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해수욕장보다 더 재미있는 박물관

 

바다의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올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해운대와 광안리로 모여들 것이다. 사계절 중 유일하게 해수욕을 즐기는 때이니 참 당연한 일이겠지만, 때론 ‘다름’이 ‘특별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번 화에선 해수욕과는 전혀 무관한 장소를 추천해보려 한다. 

 

바로, 국립해양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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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은 다소 늦은 2012년에 건립됐다. 해양의 도시 부산에 해양박물관이 있는 건 참 자연스러운 일. 더군다나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큰 박물관이라니, 지역 부심이 절로 생긴다. 

 

태종대와 흰여울길을 쓴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영도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영도는 하나의 ‘구’로 인정받을 정도로 큰 ‘섬’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맞은편에 위치한 버스정류소에서 186번(+66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의 종점이기 때문에 처음 가는 사람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약 30분 정도 소요.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것이다. 부산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탈 수 있는데 부산에 막 도착한 타지인들에게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홈페이지에 있는 시간표를 참조하도록 하자. 부산 시티투어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이 시티투어버스 역시 국립해양박물관에 정차한다. 여러모로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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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면 헤맬 일도 없이 곧장 박물관의 위용과 마주친다. 배, 파도에서 착안한 건물의 디자인은 근사하면서도 독특하다. 해양박물관이라는 이름, 용도와 잘 어울렸다. 미래지향적인 외관도 퍽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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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소박하긴 하지만 수변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다. 건물이 공원에 큰 그늘을 만들어주어서 바닷바람을 시원하게 맞으면서 걸을 수 있다. 바닷바람의 유혹에 못 이겨 박물관 관람을 잠시 미룬 채 공원을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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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는 부산항이 오른편에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가운데에는 오륙도도 보인다. 해수욕장보다 훨씬 ‘부산’스러운 풍경이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보고 있는 눈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이 순간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의 참뜻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본래의 방문 목적을 잊어선 아니 될 터. 다시 박물관 내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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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안내센터와 해양도서관, 강의실이 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해양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해양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의 자료를 갖추고 있다. 아이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했다. 동시에 도서관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도 존재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홈페이지에서 미리 소장 자료를 검색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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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모두 잘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보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2층은 상설과 특별전시를 모두 볼 수 있다. 어린이 박물관도 마련되어 있다. 계단에 연결된 ‘건물 속 공원’으로 나가면,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가 있다. 가족 이용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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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실에는 역사, 해양산업, 인물 등 바다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이 있다. 교과서로 배웠던 선조들의 어업 도구, 선체 등도 실감 나는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에 쓰인 어종(魚種) 연구서처럼 귀한 자료들도 볼 수 있다. 2층에서 시작된 상설전시는 3층까지 이어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리하게 다음 전시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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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작은 수족관이 시선을 강탈했다. 가오리와 상어가 유유히 머리 위를 지나쳐 간다. 마치 해저터널을 지나는 것만 같다. 물론, 테마파크에 들어선 대형수족관과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비교적 구성은 알찬 편이다. 해양생물을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코너에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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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로봇물고기 특별기념 전시, 4D 상영관 등 바다와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4D 상영관의 이용가격은 4,000원인데, 방문한 날은 <로빈슨 크루소>가 상영 중이었다. 박물관의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아동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보를 미리 알고 신청하면 매달 진행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온 가족이 참여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일정과 내용은 홈페이지나 공식 블로그를 참조해 보자.

 

건물의 각 층은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다. 바다의 여러 가지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인테리어의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 동안 사방을 둘러보느라 심심한 줄도 몰랐다. 3층 카페 창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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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호강을 마치고 다시 정문 앞에 오니 자그마한 텐트를 친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피서가 뭐 별건가 싶다. 이렇게 훌륭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피서가 아닌가? 굳이 바다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 이곳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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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이한나의 ‘바다쓰기’

‘해수욕장’은 해수욕만 하는 곳이라고?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가 부산 바다의 속내를 보여준다. 부산을 감싸는 여러 종류의 해수욕장을 직접 탐사하며, 공간이 가진 정서와 느낌을 공유하는 본격 동네 바다이야기. 인근의 특산품, 맛집, 명소 등 꿀팁 정보는 덤.

필자 소개

여기저기 기웃대느라 여전히 바쁜 이팔(28)청춘. 세계를 여행하며 글 쓰는 자의 삶을 꿈꿉니다.