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사연: 피로에 관하여
열 번째 사연: 피로에 관하여
2017.06.13 14:27 by 오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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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공원에서

사진: Brad Kou / shutterstock.com

‘피로에 관하여’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구 중 수면 욕구를 가장 격하게 느끼는 요즘이거든요. 잠드는 순간만 빼면 피로는 언제나 동반되는 것 같아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서 가끔은 하루가 턱없이 부족할 때도 있어요. 저는 머리만 대면 잠에 빠지는 편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이게 참 골치가 아파요. 요즘은 내려야 할 역에서 한두 정거장쯤 지나치는 건 일상으로 삼고 있어요. 이렇게 피로한데 평일엔 또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끝마쳐야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잠을 아껴요. 그러다 주말이 돼서야 10시간 넘게 몰아서 잠을 자는 거죠. 그 휴일이 제게는 나름대로 힐링의 시간인 것 같아요. 바쁘게 지내는 내 모습도 좋지만, 토닥여 줄 필요도 동시에 느끼거든요. 최근 밤낮을 바뀌는 직종에 종사하기 시작했고, 더욱더 생활리듬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가끔은 잠을 안 자고도 살 수 있는 신체를 바란 적도 있는데, ‘그렇다면 밤낮은 왜 따로 존재하는 걸까?’라며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저는 지금 이 순간도 고된 아침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몸과 마음이 고될 때마다 이끌리듯 제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떠나곤 해요. 이를테면 한적한 카페라든가, 햇살 가득한 공원이라든가. 그렇게 소소하게 휴식을 갖는 것 같아요. 몸의 피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마음의 피로를 녹여주기 위해서요.

제가 피로를 푸는 것처럼, 각자가 제 나름의 피로를 푸는 법을 갖게 된다면, 힘들고 지쳐도 그 피로 속에 행복이 스며들게 되지 않을까요?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중에 ‘나 자신의 즐거움’도 있었으면 해요. 바람도 볕도 좋은 6월엔 모두의 마음이 밝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에서 오늘도 모든 청춘이 건강하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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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가정집에서

사진: Photographee.eu / shutterstock.com

언제부터였을까요?

‘청춘’이라는 말이, ‘젊음’이라는 말이, 그리고 ‘열정’이라는 말이 그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말이 된 게 말예요. 우리는 언젠가부터 경기 침체와 출산율 저하, 행복지수 감소가 우리의 책임인 양 죄책감 비슷한 것을 짊어지고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그다지 우리의 책임이 아닌데도 말이죠. 우리는 그저 이런 식으로 묵묵히 달리기만 하고 돈만 긁어모으다가, 우리에게 열정과 노동을 강요하던 기성층의 얼굴이 되어 또다시 그런 것들을 독려하는 사람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기업이라는 커다란 조직이 소속돼 양복을 입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샐러리맨까지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그 ‘청춘’과 ‘열정’을 필요 이상으로 맹신해왔던 것 같습니다. 나는 20대니까 매일 밤을 새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20대니까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벌여놓고, 무조건 그것들을 완수하기만 하면 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코피가 나거나 비틀비틀 제대로 걷는 일이 힘들게 됐을 때도, 20대니까 이래도 돼, 나만 이러는 게 아닐걸, 분명 내 친구들도 이런 삶을 살고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며칠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과로 진단을 받고, 수액을 맞아봤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유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허탈한 감정이 더욱 컸습니다. 야, 이거, 나 잘살려고 하는 일이었는데 죽을 뻔했구나. 그런 허탈함이었어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쭉 밤을 새웠습니다. 보통은 한 출판사와 한 가지의 일만 하는 게 정상이었는데, 일 복이 터진 탓이었습니다. 세 군데의 출판사와 각각 다른 세 가지의 원고를 다루다 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겁니다. 물론 그건 누군가가 강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일을 벌여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글을 독자들이 읽기를 바랐습니다. 더 많은 글을 통해 더 많은 물질적 보상을 얻어,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좋은 여행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순간에 어떤 뇌관 비슷한 것이 터져버린 겁니다. 자신을 너무 맹신했던 거죠.

오른쪽 팔에 연결된 주삿바늘과 관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게 뭐였을까? 몸이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중요한 거였을까?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리는 것, 주객전도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영 잘못된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요. 내 미래의 행복을 준비해두기 위해 지금의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요. 조금 위험한 경험이기도 했지만, 저는 그 시간을 통해 뭔가 처음부터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원고 업무들을 모두 마감한 탓에 할 일이 별로 없는 것도 이유지만, 심적으로도 아주 평화로운 상태가 된 겁니다. 다음 주부터는 몇 년간 가지 않았던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혼자 혹은 가까운 사람들과 떠날 크고 작은 여행들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빠서 도통 하지 못했던 쇼핑의 목록도 짜두었습니다. 물론 이것들이 ‘미래의 나’에게 행복과 안정감을 안겨주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나’에게도 조금 더 신경써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의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능력이 닿는 선까지는 들어주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나는 그게 일종의 안전벨트 같은 것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는 열정과 청춘이라는 이름의 폭주에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는, 그런 안전벨트 말이에요.

주말에는 저도 한동안 하지 못했던 공원 산책을 해봐야겠습니다. 분명 지금을 살고 있는 나도 행복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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