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는 곳. 바로 게임 업계다. 자타공인 게임 강국으로 수년간 국제대회를 휩쓸고, 개성 있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도, 셧다운제, 결제 상한선 등 숱한 규제에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기술 수준이 낮다, 비슷한 게임만 양산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넷마블게임즈가 인재 육성에 나선 이유도 그래서다. 벌써 2년째 자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넷마블게임아카데미’를 통해 미래의 게임 산업을 선도할 인재를 키우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시 구로구 넷마블 사옥에서 넷마블게임아카데미 2기 발대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엔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이사장을 비롯해,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재홍 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 김태규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게임학과 교수 등이 함께 했다.
넷마블게임즈가 주최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하는 넷마블게임아카데미는 미래 게임 인재를 꿈꾸는 만 14~18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제 게임 과정을 이해하고,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류와 면접을 통해 게임 기획(30명), 그래픽 디자인(50명), 프로그래밍(20명) 등 3개 분야에서 100명을 선발하는데, 이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 멘토에게 심층 멘토링을 받으며, 16주 동안 수준 높은 게임을 완성해 나간다.
특히 이번 2기는 쌍방향적이고 실무적인 방식을 크게 강화할 전망. 이론 강연 위주의 1기와는 달리,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 및 정보를 입체적으로 익히고, 이를 제작 체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작품은 내년 초 전시회를 통해 공개될 계획이다.
“꿈을 재미있게 키우세요”
“무엇보다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정말 하고 싶어 모였으니 즐기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많은 선생님들, 친구들, 형, 동생들을 만날 텐데, 좋은 호흡으로 함께 미래를 가꾸어가길 바랍니다.”(서장원 부사장)
이번 발대식은 서장원 넷마블 게임즈 부사장의 환영 인사로 시작됐다. 서 부사장은 청소년들의 활동에 큰 기대감을 드러내며, 그들이 가진 꿈의 통로가 되어줄 것을 약속했다.
이어진 축사를 통해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이사장은 “최근 게임이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 것을 보면, 십년 뒤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면서 게임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게임은 여러 부분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마케팅, 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의 재미·보상·경쟁 등의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기법)이 좋은 예인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영화 별점을 주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IN에서 ‘내공’이란 리워드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다. 이런 활용 방식은 웨어러블 기기나 VR·AR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슨 게임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
이번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은 숭실대 이재홍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콘텐츠는 바로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게이미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게임을 산업적인 측면보단 문화·예술적인 측면에서 정착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수준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것’ 이상이다. 선발 과정에서부터실제 개발 능력과 디자인, 기획서를 검토해 엄격하게 심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프로그램의 기획 운영을 맡고 있는 김미성 넷마블게임즈 대리는 “올해는 어느 정도 기본 역량이 있는 청소년들을 선발해 인재를 키울 생각이 강했다”며 “강의 형식이었던 1기와는 달리 이제는 일대일 코칭이 강화된 멘토 시스템을 꾸린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기획 부분 멘토로 참여하는 신승용 멘토(29)는 “제작했던 게임이나 캐릭터 콘셉트, 게임 기획서 등 지원자 포트폴리오를 봤는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놀랐다”며 “16주가 지났을 때 어떤 게임이 개발되어 있을지 궁금하다”고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디게임 제작자가 꿈이라는 윤동건(18) 참가자는 “평소 넷마블에서 만든 ‘모두의마블’ 팬이었다”며 “그 게임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주얼한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 넷마블·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