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증’ 아빠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거인증’ 아빠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거인증’ 아빠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2017.05.25 11:07 by 최현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요즘에는 한 번 욕실에 들어가면 도통 나오지 않아서 탈일 정도죠.(웃음)”

경남 밀양시에 살고 있는 조한웅(51·가명)씨의 말입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달리 한웅씨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밝아 보입니다. 얼마 전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양변기와 샤워기가 달린 욕실이 생긴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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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는 CJ오쇼핑과 함께 ‘희망의 울타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망의 울타리’는 열악한 주거·생활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전국의 재난위기가정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입니다. 희망브리지 홈페이지, CJ오쇼핑 모금방송 ‘사랑을 주문하세요’, 다음카카오의 모금채널 ‘같이가치’에서 사람들의 후원을 받고 있지요. 수혜자 선정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의 추천을 받은 가구를 대상으로, 희망브리지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발이 커서 맞는 신발이 하나도 없어요”

한웅씨의 발은 300mm가 넘습니다. 한웅씨의 발이 원래부터 이렇게 컸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여 년 전에 발병한 ‘말단비대증’이 이렇게 만들었죠. ‘거인증’으로도 알려진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로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손, 발, 턱, 코, 귀 등 돌출된 가장자리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병입니다. 장기도 함께 커져서 생명에 위협을 가하기도 하지요. 수십 년에 걸쳐 자란 한웅씨의 주먹은 아홉 살 막내딸의 얼굴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한웅씨의 두 손, 명함이 유난히 작아 보입니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병을 앓으면서도 한웅씨는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몽골인 아내와 두 자녀를 위해 건축 현장을 누비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죠. 그러나 5년 전, 공사현장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으며 그마저 어렵게 되었습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허리와 골반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얼마 전에는 뇌에서 5cm가 넘는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커지는 종양은 시신경을 압박해 차츰 눈도 흐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래식 화장실, 밤이면 너무 무서워요

경제적 부담이 커진 한웅씨는 2년 전, 홀어머니가 살던 시골 마을로 거처를 옮겨왔습니다. 거동이 불편해도 한웅씨는 몸을 쉬이지 않았습니다. 빌린 땅 5000평을 일궈 벼농사를 지으며 생계에 보태왔지요. 아내 사랑(35·가명)씨도 이웃의 비닐하우스에 다니며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붕이 내려앉은 안채. 아이들이 씻을 마땅한 공간도 없었습니다.

한웅씨네 가족은 방 두 칸에 부엌이 달린 바깥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안채는 지은 지 100년이나 돼 비가 새고 지붕이 내려앉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은 마당에 떨어져 있습니다. 그마저도 재래식이라 아이들은 요강을 사용했고, 욕실이 따로 없어 마당에서 물을 데워 비좁은 현관에서 씻었습니다. 다섯 식구가 살기엔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지요. 아내 사랑씨는 “아이들이 깨끗하게 씻을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 샤워기…

처음으로 공부방도 생겼습니다.

한웅씨와 가족들의 사연은 지난 3월 CJ오쇼핑과 다음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한웅씨의 안타까운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지요. 그 결과 3일 만에 15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이런 손길 덕분에 지난 2월 17일, 한웅씨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에서 머릿속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빠가 돌아온 후, 승아가 환하게 웃습니다.

“아빠가 돌아와서 너무 좋아요. 병원에서 환자복 입은 모습보다 지금이 훨씬 멋져요.”(승아)

한편, 밀양의 집 마당에는 2평 넓이의 욕실과 1평 넓이의 작은 창고가 지어졌습니다. 욕실엔 샤워기와 양변기가 있고, 바닥엔 타일이 깔렸습니다. 아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새 욕실이지요. 욕실 옆에는 작지만 승아와 승규의 공부방도 생겼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승아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 보입니다.

새롭게 지어진 화장실. 아이들은 수세식 화장실이 너무 좋습니다.

“열심히 살아야죠. 그게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활짝 웃고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한웅씨가 말했습니다. 그동안 지치고 힘들 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킬 만큼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줬는데요. 웃음이야말로 한웅씨와 가족에게 전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한웅씨가 소중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승아와 아내 사랑씨.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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