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사연: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여덟 번째 사연: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2017.05.25 18:01 by 오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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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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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라는 주제를 읽고, 저는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야만 했습니다. 제가 써서 보낼만한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저 자신에게 매치해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음, 내가 아름다웠던 때, 그건 다르게 말하면 아마 제가 가장 행복했을 때였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짧다면 짧은 제 인생을 되돌아보면, 저는 이사를 참 많이 다녔어요. 저는 오갔던 여러 곳 중, 초등학교 저학년을 보냈던 충청남도 공주에 살던 때를 제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운영하시던 가게에 가서 저의 첫 애완견이었던 뽀삐와 함께 놀았어요. 그리고 가게가 문을 닫으면 집에 걸어가며 구구단을 외웠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정말 소중히 여겼던 다이어리도 아직 가지고 있답니다! 주말이면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기억, 두부 트럭 종소리가 나면 두부를 사 오라고 하셨던 엄마의 목소리, 안경이 쓰고 싶어 TV 바로 앞에서 눈을 혹사하던 나날들, 그리고 학교와 집 앞 골목골목이 머릿속에 사진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추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아름다웠던) 순간은, 엄마와 종종 공주대학교 언덕에 올라가 석양을 바라봤던 시간들이에요. 28살이 된 지금, 저는 석양을 바라보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든가 평소 고민거리들을 떠올린다든가, 과거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할 거예요. 하지만 10살의 저는 석양을 보며 그냥 그 순간을 마냥 행복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노을을 보던 어느 날, 제가 "엄마, 나 지금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었다는 걸 보면, 그때가 제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맞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에 순수한 진짜 행복을 느꼈던 그때가 제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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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가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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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편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매주 여러분의 여러 사연을 읽을 때마다 감탄을 합니다. 저와는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짜릿한 느낌을 주거든요. 뭐랄까, 내가 세상의 신비들을 하나씩 더 많이 알게 되는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다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아름다울 때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내가 아름다웠던 때, 그건 다르게 말하면 아마 제가 가장 행복했을 때였겠죠?’라는 말씀을 듣고 나서 말입니다. 그만큼이나 울림이 큰 말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행복할 때가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다. 정말, 그러네요. 생각하면 할수록 맞는 말씀이십니다.

또한,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한 가지 더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역시 행복이라는 건 멀고 험난한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어릴 적 함께했던 강아지, 어머님께서 운영하시던 가게의 분위기, 두부장수의 종소리(저도 어릴 때 많이 들었어요)와 구구단의 음 높낮이 같은 것들이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남는 걸 보면, 행복은 사실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행복해지고 싶어, 나 진짜 행복해지고 싶어.’라고 노래 부르듯 말하고 다녔었던 걸 반성하게 됩니다.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아름다울 때. 저는 그것을 ‘내가 가장 멋졌을 때’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제가 가장 크게 무언가를 이루거나 쟁취해냈을 때만을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읽고 난 다음, 저도 보내주신 편지의 내용처럼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를 생각해봅니다. 저 역시도 어린 날의 기억들, 청소년기의 장면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사주셨던 미아 삼거리 분식집 맛탕의 맛, 언덕 집에서 살던 때 봤던 별의 또렷한 정도,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친구들의 이름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오갔던 통학로는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합니다. 첫사랑의 얼굴을 기억할 때마다 여전한 떨림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친구들이나 첫사랑과 함께 갔었고, 혼자 바람을 쐬기 위해서도 자주 찾았던 고가다리에는 서른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종종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 다리가 곧 철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 정책으로 낡은 시설물들을 없애는 사업의 일환이라네요.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저, ‘아, 내 추억의 장소 하나가 이렇게 없어지겠구나!’ 하고 절망했지만, 요즘은 조금이라도 더 그곳에 머무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고가다리에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경치를 구경하고, 야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마다, 지금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곤 합니다. 어쩌면 조만간 사라질 곳이라, 유한성을 지니게 된 공간이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힘껏 행복감을 느끼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꼭 그 고가다리와 관련지어 생각하지 않아도, 행복과 유한성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던 어머니의 가게에 다시 갈 수 없고, 열 살의 키 높이와 시선으로 언덕의 그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볼 수 없듯, 행복은 ‘지금 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저 역시 어쩌면 그 고가다리에서의 행복을 늦었지만 ‘지금’ 더 간직해놓으려 애쓰고 있는 걸 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내가 가장 행복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면, 우리는 더더욱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지금의 행복은 되찾을 수 없는 거라면, 어쩌면 우리가 가장 아름다울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물론 저 역시 평소 저 자신을 아름답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종종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행복해,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아름다워.’라고 생각해보려 합니다. 보내주신 편지 덕분에요. 귀한 편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답장 역시 ‘순간을 소중히!’와 비슷한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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