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사교육, 부부사이를 갈라놓네

 

‘기다려준다. 기다려도 안되면 생긴 대로 살게 한다.’, ‘사교육은 미친 짓이다. 따라갈 수도 없지만 따라가지도 않는다.’

 

우리 부부가 갖고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한 교집합 부분이다. 차이를 굳이 두자면 처음 것은 독일에서 가진 교육에 대한 생각이고, 나중 것은 한국에 와서 갖게 된 생각이다.

 

(사진: shutterstock.com/KPG_Payless)
(사진: shutterstock.com/KPG_Payless)

 

독일에서는 기다려도 안 되면 생긴 대로 살게 한다. 타고난 능력이 굳이 지적인 공부가 아니면 다른 잠재력을 기대한다. 또, 그런 잠재력이 교육제도를 통해 비교적 충분히 끄집어 내지고 길러지기 때문에 부모들은 순리대로 학교제도를 믿고 아이들을 맡긴다. 물론 그렇게 익힌 기술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사회제도와 시스템이 받쳐준다.

 

하지만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기다려주어도 답이 없다면? 아니, 먼저 ‘기다려 준다’의 그 선부터 정리해보자! 기다려준다, 언제까지? 특목고와 자사고 입학의 분기점인 중학교 3학년까지? 아니면, 아이들 중에는 철나면 제대로 발동 걸리는 대기만성형 인간도 있으니 고등학교에 일단 보내놓고?

 

독일은 그냥 초장에 끝을 본다. 초등 4년간 지켜보면, 대학형 인재와 실업형 인재가 결정난다. 거기에 비해 한국 부모들의 그 기다림은 너무 길다. 그리고 언제일지 모르는 그때까지 부모들은 끊임없이 쏟아붓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지쳐간다. 이런 현실을 인정도 부정도 못 하며 갈등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독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을 놓고 고민하는 셈이다. 생긴 대로 살게 하자고 늘 다짐은 하지만, 한국 교육제도 앞에서 내 신념은 수백 번, 수천 번도 더 흔들렸다.

 

ʻ남들은 없는 능력도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 가는데, 우리는 무슨 노력을 아이들을 위해 쏟고 있는 거지?ʼ, ʻ이렇게 아무것도 안 시키는 것이 부모로서 직무유기 내지는 방치 아닐까?ʼ, ʻ사교육을 의지하면 아이의 성적이 좀 오를 수도 있을 텐데 언제까지 안 하고 버틸 건데?ʼ

 

이런 고민과 갈등 속에 부부싸움의 주된 내용은 늘 아이들의 교육문제였다. 그리고 따라가고 싶지 않은, 또 따라갈 수도 없는 사교육 때문이기도 하다. 가끔씩 마음이 흔들리기라도 하면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본다. 옆집 아이는 학원을 몇 개 다니고, 얼마짜리 과외를 받고 있으며, 하루에 영어단어를 100개씩 외우고, 전체 일등짜리 조차도 수학 과외를 받고 있고 등등의 사실과 정보를 쏟아낸다. 그냥 주변에서 들은 얘기와 아는 팩트를 꺼내 놓는데도 남편은 버럭 화를 낸다.

 

“배웠다는 사람이 그게 뭐야? 독일 교육을 보고 와서도 그래? 그러려면 독일교육에 대해 쓰겠다고 하지 마!”

 

그런 현실 속에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로 서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선방하며 잘 견뎌주고 있다는 것, 또 내가 갈등하며 내 나름의 방식으로 방어하느라 힘들다는 사실을 얘기하려고 한 것뿐인데…….

 

엄마는 현실 앞에 속이 터지고 아빠는 방관하면서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번 물어봅시다. 아이들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법 없이 이렇게 혼자 버티고 서 있는 나, 정상인가요? 앞으로 정상일까요?

 

 

자녀를 특목고에 못 보낸 엄마는 루저?

 

“아세요? 모 선생님은 아이 둘을 모두 특목고에 보냈대요. 대단하지 않아요? 저도 나중에 우리 아이들을 꼭 그렇게 키우려고요.”

 

어느 날, 직장 동료가 내게 한 말이다. 두 아이 모두 일반고를 보낸 내 앞에서……. 솔직히 기가 죽었다. 아이를 그렇게 못 보낸 엄마가 꼭 루저 같았다. 어떤 부모인들 아이들을 보다 나은 학교로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특목고를 놓고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해서 보낸다 해도 아이의 경쟁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것이 상처가 될 것 같았다. 사교육을 전혀 안 한 아이를, 사교육으로 실력을 탄탄하게 다진 아이들 사이에 풀어 놓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들어가서 닥칠 불길한 결과(?)로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게 하는 편이 정서적으로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빤한 결과 앞에 발버둥 치고 싶지도 않았다. 고등학교에 가서 뭔가 뒤집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아직 어린 나이게 기숙사 생활을 시킨다는 것 또한 탐탁지 않았다. 아침, 저녁 잠깐이지만 험한 세상에 그렇게라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안아주며 부모의 사랑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쨌든 아이의 특목고 합격이 부모의 기를 살려준다, 맞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자녀를 둔 부모를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아이 머리가 좋고, 열심히 한 탓도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들인 부모의 노력을 생각하면 칭찬거리일 게다. 그럼, 일반고를 보낸 대부분의 부모는? 그렇지 못하다고 기가 죽어야 할까?

 

아이의 상급학교 진학이 부모의 사기와 왜 엮이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애매하고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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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한국 엄마로 살아가기

독일교육‧독일유학 두 편의 시리즈로 참 교육의 가치를 설파했던 시골교사의 한국 재적응기. 풍부한 현장 경험과 뚜렷한 철학으로 무장한 시골교사의 교육 콘텐츠 완결편.

필자 소개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키일(Kiel) 크리스티안 알브레히츠 대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은 시골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꿈과 도전의 의미를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