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3無! TV, 스마트폰, 신상!
우리 집의 3無! TV, 스마트폰, 신상!
2017.07.19 14:17 by 시골교사

“자녀분들이 드라마를 참 좋아하네요.”

모든 식당 주인들이 우리 부부에게 하는 말이다. 외식하는 날이면 아이들의 식사 속도는 슬로우 모션으로 바뀐다. 식당의 TV에 눈이 팔려 밥을 먹으러 왔는지, 드라마를 관람하러 왔는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오래전 사용했던 기계는 더 이상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새 TV를 사기엔 살림이 빠듯해 이참에 없애기로 했다. 다른 가족들은 난리다. 아이들이 빨리 말을 배우기 위해 좋다는 둥, 친구들 간에 소통하는데 필수라는 둥,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는 둥.

‘이러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되는 것 아닐까? 요즘 얘들은 TV를 봐야 얘깃거리가 생기고, 친구들 대화에 낄 수 있다는데… ’

한편으론 걱정이 들었다. ‘뉴스만 틀어줄까? 뉴스를 보면 아나운서처럼 예쁜 서울말을 쓰지 않을까?’하는 어쭙잖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뉴스에 나오는 온갖 사건과 사고들이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것 같아 그 생각도 접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TV를 들이지 않은 일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TV 채널을 놓고 싸울 일도, 틀까 말까의 유혹도,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 보내고 미안한 마음으로 브라운관 앞에 앉아 있는 일도 없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부모의 입장이고, 아이들은 나중에 크면 모니터 큰 TV부터 사겠단다. 솔직히 말하자면 남편도 아이들의 생각과 같다. 아이들 졸업해 나가면 TV부터 들이겠단다.

(사진: shutterstock.com/Rawpixel.com)

가끔 아이들이 친구의 전화를 빌려 급하게 연락을 해올 때가 있다. 이제는 그 일도 지쳤는지 이렇게 투덜댄다.

“엄마, 짜증 나 죽겠어요. 이젠 친구들한테 미안하고 눈치도 보여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없다. 나 역시 한국에 돌아와 1년 반이 넘도록 핸드폰을 구입하지 않았다. ‘급한 용무가 있으면 학교 전화나, 집 전화를 이용하면 될 것을 굳이 핸드폰으로?’, 이런 생각으로 얼마간 버텼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 때문에 불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부랴부랴 장만했다. 먼저는 학부모님들이 답답해 할 수 있고, 반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여전히 핸드폰이 없다. 아이들이 급한 일이 무엇이 있겠냐 싶었다. 부모는 직장일 때문이라고 치지만, 아이들은 정 급하면 학교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그만이고 말이다.

또 아이들이 전화통을 붙잡고 시시콜콜한 얘기로 시간 보내는 모양새도 참기 어려울 것 같았다. 배웠던 그대로, ‘용건만 간단히!’면 족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실제 학생들의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따져보면 그 본래의 의도보다 부차적인 용도로 넘치게 활용하고 있다. 게임, 동영상과 카톡과 같은 소통이 주된 목적이다. 그런 현실 속에 아이들에게 폰을 쥐어주는 그 순간부터 ‘용건만 간단히!’의 외침은 일회성의 구호가 아니고 끊임없는 실랑이로 이어질 게 빤했다.

가끔은 이 좋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사고를 가진 부모랑 같이 사는 아이들이 좀 안됐다 싶기도 하지만, 굳이 필요 없는 것을 남들 다 한다고 무작정 따라가게 하는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일었다. 솔직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왜 필요할까? 폰을 이용해 아이들이 실제 얻는 것이 얼마나 될까? 월 이용료 대비 효율성이 그 이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사진: shutterstock.com/nito)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 없는 것. 신상이다. 7년간 몸에 밴 독일에서의 벼룩시장 생활은 한국에 와서도 계속되었다. 처음에 한국에 들어올 때는 벼룩시장 생활이 끝날 줄 알았다. 이곳에도 있을 줄 몰랐으니까. 독일을 떠나올 때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별반 다를 거 없었다. 벼룩시장에 익숙해진 나에게 신상 제품의 가격은 너무나 비싸게 느껴졌다. 그동안 너무 궁색하게 살아온 탓이다.

지금도 우리 가족은 모든 물건을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구매한다. 물론 메이커 제품도 좋아한다. 잘 고른 메이커 제품 하나는 오래오래 쓸 수 있으니까. 벼룩시장에서 항상 만족스런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도착한 물건이 인터넷 상의 모습과 다르거나, 하자가 있는 물건이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거래는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그냥 입거나, 비용을 들여 수선을 맡기거나.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가성비 면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웬만한 물건들을 신상의 10~20% 선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중고 물건을 별말 없이 입고, 들고 다닌다. 아이들도 여태것 고맙게 순순히 따라와 주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 제법 머리가 굵어지니 말이 많아졌다. 큰 아이는 이제 이런 말로 엄마를 설득까지 한다.

“엄마, 이제 중고는 그만 사세요. 더 어려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엄마가 뺏고 있는 거예요.”

왠지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나의 쇼핑 사랑, 그것도 중고 사랑은 평생 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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