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연: 고3의 꿈에 관해
여섯 번째 사연: 고3의 꿈에 관해
2017.05.12 16:10 by 오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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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어느 나라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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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고3 학생이에요. 음, 어쩌면 평범하지만은 않은 고3이라는 소개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어요. 저는 해외에서 지내고 있어요. 계절이 흘러 겨울이 되면, 유럽으로 나와 지낸 기간도 벌써 9년이 되겠네요.

대학 원서, 꿈, 노력과 같은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머리에서 둥둥 떠다니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요즘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얼마 전 제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는 거예요.

"전공은 뭐 생각 중이야?" "나중에 뭐 하고 싶어?" 와 같은 질문 말고, "꿈이 뭐야?"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항상 "행복하게 사는 거요." 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나는 정말 그렇거든요. 뭘 하고 싶은 건지, 훗날 뭘 하게 될지, 어떻게 살아갈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하루 끝의 끝에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고 싶은 것은 확실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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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보내는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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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내주신 편지 잘 읽었습니다. 학생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는 학생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학생은 다른 또래들보다도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러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정도씩은 입시 국어학원에서 강사직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로 지도하는 학생들이 바로 학생과 같은 또래인 고3 학생들입니다. 물론 열심히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저는 가끔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너 뭐 하고 싶어? 꿈이 뭐야?”

제자들의 꿈은 다양했습니다. 간호사요, 펀드 매니저가 되는 게 꿈이에요.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소년처럼 눈을 크게 뜨고 계속해서 물어봤습니다. 왜? 왜 그게 되고 싶은 건데? 그렇지만 다시 들려오는 대답은 다소 삭막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

“돈 많이 벌잖아요, 돈 많이 벌고 싶어서.”

그런 대답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편지를 읽어보니 학생은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더군요. ‘어떤 직업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낼 때 행복한가, 어떻게 지내야 행복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보였으니까요. 직업이나 물질보다 행복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더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학생과 비슷한 고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게 조금 늦었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를 목표로 두고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그리고 대학의 경영학도로서 학교생활을 해나갈 때, 그리고 노무사와 회계사와 같은 직업들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때도 제겐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일까?’와 같은 깊숙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좋은 직업을 얻고, 남들에게 창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만 했었던 것 같아요. 학생이 갈망하는 소소하면서도 행복한 삶,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대학교 생활이 끝나갈 무렵, 저는 그제야 내 진정한 꿈은 무엇인지,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취업을 위해, 사회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돼서야 그런 고민을 시작하다니요, 웃기지요.

학생처럼, 당시의 저도 ‘내가 방황을 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주변에 창피한 사람을 남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그 시기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오래전에 그만두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게 참 좋았어요. 글을 쓸 때만큼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주변의 걱정거리들을 완벽히 잊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한 거죠.

‘좋아하는 일, 내게 행복을 주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는 없는 걸까? 그게 꿈이 되면 안 되는 건가?’ 하고요. 그리고 저는 단지 홀로 즐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에서 나아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학교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글을 썼습니다. 아무리 잠이 부족하고 몸이 무거워도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게 행복했고, 그러한 행복감을 계속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 애썼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께서 저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십니다. 행복합니다. 저는 오늘날을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을 물고 늘어지고, 삶의 목표로 삼은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학생에게 행복을 주는 그 여러 것들이, 당장은 작고 사소해 보여도, 어쩌면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짓는 데에 큰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간절히 그것을 원하게 됐을 때, 포기하고 싶지 않을 때, 그때 노력해도 늦지 않습니다.

언젠가 조금쯤 더 구체적인 꿈이 생겼다는, 기분 좋은 편지가 날아올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제 지난날까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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