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주방 시트지&커튼)
누더기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주방 시트지&커튼)
2017.05.23 16:20 by 김다영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었던 장판 작업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종료됐다. 내친김에 주방 시트지 작업에 나섰다. 주방 벽의 작고 알록달록한 사각형 타일이 어쩐지 식욕을 떨어뜨리는 기분이다. 싱크대 상부장의 나무무늬는 괜찮았지만, 아래쪽의 하얀 시트지가 우글거려 그 부분만 교체하면 될 것 같았다.

무늬에서 어쩐지 재래식 화장실 느낌이 나는 것도 같고…

에디터의 깨알 TIP - 시트지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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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 시트지 : 타일 모양의 시트지. 커팅기 없이도 손쉽게 새 타일 느낌을 낼 수 있고, 주로 주방이나 욕실에 사용한다.

● 고광택 시트지 : 빛을 반사해서 광택이 보이도록 하는 시트지. 일반적으로 싱크대 리폼에 많이 쓰이며, 흠집이나 오염에 강해 관리가 쉽다.

● 난연 시트지 : 열에 쉽게 타지 않도록 만든 시트지. 안전을 위해 가스렌지 주변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 발포 시트지 : 물기에 쉽게 젖지 않도록 만든 시트지. 일반적으로 주방 타일에 쓰인다. 종이 재질이기에 붙이다가 찢어지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 창문용 시트지 : 창문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붙이는 시트지. 직사광선은 차단하지만, 어느 정도의 빛은 투과하도록 한다, 열 차단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있다.

모서리를 야무지게 쥐어 잡아 뜯는다.

먼저 할 일은 기존 시트지를 떼어내는 것인데, 겁먹었던 것보다 잘 떨어져서 기분이 좋았다. 만약 잔여물이 남는다면 퐁퐁 물을 뿌리고 스크래퍼로 긁어내거나, 드라이어 등으로 열을 쐬어주어 본드 성분을 녹이면 된다고 한다.

시트지는 꽤나 단단하게 붙어있어서 다 떼어내는 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열심히 잡아당기다가 엉덩방아도 두 번 찧었다. 뒤로 자빠지면 큰 회의감이 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현대식 화장실로 변신(?)
선반에 붙일 시트지는 폭이 좁은 것으로 골랐다.

타일에는 폭 1m짜리 시트지를, 선반에는 15cm짜리 시트지를 붙였다. 작업을 해보니 폭이 좁은 걸 여러 번 두르는 편이 일하기에 훨씬 편하다. 시트지끼리 맞닿는 부분도 그리 티가 나지 않는다. 그냥 슥슥 붙여도 기포가 별로 생기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액정 필름 붙일 때만큼 숨죽이며 할 필요는 없었다.

2시간 걸렸다.

타일에 붙인 시트지가 생각보다 누래서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매장 조명에 속았다!), 여튼 주방 시트지 작업까지 마쳤다. 이렇게 입주 전 급한 불은 모두 끈 채 무사히 짐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며칠에 걸쳐 퇴근 후 중노동을 하고, 이삿짐 나르기로 피날레를 장식하니 이사 후 급성 위염으로 조금 고생했다. 그래도 맨 바닥에 누워 자는 일은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

‘드디어 편히 쉬는구나, 주말에는 그동안 못잔 잠을 몰아 잘 수 있겠다!’

동시에 찾아온 탈진과 마음의 평화

……라는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집은 햇빛이 굉장히 잘 든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 밤낮 구분이 애매한 반 지하에 살던 에디터에게는 낯선 환경이었다. 그렇게 밝은 빛을 맞으면 기화돼버리는 악당처럼 며칠 간 아침마다 괴로워하다가, 한시바삐 커튼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 볕 잘 드는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 커튼에 관심을 둔 것은 처음이다. ‘그냥 천 사다가 매달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안이한 마음이 또 다시 스멀스멀. 마침 전에 살던 사람이 두고 간 커튼봉도 있겠다, 벽지랑 장판도 스스로 했는데 커튼도 한번 해볼까?

그리하여 이번에는 재봉틀 없이 커튼 만들기에 도전한다.

아침마다 고통을 선사하는 휑한 창
준비물은 수선 테이프(다이소), 커튼 핀, 그리고 암막원단

암막원단은 인터넷에서 여섯 마 3만원에 구입했다(사실 소셜 커머스에서 가장 저렴한 기성품 커튼을 구입하는 것과 가격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그저 스스로 해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창문 네 쪽 분량이다. 모니터 상에서는 고급스러운 그린색상이었는데, 받아보니 웬 옥색 원단이……. 자개장롱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색이지만 예전에 말했듯 에디터는 막눈이라 괜찮다.

 

에디터의 깨알 TIP

원단을 세는 단위인 ‘마’. 1마는 약 90cm로, 여러 마를 주문할 경우 원당 한 장으로 길게 이어져서 온다. 커튼을 만들 땐 창문 가로 길이의 1.5배 정도로 주문하면 자연스럽게 주름을 잡을 수 있다.

만약 집에 커튼봉이 설치되어있지 않은데 못질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꼭꼬핀(벽지에 꽂는 핀. 개당 2㎏의 하중까지 견딜 수 있다)이나 압축봉을 이용하는 간편한 방법도 있다.

커튼을 봉에 연결하는 방식은 커튼링, 레일, 펀칭, 봉집, 멜빵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사진: shutterstock.com/threephet pattanajan, Timof, chin797)

커튼링 방식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며, 뾰족한 s자 고리가 위험할 수 있는 아이 방에는 봉집 방식이나 멜빵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펀칭 방식은 세탁 문제 때문에 국내에선 비교적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가위로 자르면 실이 튀어나온다.

먼저, 위 사진과 같이 마감처리가 되어있지 않으므로 천을 그대로 달 수는 없다. 보통 재봉틀로 마무리를 해주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다이소 수선 테이프를 이용해 작업해본다.

다이소 수선테이프와 다리미를 이용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가장자리를 적당히 접은 후 다림질을 해서 각을 잡아준다. 그 다음 수선테이프를 잘라 올려두고, 젖은 수건을 위에 덮은 후 10초간 눌러준다. 이 때 문지르지 말고 힘을 주어 꾸욱 압박하도록 한다. 젖은 천과 다리미가 만나면 무서운 소리와 냄새가 나지만, 별 일 없으므로 겁은 조금만 먹도록 한다.

수선 테이프는 접착력이 전혀 없는 부직포 비슷한 재질인데, 열과 만나면 녹으면서 천과 달라붙는다. 젖은 수건 위에서 열을 가하는 이유는 테이프가 다리미 표면과 직접 만나면 타버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주의해서 작업한다면 굳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후반에는 귀찮아서 수건을 대지 않고 그냥 다렸다.

조금 짧은 감이 있지만 어쨌든 완성

끝단 마무리가 되었다면 그대로 S자 고리를 이용해서 봉에 매달면 된다. 금세 만든 커튼은 원단을 넉넉하게 자른다고 잘랐는데도 폭이 조금 짧다. 본인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재단하기를 추천한다.

이로써 게으르고 손재주 없는 에디터가 셀프 인테리어랍시고 벌여둔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한 친구는 집을 보더니 누덕누덕 기워 만든 흥부네 집 같다고 말했다. 조금 슬펐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주 못 살 정도는 아니게 되었으니, 차차 아늑하게 꾸며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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