금씩’, ‘팡파레(fanfare)’는 ‘씩씩하고 경쾌한 짧은 악곡’을 의미하는 음악 용어다. 씩씩하게 점차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 읽었을 때 센 발음이 많아 톡톡 튀는 느낌을 주고, 기억에 잘 남을 것이라는 의도도 있었다. 김 대표는 “아이디어를 얻은 후 집으로 돌아와 바로 도메인 등록을 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아포코팡파레의 핸드메이드 소품들

아포코팡파레가 론칭하던 2014년 무렵은 국내 편집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 편집숍 입장에선 입점할 업체들이 많이 필요했고, 국내 소규모 브랜드와 개성 있는 개인 디자이너들에겐 시장의 기회가 열리던 때였다.

아포코팡파레는 2016년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예전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만 선호했다면, 지금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개성과 독창성을 겸비한 브랜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고, 본인만 알고 있는 브랜드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피드백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모자,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다룬다.

아포코팡파레는 손뜨개질 방식을 이용해 모자, 가방, 목도리, 장갑, 액세서리 등 일상적인 제품을 제작한다. ‘니팅(knitting‧뜨개질)은 지루하다’는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디자인에 젊은 감성을 더하고, 통통 튀는 색감을 입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손으로 제작하다 보니, 제품의 모양이나 길이 등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액세서리에 원하는 이니셜을 달수도 있고, 방울이나 태슬(tassel‧술장식)을 원하는 색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재미 요소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작업하다보니 밤을 새서 제품 제작에 매진하는 일도 다반사다. 주문이 많이 들어와 배송이 하루라도 늦어지면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린다. 김 대표는 이를 가리켜 “과잉친절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제품 가격은 모두 제작에 소요된 시간에 비례하여 책정된다. 얇은 실일수록 품이 많이 들어 가격이 올라간다고. 최근에는 다루기 쉬우면서 보기에도 좋은 소재를 개발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

아포코팡파레의 목도리 제품들

아포코팡파레의 스테디셀러 제품은 시원하게 쓸 수 있는 파나마 햇(밀짚모자의 일종)과 굵은 실로 짜인 독특한 목도리. 특히 직접 뜨개질을 해서 제작하는 제품 특성 상, 목도리 판매량이 급증하는 겨울철에는 제작 속도가 주문량을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라고. 김 대표는 “올 겨울에는 판매량이 훨씬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손이 꼼꼼한 장애인 분들을 교육시키고, 일자리 연결도 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에 입점한 후 개설한 니팅 클래스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그물백 클래스는 한 수업 당 3시간 정도로 진행되고, 2회에 걸쳐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클래스 문의는 아포코팡파레 인스타그램(@apocofanfare_sub)에서.

시중가의 절반 가격 정도만 지불하면 나만의 제품을 완성할 수 있고, 기분 전환에도 좋아 특히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이후에는 안 입는 의류를 재활용해 러그(rug) 등 생활소품을 만들어보는 과정도 구상하고 있다.

“워낙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클래스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게 즐거워요.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신기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김성미 대표)

뜨개질의 따뜻한 감성에 발랄한 디자인을 녹여낸 브랜드, 아포코팡파레. 그들은 언제나 정체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일상생활 중에도 인스타그램, 비핸스, 핀터레스트 등의 웹사이트를 매일같이 둘러본다는 김 대표. 제품에 담겨있는 브랜드 고유의 색깔은 언제나 재밌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부터 묻어난 것이다.

아포코팡파레 제품은 언더스탠드에비뉴, 어라운드더코너, 바인드 등 오프라인 매장과 무신사, 텐바이텐, 1300k 등 온라인 매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진 : 아포코팡파레, 김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